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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리듬)서울시, '사실혼' 주거지원 논란...혼인신고 안 한 신혼부부도 사실혼
2019-11-05 15:55:29 2019-11-05 15:57:04
사실혼 기준 논란
법조계 최소 4~5년 동거 기간 필요
정책적으로는 동거 요건 1년만 채우면 돼
동거 요건 1년으로 단순화시 세금 낭비 우려도
젊은층, “사실혼부부 인정해야” 목소리 높아 
 
 
 
[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앵커]
 
지난달 29일 발표한 '서울시 신혼부부 주거 지원 사업계획' 대상으로 기준이 모호한 사실혼 부부도 포함되는 등 여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또 중앙정부 정책과 상당부분 겹쳐 통합 운영이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정등용 기자와 이 이슈 톺아보겠습니다.
 
근에 서울시가 신혼부부 대상 주거 지원 정책을 발표했는데요.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우선 이 정책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기자]
 
지난달 29일 발표한 '서울시 신혼부부 주거 지원 사업계획'은 3년간 총 3조1060억원을 투입해 매년 2만500쌍의 주거를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주택 공급은 신혼부부 매입주택, 재건축 매입, 역세권 청년 주택 등을 포함해 연 1만2000호에서 1만4500호로 확대하는 것인데요. 부부합산 소득 1억원 이하, 결혼 기간 7년 이내 부부에게 최대 연 3.0% 금리를 최장 10년까지 지원합니다. 서울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함께 살며 사회 통념상 부부로 볼 수 있는 사실혼 부부도 신혼부부와 마찬가지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데요. 
 
그래픽/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앵커]
 
이번 정책을 보니까 사실혼 부부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 것이 눈길을 끄는데요. 부작용은 없는겁니까?
 
[기자]
 
그래서 사실혼의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사실혼 부부가 성립하려면 최소 4~5년 정도의 동거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정책적으론 사실혼부부가 되려면 1년의 동거요건만 채우면 됩니다. 유족연금이나 난임부부에 대한 시술료 지원이 대표적인 사롄데요. 두 정책 모두 주민등록상 동거 1년 이상을 사실혼부부의 요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만약 서울시가 `주민등록상 1년 동거요건` 등으로 단순화할 경우 사실혼 부부 판단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고 가짜 수급자로 시민들의 세금이 허투루 쓰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젊은층들을 중심으론 사실혼부부 인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혼식을 올리고도 바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고, 목돈을 모은 뒤에 신혼부부 청약 등을 하기 위해서 일부러 결혼을 미루는 사례도 많기 때문입니다. 
 
[앵커]
 
사실 이런 주거 지원 정책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다른 수도권에서도 시행을 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선 경기도의 대표적인 주거정책으로는 '경기행복주택'이 있습니다. 경기행복주택은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임대주택으로, 2022년까지 총 1만409호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경기행복주택은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이며, 표준임대보증금 대출이자를 2022년까지 지원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와 함께 신혼가구 육아 공간 확대와 공동체 활성화 지원 등 3대 시책을 도비로 추가 지원합니다.
 
인천시는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만3000여가구를 확보하고, 우선 논현·검단택지 1만가구를 신축해 △신혼부부 △청년 △노인 △장애인 △1인가구 △저소득취약계층에 우선 제공할 예정입니다. 인천도시공사는 올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빌라 등 다세대주택 총 100세대를 매입해 싼 가격으로 임대하는 사업을 추진했는데요. 주택을 전세로 빌려 재임대하는 전세임대 사업은 수요가 없어 제외됐습니다. 아울러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월세 융자금 이자를 1년간 100만원 한도 내에서 최대 3년 간 연차별로 차등 지원합니다.
 
