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프로그램 잘 이행"…음주 뺑소니 피고인에 2심 감형
법원 "자신 잘못 진심으로 뉘우쳐…치유법원 정식 시행되길"
입력 : 2019-12-04 18:24:49 수정 : 2019-12-04 18:24:49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음주 뺑소니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30대 남성이 국내 최초로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이행한 후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을 받았다.
 
치유법원 프로그램은 재판부가 직권으로 피고인을 석방한 후 일정기간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준수 여부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단순 처벌보다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음주 뺑소니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치유법원 프로그램으로 2심에서는 감형받았다. 사진은 음주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경찰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4일 도주치상(특정법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허모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심은 징역 1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이는 진심어린 것으로 판단된다"며 형량을 낮췄다. 
 
허씨는 지난 1월17일 오전 1시55분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편도 4차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운전을 하던 중 차선을 변경하던 차량을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은 후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에 붙잡힌 허씨는 세 차례에 걸친 음주측정 요구를 모두 불응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허씨가 2011년과 2017년에도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 등을 고려해 징역 1년을 선고했고 허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에게 치유법원 프로그램 참여를 제안했다. 재판부는 허씨에게 보석 석방 후 3개월 동안 금주할 것과 매일 밤 10시 전으로 귀가할 것, 활동 보고서와 동영상을 재판부가 개설한 비공개 카페에 올릴 것 등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그가 과제를 잘 이행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3개월간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재판부와 약속했지만 사실은 자신의 바람직한 미래, 믿음직한 아빠이자 남편을 위한 약속이었다"며 "A씨는 약속을 잘 지켰다.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면 첫 졸업자로서 밝고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허씨가 매일 활동보고서를 올렸던 비공개 카페는 연구 차원에서 소중하게 활용하겠다"며 "이번 프로그램 시행 결과를 토대로 우리나라에서도 치유법원이 정식으로 시행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음주 뺑소니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치유법원 프로그램으로 2심에서는 감형받았다. 사진은 서울고등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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