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사고에 오염배출 논란까지…바람 잘 날 없는 현대제철
노조·지역주민 반발↑…회사 "의도적인 건 전혀 없었다. 진정성 갖고 수습 임할 것"
입력 : 2019-12-23 06:06:14 수정 : 2019-12-23 11:10:38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현대제철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올 초 당진제철소 하청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지 열 달 만에 또다시 협착 사고가 발생한 데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법적으로 도급을 금지한 작업에 고령 노동자를 원청 ‘계약직’으로 채용하려다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노조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지역 주민들은 비산먼지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2시4분쯤 당진제철소에서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인 선명산업 소속 노동자 A씨가 헤드슈트점검 발판 작업 중 컨베이어벨트 라인이 가동되면서 하반신이 말려들어가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2인 1조로 근무하던 중이라 다른 한 사람이 즉각 비상정지장치인 풀코드스위치를 당겼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다행히 다른 팀에서 상황을 알고 즉각 상단에서 다른 스위치를 눌러 겨우 벨트를 멈췄다. 그 사이 벨트에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이던 A씨는 생명엔 지장이 없지만, 좌측 골반과 목이 골절돼 접합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사고 원인에 대해 “그 작업은 누가 봐도 ILS시건장치(설비 안에 남아 있는 잔류 에너지를 차단해 우발적 사고를 원천 차단하는 예방장치)를 했어야 하는 작업인데 안 했던 것”이라며 “안전작업허가서 양식 중 시건장치를 할 지 여부에 직영(원청)이 표기를 해주면 그 매뉴얼대로 작업을 하는 건데, 작업허가서에 시건장치를 하라는 내용이 표기돼 있지 않아 하지 않고 작업을 하다 (다른 작업자들이 컨베이어벨트를) 돌려버리니까 사고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와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취지를 악용하는 현대제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홈페이지
 
위험의 외주화 논란에도 휘말렸다.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자동차그룹이 위험의 외주화를 지속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취지를 악용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컨베이어벨트 끼임 사고로 사망한 고 김용균씨 이름을 따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58조는 도금과 수은·납·카드뮴 제련 등 유해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위험 작업에 대한 원청의 안전 관리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현대제철이 아연도금 작업을 원청 전담으로 전환하면서, 채용 조건을 △직영 관할 계약직(촉탁직) △55세 이상 고령자 우대 △결격사유 없을 시 만 60세까지 계약 예정 등으로 공고해 논란이 됐다. 
 
노조 관계자는 “도급이 금지됐으면 정규직으로 써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 “해당 업무에 10년 이상 일하면서 기술과 기능을 쌓아온 (하청업체 소속)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을 채용하는 게 아니라 계약직으로 따로 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진과 순천 공장 등에서 도금작업을 해오던 하청업체 소속 50여명 노동자는 우대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관계자는 “개정법이 원청의 직접 관리만을 요구했을 뿐 정규직 여부나 하청노동자 우선 고용 등에선 무관심했던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그래서 법을 무성의하게 만든 분들한테 항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지역 주민들은 오염물질 배출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현대제철 비산먼지 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산먼지와 지하수 오염, 미세먼지 배출 등 피해를 호소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입구. '10대 핵심안전수칙 준수'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뉴시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논란과 관련해 의도적인 건 전혀 없었다며 진정성을 갖고 수습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컨베이어벨트 사고와 관련해서는 “정확한 사고원인은 경찰이 조사해 발표할 것”이라며 “회사는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오염물질 배출에 대해서는 “저감을 위해 청정설비 1·2호기를 건설해 가동 중이고 3호기도 추가 건설 중인데, 초기 1·2호기 가동 중 작동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수리하는 과정에서 비산먼지가 많이 배출됐고 당시 사과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3호기를 건설하면서 비산먼지가 배출되는데 내년 중순쯤 가동하게 되면 전체 배출수준을 법 기준치 30% 이내로 관리하게 된다”며 “주민들의 문제 제기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금작업 계약직 채용과 관련해서는 “만 55세 이상은 고령자고용촉진법상 기간제 사용기간에 제한을 받지 않아 고령자를 고용하려 한 측면이 있다”며 “계약직이긴 해도 원청 소속이라 법 위반은 아닌데, 논란이 돼 다른 형태의 고용방식으로 내부 논의 중이고 조만간 결정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신규 채용 방식이 아니라 그대로 승계 고용하는 부분은 현재 제조업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이 법적 대립 중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고 노동한다는 점에서 도급형태의 사용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오염물질 배출 관련 주민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한 지역 언론은 충남도 관계자를 인용해 “대책위가 현대제철 주변 오피스텔 소유주 및 부동산중개인으로 이뤄졌고, 이들이 회사에 오피스텔 매입과 임대를 요구한다”며 이권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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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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