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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투자집행' SK이노에 트럼프 '난감'…"배터리 소송 영향"
1공장 착공 10개월 만에 추가 투자 논의
트럼프 정부 '수입 금지 거부' 기대 속내
2020-01-13 05:55:55 2020-01-13 08:46:27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증설한다. 예상보다 빠른 투자 속도에 업계 일각에서는 LG화학과의 소송 결과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12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김준 총괄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조지아주에 제 2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 2공장 규모는 9.8GWh인 1공장과 비슷할 전망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시기나 투자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상반기 내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회사는 지난해 3월 1조9000억원을 들여 1공장을 짓고 있는데 착공에 들어간지 10개월 만에 추가 투자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 중·장기적으로 50억 달러(한화 약 5조8000억원)를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에 속도를 낸다는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ITC)가 담당하는 LG화학과의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이 'CES 2020'에서 자사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지난해 9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배터리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에 제소했다. ITC는 이 소송에서 LG화학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고의로 훼손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기 패소 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핵심 부품인 배터리셀 모듈과 품 등의 미국 내 수입이 전면 금지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조지아주 공장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다만 ITC의 결정이 곧바로 수입 금지로 이어지진 않는다. 미국 정부에 수입 금지를 권고해도 대통령이 이를 기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 제품에 대한 ITC의 수입 금지를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수입 금지가 미국 경제에 미칠 타격이 크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는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에 나선 만큼 LG화학의 승리로 소송이 마무리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소송 결과는 뒤집을 수 없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 금지 조치는 피하기 위해 이처럼 투자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측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도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서명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서한에서 "ITC 조사 결과는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잭슨카운티, 조지아주, 더 나아가 미국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ITC가 조사에서 이러한 이슈들을 조심스럽게 평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는 중국 업체들이 세계 순위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데 이를 견제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는 생산 공장을 더 늘리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포드의 첫 전기 픽업트럭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폭스바겐 제품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다만 LG화학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배터리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오하이오주에 공장을 짓는 등 투자에 나서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ITC 판결은 구속력이 없는 권고사항"이라며 "이에 따라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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