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의 리더십' 허창수…마지막까지 '재계의 신사'로 남다
고 구본무 회장과 LG그룹 도약 함께 이끈 허씨 가문 대표 경영인
2005년 분사·GS 설립 이래 에너지·유통·건설 3개 사업서 확고한 경쟁력 구축
전경련 회장 5연임 중 지구 17바퀴 돌며 민간 경제 외교 충실
입력 : 2019-12-03 16:39:41 수정 : 2019-12-03 16:39:41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LG그룹의 글로벌 도약과 GS그룹 분사설립 후에도 이어진 구·허씨 양대 가문의 동반체제 뒤엔 허창수(71) GS 회장의 ‘배려와 신뢰의 리더십’이 있다. 선대 구인회 창업주와 허준구 명예회장이 세운 LG는 고 구본무 회장과 허 회장 시대를 거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허 회장은 고 구 회장과 함께 그룹을 원만하게 이끌면서도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충실하게 소임을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5년 LG에서 분사·설립한 GS그룹의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허 회장은 출범 당시 매출액 23조원, 자산 18조원, 계열사 15개이던 그룹 규모를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68조원, 자산 63조원, 계열사 64개 규모로 3배 이상 성장시켰다.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으로 근무를 시작해 LG상사, LG화학 등을 거쳐 LG전선 회장과 LG건설 회장을 역임하며 허씨 가문 대표 경영인으로서 탄탄한 경영수업을 받아 온 덕분이기도 하다. 
 
허창수 GS 회장이 15년 만에 물러난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2005년 GS 출범 CI 및 경영이념 선포식에서의 허 회장 모습. 사진/GS
 
허 회장이 이끈 지난 15년 동안 GS그룹은 에너지·유통·건설 부문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구축했다. “어려운 시기에도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충하라”는 평소 철학대로 3대 핵심 사업을 집중 육성한 결과다. 2012년 에너지 중심 사업형 지주회사인 GS에너지를 출범시키고 해외 유전·전력 광물 등 자원 확보와 석탄광 투자는 물론 신재생에너지·대체에너지와 석유화학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유통부문은 GS리테일의 백화점·마트 부분을 매각하고 편의점·슈퍼에 집중하며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최악의 국내 유통 경기를 무사히 넘겼다. GS홈쇼핑은 인도, 중국, 태국 등 해외 6개국에 진출하고, 국내외 유망 신생벤처기업에 투자해 모바일 시대를 열었다. 건설부문에선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가 성공적인 안착을 했다. 최근에는 환기형 공기청정시스템 ‘시스클라인’ 도입과 아마존 인공지능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화 등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서도 그룹을 성장시켰다. (주)쌍용 지분을 인수해 2009년 탄생한 무역부문 GS글로벌은 그룹 해외사업 역량을 강화했고, 2013년 STX에너지를 인수해 설립한 GS E&R은 자원개발은 물론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008년에는 조선·해운업황 부진을 예견하고 대우조선 인수전에서 발을 떼는 결단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허창수 GS그룹 초대 회장이 넷째 동생 허태수 GS홈쇼핑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퇴임한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2017년 5월 GS밸류크리에이션 포럼에서의 허 회장 모습. 사진/GS
 
재계 대표 5연임은 빼놓을 수 없는 허 회장의 업적이다. 2000년대 들어 노사 간·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 심화, 통상임금과 비정규직 문제, ‘갑질’ 등이 화두에 오르며 시작된 회장 기피 현상이 정점에 달한 2011년 당시 반년 넘게 공석이던 전국경제인연합회 제33대 회장 자리를 그가 채웠다. 내부적으로는 조직을 안정화하면서도 세계10대 경제 강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 경제비전 2030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지구 17바퀴를 돌며 해외 무대를 직접 뛰어다녔다.  
 
허 회장이 임기 2년의 전경련 회장을 5번 지내는 동안 한국 경제는 글로벌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달성한 해가 5번이 될 만큼 견조한 성장을 이뤘다. EU·미국·중국 등 주요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경제 영토를 넓혔다. 특히 북핵·사드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돌던 2017년 10월 한·미와 한·일 재계회의를 각각 성사시키며 민간 경제 외교의 굳건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시작한 전경련 제37대 회장으로서의 임기가 남은 만큼 그룹을 떠나서도 싱크탱크 역할에 집중하며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솔선수범해왔다. 남촌재단을 통해 지난 11년간 443억원 규모의 개인주식을 꾸준히 기부해왔다. LG와의 ‘아름다운 이별’에 이어 넷째 동생에게 ‘아름다운 승계’를 이루고 떠난 허 회장은 마지막까지도, 평소 소탈한 성품과 선비 같은 품성으로 늘 불렸던 별명인 ‘재계의 신사’로 남게 됐다. 

올해 GS 해외사장단 회의에서의 허창수 회장. 사진/GS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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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서윤

산업1부. 정유·화학, 중공업, 해운·철강업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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