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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퀄컴,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했다…1조원 과징금 정당"
"경쟁사의 비용을 상승시키고 시장을 봉쇄했다"
업계 "대법원에서 원심 판결 확정될 경우 로열티 인하 기대"
2019-12-04 15:49:04 2019-12-04 15:49:22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세계적인 통신칩셋 및 특허 라이선스 사업자 퀄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칩셋사, 휴대폰 제조사들과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퀄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1조원 과징금 부과 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섰던 제조사들과 퀄컴과의 계약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노태악)는 4일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등 3개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공정위가 퀄컴 측에 부과한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모두 인정했다.
 
나스닥 마켓사이트에 붙은 퀄컴 로고. 사진/AP뉴시스
 
공정위는 2016년 12월 퀄컴이 시장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며 이들 3개가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이 삼성전자나 인텔 등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에 자사의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의 사용을 제한하고 휴대폰 제조사에게는 모뎀칩셋 공급을 볼모로 부당한 계약 체결을 했다는 이유였다. 또 휴대폰 제조사에 포괄적인 특허권을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휴대폰 판매에 대한 로열티와 해당 제조사의 특허 무상 사용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고도 밝혔다.
 
표준필수특허란 해당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는 관련 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어려울 정도의 핵심 특허다. 특허권자는 기업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특허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 퀄컴 역시 특허 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표준필수특허를 차별 없이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보유자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경쟁사와 휴대폰 제조사 등에게 이를 빌미로 이른바 ‘갑질’을 한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퀄컴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소송은 3년 가까이 진행됐다. 화웨이, LG전자 등도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세종청사에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이에 대한 공정위의 시정명령 가운데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퀄컴과 계열사들은 경쟁 칩셋 제조사의 비용을 상승시키고 시장을 봉쇄함으로써 시장 지배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며 "모뎀 칩셋을 구매하는 휴대폰 제조사에 대해 특허 라이선스의 체결·이행을 강제함으로써 불이익을 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퀄컴이 특허 라이선스 계약에서 포괄적 라이선스를 맺는 것이 휴대폰 제조사에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공정위측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공정위는 퀄컴 측의 휴대폰 가격 기준 실시요율(로열티 비율)이 합리적인 수준을 초과했다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면서도 "과징금 납부 명령은 퀄컴의 다른 위법적 행위들을 전제로 한 만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퀄컴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법원에서도 원심이 확정될 경우 퀄컴과 휴대폰 제조사들 간 계약관계에서 어느 정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퀄컴의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를 제공받아 칩을 제공하는 경쟁사들도 해외 휴대폰 제조사에 칩셋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의 반독점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퀄컴이 워낙 막강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로 동등한 거래는 안 되겠지만 제조사들이 로열티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사진/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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