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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국산화 바람, 오랫동안 유지되길"
'20년 밸브 외길' 박흥동 토오텍 대표, "일본 제품 대체 최적화 기업"
2019-12-08 12:00:00 2019-12-09 18:16:48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한국은 중소기업을 살려야 나라 전체가 잘 된다. 그런 측면에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정부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정책이다."
 
올해로 12년째 밸브의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는 박흥동 토오텍 대표는 소·부·장 국산화를 중점 추진 중인 정부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3일 서울시 금천구 토오텍 본사에서 만난 박 대표는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가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아주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부품이나 장비 선택권을 쥐고 있는 대기업의 키맨들 사이에서도 국산화에 대한 공감대가 생겼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산화가 빨리 이뤄지는 것도 좋긴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열기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55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박흥동 토오텍 대표는 '백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사진/토오텍
 
지난 2007년 설립된 토오텍은 탄생 목적 자체에 일본 제품의 국산화가 있다. 일본 밸브 기업의 한국 총판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했던 박 대표는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연봉 1억원을 달성했을 만큼 잘 나갔던 직장인이었다. 그러던 그가 돌연 창업을 결정한 데에는 국내 모 대기업의 제안이 있었다. 과거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을 대부분 독점했던 일본 밸브는 대체로 가격이 비싸고 납기도 긴데, 이를 국산으로 대체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박 대표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잘한 결정"이라며 "영업사원에 머물렀으면 월급은 많이 받았겠지만 국산화를 이뤄낸 산업 역군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백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토오텍의 밸브는 일본 브랜드를 대체할 수 있는 최적의 제품"이라고 자신했다. 애초부터 일본 제품 대체를 목표로 삼아 기획과 설계를 했기 때문에 길이나 사이즈가 장비 업체의 수요에 딱 맞아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가격은 절반 수준이라 바이어들의 호응이 높았다. 그는 "일본 제품을 취급하면서 습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개선했다"며 "일본 제품보다 수명이 훨씬 길다는 점 등에 대한 공인된 테스트 결과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1~2개 품목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100가지 이상의 대체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갖고 있다"며 "현재 세정이나 클린룸 라인의 80~90%가량이 국산화됐다"고 설명했다. 
 
토오텍 전동 비례제어 락타입 볼밸브. 사진/토오텍
 
토오텍의 대표 제품은 자동 비례제어밸브다. 밸브는 보통 센서 등 신호 감지를 통해 열고 닫는데, 비례제어밸브는 단순한 개폐를 넘어 '1%만 열기 혹은 80%만 닫기'와 같은 명령에 따라 3000:1까지 미세 조절이 가능하다. 여기에도 박 대표의 피와 땀이 적지 않게 녹아있다. 영업사원 출신인 박 대표는 밸브를 연구하는 데에만 20년 이상의 시간을 쏟았다. 제품의 기술력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기술 영업의 특성 상 특정 기술만 연구하는 엔지니어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하게 밸브의 선정, 상태, 품질 등을 습득해야 했던 것. 박 대표는 "처음에는 그런 부분들을 배워가는 게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엔지니어들보다도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며 "이제는 국산화에 그치지 않고 최고의 제품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토오텍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는 센서가 주된 신호인데 주파수나 DC 신호를 받아서도 제어가 가능한 밸브 등을 연구하고 있다. 박 대표는 "수동밸브나 온오프밸브처럼 단순한 것들은 이미 중국 업체에게 다 따라잡히고 있다"며 "5~10년 안에 역전당하지 않도록 기존 것에 더해 새로운 부분들을 찾으려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오텍은 지난달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물 전시회에 참가, 자동제어 밸브 기술력을 뽐냈다. 사진/토오텍
 
동시에 토오텍은 해외 시장 개척, 거래처 확대 등 시장 다변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사업 주축이었던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황이 꺽이면서 생존을 위해서는 새 먹거리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존 세정장비 외에 수처리설비, 플랜트설비 등으로 영업 영역을 넓히고 있고, 가장 최근에는 현대제철의 신규 협력 업체로 등록을 마치기도 했다. 해외 시장으로는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를 눈여겨 보고 있다. 이미 베트남에 정식 대리점이 두 군데 있고, 태국에서는 현지인이 '토오텍 타일랜드'란 이름으로 대리점을 운영 중이다. 조립 제조공장이 있는 중국으로는 향후 국내 노무 여건이 악화될 경우 생산 라인을 확장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박 대표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노는 기업, 허튼 수 안쓰고 정직하게 사업하며 성장하는 기업'으로 토오텍의 10년 후를 그렸다. 적정 마진만 추구해 장기적으로 고객사와 함께 할 수 있는, 장사꾼이 아닌 기업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다. 직원들에게는 업계 최고의 대우를 통해 즐겁게 일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일터를 제공하고 싶다고 전했다. 어려운 경제 환경 탓에 내년에는 성장 목표를 잡는 것조차 힘들다고 입을 뗀 그는 "그래도 매출 5% 정도는 키워보고 싶다"며 "개인적으로는 중국어를 꼭 마스터하고 싶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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