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주52시간 준비 부족"…비용문제 등 감안 '속도조절'로 안착
노동계 “노동시간 단축 포기선언”…사용자 "근본적 대안 마련해야"
입력 : 2019-12-11 20:36:38 수정 : 2019-12-11 20:36:38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 중소기업에 1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한 데는 대기업과 달리 규모의 영세성이나 비용문제 등으로 대비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못한 50~299인 중소기업이 여전히 많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올해 정기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등 보완입법의 국회통과가 무산된 만큼 현장의 불확실성 해소하기 위해 행정적 조치로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소기업 주52시간제 시행을 위한 보완 대책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52시간 시행을 앞두고 막막해하던 상당수 기업들이 인건비나 시설투자비 등 각종 정부 지원제도를 활용해 새로운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면서도 "중소기업은 특성상 원·하청 구조로 인해 업무량을 자율적으로 통제하기 어렵고 대기업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며 보완대책을 내 놓은 배경에 대해 밝혔다.
 
 
보완대책의 핵심은 주52시간제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예정대로 내년 11일부터 시행하되, 여전히 현장에서 준비에 애로를 겪고 있는 기업들을 고려해 1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에 계도 기간 내에 근로감독을 하지 않으며 고소·고발 건에 대해서도 법 위반 사실과 함께 사업주의 법 준수 노력 정도, 고의성 등을 함께 조사해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2017년 통계 기준으로 내년 1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은 50~299인 규모 사업체는 27303개로 전체 사업체의 9.7%를 차지한다. 근로자 수는 243237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7% 규모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50~299인 기업 가운데 법 시행을 앞두고 준비가 완료되지 않은 기업은 42.3%, 이 가운데 아직도 전혀 준비를 못하고 있는 기업이 8.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특별연장근로 사유도 기존보다 확대했다. 현재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에서 규정하는 특별연장근로의 경우 재난이나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 시에만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지만 보완대책에 따라 인명 보호와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시설·설비의 갑작스러운 장애·고장 등 돌발적 상황에 긴급 대처가 필요한 경우’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가 있어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나 손해가 생길 경우’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연구개발등의 사유가 추가됐다. 특별연장근로 사유 확대 방안은 1년반 전 먼저 적용한 대기업에도 적용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만약 기업이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조치 없이 특별연장근로를 과도하게 신청하면 정부가 재신청하도록 지도할 것"이라며 "보호 조치를 지키지 않을 경우 다음 번 인가할 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주52시간 보완대책을 놓고 노사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노동계는 '고용노동부 장관 퇴진'을 거론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이번 발표를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포기선언'으로 규정하고,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 절차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근본적인 해소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은 논평을 통해 유연근무제도 개선 입법이 지연된 상황에서 정부가 행정적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업무량 폭증 등으로 확대한 것은 기업들에게 부분적으로나마 대응할 여지를 부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핵심은 '속도조절'이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은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경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은 중소기업이 성장에 발목을 잡거나 현장에 혼란을 주고 있더라도 주52시간제가 현장에 안착될 경우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각각의 개별 중소기업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세밀하게 살펴보고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시장 혼란과 경제적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과 함께 선택근로 정산기간 연장 등의 보완 입법을 조속히 완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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