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스타트업리포트)이선우 에일리언로봇 대표 “로봇 활용해 F&B 시장 이끌겠다”
협동로봇 통해 외식업 자동화 앞장
드립·격불 바리스타 로봇 제조 판매
액추에이터 등 필수부품 직접 제작
한국외식업, 양적성장 불구 질적 퇴보
"F&B 자동화로 외식산업에 활력을"
2020-01-09 06:00:00 2020-01-14 17:52:06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기계공학과 전기공학, 전자공학을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메카트로닉스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한 에일리언로봇은 식음료(F&B, food and beverage) 외식업 매장 자동화에 필요한 협동로봇을 제조하는 회사다. 이선우 에일리언로봇 대표(사진)는 박사과정을 마치고 실용적이고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봇기술 개발을 목표로 지난 2016년 11월 이 회사를 창업했다.

이선우 대표는 “10여년 전부터 로봇 시대가 온다고 했지만 산업용 공장에서 사용되는 로봇을 제외하면 실생활에 활용되는 대부분의 로봇이 안내형 로봇 등 실용성보단 볼거리 제공에 그쳤다”며 “박사공부를 하면서 이 부분에 불만이 있었고 필드에서 로봇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창업동기를 밝혔다.

에일리언로봇은 차세대 지능형 구동장치인 액추에이터를 기반으로 바리스타 로봇인 ‘카페맨’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현재 핸드드립 바리스타 로봇과 더불어 말차 등 격불(거품을 내기 위해 빠르게 젓는 행위)이 필요한 음료를 제조하는 격불 로봇을 제작하고 있으며, 에스프레소 머신과 로봇 팔을 결합해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페모카 등 다양한 음료를 제조하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에일리언로봇의 카페맨은 서울 세 군데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강남구 N타워 ‘라운지엑스’와 강남구 팁스타운 S2 ‘에일리언로봇카페’에 핸드드립 바리스타 로봇이 적용됐으며, 성동구 ‘슈퍼말차 성수’에서 격불 로봇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추가로 ‘벤처리빙랩 수서점’과 ‘서울창업허브 공덕점’에 카페맨을 적용할 계획이다.

사람 바리스타가 만드는 음료는 바리스타의 실력과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카페맨은 일년 내내 일정한 맛의 음료를 사람보다 빠르게 제조할 수 있다.
 
강남구 팁스타운 S2 에일리언로봇카페에 설치된 바리스타 로봇. 사진/에일리언로봇

손님이 음료를 주문하면 카페맨의 로봇 팔이 자동으로 커피가루를 받고 드리퍼와 커피잔, 주전자를 옮긴다. 주전자에선 최적의 온도를 유지한 온수를 드리퍼에 일정한 속도로 패턴에 맞춰 내린다. 특히 말차를 만들기 위해선 가루가 고르게 섞이도록 굉장히 빠른 속도로 격불을 해줘야하는데 작업이 힘든 데다, 얼마나 섬세하고 일정한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카페맨은 이 작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한다. 카페맨이 커피를 제조하는 동안 종업원은 매장을 정리하거나 손님응대, 설거지 등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국내 F&B 시장이 포화상태로 경쟁이 매우 치열하지만 인구수 감소와 인건비·임대료 상승 등으로 사업자들은 대부분 영세하다”며 F&B 외식업 자동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최근 10년간 국내 외식산업은 큰 양적성장을 이뤘으나 질적성장엔 실패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외식산업 매출액은 연평균 약 10%씩 늘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9%에서 8.7%로 급감했다.
 
'카페맨' 격불로봇. 사진/에일리언로봇

이 대표는 “외식업 분야는 대중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로봇이 가장 잘하는 정확한 반복 작업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 분야”라며 “F&B 자동화가 시장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에일리언로봇의 강점으로 F&B 관련 로봇을 제작하는데 최적화 된 다양한 부품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에일리언로봇은 단순히 바리스타 로봇을 조립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닌 로봇제작에 필수적인 핵심 요소들을 직접 제조한다. 안양에 위치한 공장에서 로봇 제조에 필수 부품인 액추에이터 등의 부품을 제조해 기계설계부터 가공까지 직접 진행해 출고한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들은 리스크로 인해 고가의 가공장비를 보유하기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하드웨어 중심의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만들고 시장의 반응을 확인, 개선하기 힘들지만 에일리언로봇은 설계와 제작을 모두 직접 할 수 있어 빠르고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에일리언로봇은 앞으로 음료 시장뿐 아니라 다양한 F&B 산업에 로봇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에일리언로봇의 목표는 국내 F&B 관련 로봇 서비스 시장을 리드하는 푸드테크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지금은 초기단계로 전체외식업 매장에 10%에 달하는 커피전문점에 로봇 기술을 적용,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향후 다른 F&B 분야에도 로봇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일리언로봇 직원들이 연구소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에일리언로봇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