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 노사 양측이 직무급제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교보생명 광화문 사옥. 사진/교보생명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교보생명이 직무급제를 전직원에 확대 도입한 것을 두고 '손쉬운 해고' 가능성을 경계하는 금융권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하루아침에 선후임 직무를 뒤바꿔 자진퇴사를 유도하거나 임금 삭감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타 생명보험사들도 행여 이 제도가 다른 회사로까지 확대될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 노조는 오는 8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교보생명 직무급제 관련해 노사협의 중재를 요청할 예정이다. 직무급제는 직무 중요도, 난이도 등을 분석, 상대적 가치를 평가해 임금을 결정하는 제도다.
노조 측은 지난해 1월21일 중노위 조정 합의 후 교보생명의 합리적인 직무급 도입을 위한 지속적인 협의와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언론기사를 통해 세부사항까지 조율된 것처럼 조성했다고 꼬집었다. 임금의 삭감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 가능성이 있으면 집단적 동의절차인 노조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직무당 금액이나 정원 등을 미리 정하는 취업규칙 논의조차 없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홍구 교보생명 노조위원장은 "예를 들면 교보생명은 올해 신사업추진팀을 신설했는데 이 팀의 직무 등급이나 정원이 2018년 당시에는 정해지지 않았던 만큼 팀 신설 전에 예산 세우듯 세부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옳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또 부장들이 외야 지점장 업무시 각 지점 등급에 따라 업무량 차이가 커 높은 등급 점포의 지점장들은 낮은 등급 점포보다 직무가치가 높다고 봐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도 회사 측은 점포 등급은 직무 등급이 아니라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금융권에선 직무급제가 자발적 퇴사 문화를 만들어 사측이 구조조정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선임과 후임의 직무가 하루아침에 바뀐다면 해당 선임을 퇴사로 몰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타 생명보험사들은 이런 제도가 타사까지 확대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눈치다.
한 금융업계 노조관계자는 "교보생명의 직무급제는 단순히 돈을 더 받고, 덜 받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근로자는 임금 외에 직무 만족도 등에 좌우되는데 자존심에 상처를 내 자진 퇴사율을 높이는 동시에 승진 누적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과장 이하 직급들은 자신들이 맡을 수 있는 직무보다 몇 단계 위의 직급을 수행하면서 임금을 높이는 효과까지 있어 사측 입장에서만 보면 '손 안 대고 세 번 코 푸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직무의 평가 기준을 명확히 세우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보험업계에서는 자산운용 직무의 경우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대표적인 부서이지만 언더라이팅, 영업 등 안 중요한 부서가 조직 내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반면 교보생명 사측은 직무급제가 총 급여의 3% 이하로 적용되는 만큼 우려하는 부작용들은 제한적이라는 견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직무중심의 인사제도인 직무급제 도입을 위해 교보생명은 수년간 준비해 임금 체계가 완전히 바뀌는 구조가 절대 아니다"라며 "해고 문화가 거론되는데, 쉬운 해고가 가능한 사회 시스템이 아니어서 비약적인 논리"라고 반박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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