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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민심 역행하는 비례정당 꼼수
2020-01-06 06:00:00 2020-01-06 06:00:00
조현정 정치사회부 기자
새해 벽두부터 식물 국회와 동물 국회가 오가는 와중에 국회에는 기상천외한 소식이 전해졌다. 자유한국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핵심으로 한 선거법 개정에 맞서 '비례자유한국당'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난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 이름의 당명을 창당준비위원회로 등록, 정식 창당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한국당은 앞서 연동형 비례제를 담은 공직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부터 물 밑에서 위성 정당 전략을 준비해 왔다. 비례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만 공천해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한국당은 당초 '위성 정당' 당명으로 '비례한국당'을 희망했지만, 다른 이에게 이 명칭을 선점 당하면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상정한 개정 선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응 카드로 비례자유한국당 창당이라는 '꼼수'를 공식화 한 것이다. 유권자인 국민들이 비례한국당과 비례자유한국당의 차이를 알고 있는지 여부는 한국당으로선 현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다수결의 원칙에서 밀리기 때문에 총선을 바라보고 일부 지지층이라도 건지겠다는 마음이 급하다.
 
한국당은 비례대표 위성 정당을 만들면 범여권의 소수 정당보다 더 많은 비례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민주당 문건이라고 공개한 '비례 위성 정당 관련 검토 자료'에 따르면 시뮬레이션 결과 한국당 정당 득표율을 적용한 비례한국당이 30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공화당은 7석, 새로운보수당의 비례 의석을 얻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당 포함 범보수 진영이 총 152석의 과반을 얻는다는 분석이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총 의석수를 정한 뒤 지역구 의석이 이에 못 미치면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전해 주는 제도다. '승자 독식'의 선거 구조를 깨뜨리고 다당제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과 한국당처럼 지역구 의석이 많은 거대 정당에 불리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지층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비례한국당'과 '비례자유한국당'은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노골적인 저급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례 정당 창당은 정치 질서 자체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 여기에 맞대응으로 민주당도 창당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공직 선거법 개정안의 빈 틈을 앞세워 실리를 채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가짜 정당을 만들어 의석을 늘려보겠다는 비상식적 발상으로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을 한국당은 아직 모르는 듯 하다. 이럴려고 온갖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 누더기 선거법을 만들었는지도 의문이다.
 
한국당이 '가짜 정당'까지 동원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혜택만 가로채겠다는 것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 정당을 급조해 의석 몇 석 더 얻겠다고 꾀를 부리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반감을 극대화 시킬 뿐이다. 위성 정당은 정치 개혁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상식에 반하는 '비례자유한국당'은 만들어져선 안된다.
 
조현정 정치사회부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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