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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박찬주 논란'과 한국당의 딜레마
2019-11-07 06:00:00 2019-11-07 06:00:00
자유 한국당 영입 인재 1호 박찬주 전 대장을 둘러싼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박찬주 전 대장은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의 희생자라는 차원에서 한국당의 인재 영입 명단 1호로 꼽혔으나, 과연 자유 한국당이 지향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물이냐라는 논란부터, 비록 본인은 '공관병 갑질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되었던 뇌물 혐의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어졌다 해도 아직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인 피고인이라는 점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또한 본인이 직접 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부인이, 공관병에게 손목시계 타입의 팔찌를 채우고 자신의 호출에 응답하도록 하면서 노예 부리듯 부려왔고, 영창에 보내겠다는 험한 협박을 수시로 해왔으며, 공관병에게 썩은 과일을 던지고 베란다에 감금했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현실을 무시할 수 있느냐는 비판 등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의 한국당 인재 영입은 일단 보류된 상태였으나, 그렇게 멈칫한 상태에서 박찬주 전 대장은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은 갑질을 한 적이 없다고 공언한 뒤, 자신과 자신의 처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던 군인권센터 소장을 삼청교육대에 보내야 한다는 등의 망언을 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시대착오적 인권의식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사과의 뜻은 전혀 없음을 거듭 천명하여 사람들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홍문종 우리공화당 대표가 끼어들어, 박 전 대장이 우리공화당에 입당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박 전대장이 서둘러 ‘나는 우리 공화당에 가지 않는다. 한국당에 남겠다.’라며 이를 부인하는 촌극이 벌어졌지만,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박 전 대장 사태를 바라보아야 한다.’면서 사실상 박 전대장의 영입설을 없던 일로 정리해버렸다. 
 
박 전 대장은 결국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상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박 전 대장만 곤란해진 것은 아니다. 황교안 대표는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인재 영입과 관련하여 한국당이 시도한 헛발질은 황대표의 리더십에도 크나큰 타격을 주었을 뿐 아니라, 한국당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아직 총선이 6개월도 더 남은 상황에서 한국당이 인재 영입 운운하면서 성급하게 총선 체제로 돌아서게 된 계기는, 아베 총리로 촉발된 친일파 프레임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조국 사태로 승기를 잡았지만, 그 이후 너무도 일찍 터뜨린 샴페인으로 한국당이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패스트 트랙 관련 불법행위에 가담한 국회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준다고 했다가 법치주의가 뭔지도 모르는 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조국 전 장관 퇴진을 자당의 공으로 치부하고 표창장을 주고받다가 자아도취가 심하다는 비난을 받았으며, 대통령을 벌거벗겨 희화화 시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일련의 부적절한 행동이 쌓이고 쌓여 당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게 식어가게 된 것이다. 
 
당 차원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중단시키고 중도층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고, 아울러 특히 원내 기반이 없는 황교안 당 대표로서는 자신의 최대 무기인 공천권 파워를 휘둘러 존재감을 부각하고 당원들의 충성도를 끌어 모아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런 필요성과 절박함 때문에 고심 끝에 마련한 반전 카드가 오히려 자당에 비수가 되어 꽂히고, 당 대표를 웃음거리로 전락하게 만들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한국당이 어렵게 얻은 절호의 찬스를 허무하게 잃어버렸다는 데 있다. 즉, 특권이나 반칙, 불공정 등 한국당을 비판할 때 늘 따라붙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우연찮게 조국 사태를 계기로 여당으로 옮겨 붙었기 때문에, 한국당으로서는 이러한 불씨를 잘 살려서 총선까지 분위기를 끌고 갔어야 하는데, 박찬주 영입 논란을 자초함으로써 너무도 쉽게 그 불씨를 꺼버렸다는 점, 그럼으로써 국민들에게 한국당의 한계점이 무엇인지 각인시키고, 오히려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할 기회를 스스로 닫아버렸다는 점이다. 
 
한국당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기존의 낡은 방식을 버리고 자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좀 더 세련되게 어필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 낡은 방식이 한국당의 발목을 잡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당 스스로도 그 낡은 방식을 버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데 있는 것은 아닐지 궁금하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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