지난 10월28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신혼부부 주거지원 확대계획 발표'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래픽/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기자]
 
그렇습니다. 주거복지는 대부분 국토교통부 소관 하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자체가 행정 집행과 최종 전달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다만 전달체계가 LH와 자지체로 분산돼 있어 복잡화, 다양화되는 주거복지 욕구에 전문적·통합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LH가 제공하는 행복주택의 계약률은 서울과 수도권 등이 90%를 넘었지만, 다른 지역은 20~40%에 불과해 지난해 11월 전국 평균 67%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지역 안배나 공급 목표 달성을 위해 수요 예측을 잘못한 결과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현상이 발생한 것이죠.
 
비슷한 제도지만, 운영 주체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을 최대 2억원을 저리로 융자해주고 있는데, 이는 서울시의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제도와 유사합니다. 다만 서울시는 자산 기준을 따로 두고 있지 않는 반면 주택도시기금 전월세 대출은 2억8000만원 이하 순자산을 보유한 사람만 받을 수 있도록 해 차이가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 정부·지자체 주도의 다양한 종류의 신혼부부·청년 대상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해당 업무를 종합적이고 전문적으로 추진하는 전담조직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지자체는 주거복지 관련 공공기관과 협업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원스톱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요?
 
[기자]
 
 해외 선진국들의 주거 지원 정책은 단순히 살 곳을 마련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재정 지원과 임대 공급, 민간 주택 분양 공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거 복지를 실현했는데요. 이와 함께 임대료 상한제 등으로 임차인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일부 국가에선 '최저 생활 비용 보장'을 통해 실질적인 생계까지 책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형태로는 보조금 형태의 재정 지원과 공공 및 민간주택 분양 공급 등의 지원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로는 프랑스와 스웨덴이 보조금 형태의 재정 지원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일본과 싱가포르가 공공주택 공급 및 민간주택 분양 공급을 직접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 임대 정책보다는 주택 취득 지원 정책을 주거 안정화라는 목표 실현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임대 공급 사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통해 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청년 주거 지원 정책으로는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SRO(Single Room Occupancy)이 있습니다. 이 사업은 1930년 뉴욕에서 시작돼 현재 많은 북미 도시에서 시행 중이며 최근에는 미 연방 정부의 정책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본 골자는 활용도가 낮은 시설을 1인 가구를 위한 임대 주택으로 개조해 저소득층에 공급하는 방안인데요. 예를 들어 노후한 호텔 등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을 통해 학생, 한부모 가정, 저임금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독일은 생활 안정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독일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중·소형 주택난 문제가 불거지자 뮌헨시의 경우 임대차 차입의 상한을 50㎡당 590유로(약 78만원)으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영국도 주거 지원 정책의 중심을 주거 안정에 두고 정부가 직접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한편 임대료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민간 임대 주택에도 공정 임대료 제도를 적용해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는데 25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는 기숙사 형태의 주택 임대 정책을 시행 중입니다.
 
[앵커]
 
우리나라의 이러한 주거 지원 정책. 현장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저소득 계층에게는 실질적인 주거 안정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 속에 지나친 선심성 정책이란 비판도 있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청년은 2년째 정부로부터 전세 자금 대출을 지원 받아 서울 한 원룸에 거주 중인데요. 이제는 쉽게 찾아 보기 힘든 전세 매물과 1억원을 훌쩍 넘어가는 가격을 감안하면 이 씨에겐 정부 지원이 한 줄기 빛이 된 셈입니다. 이자율도 1%대라 큰 부담도 없고요.
 
하지만 정반대의 시각도 있습니다. 정말로 주거 지원이 필요한 사람 뿐 아니라 충분한 자산이 있는 사람도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포퓰리즘이란 비판인데요. 정책 입안자들이 이런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세금이 줄줄 새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전문가들은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하나요?
 
[기자]
 
전문가들은 주거 지원 정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거 안전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자가, 전세, 월세 등 주택 점유 유형에 상관 없이 궁극적으로는 주거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인데요.
 
김미림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주거 안전성 제고는 주거 환경의 질 향상과 함께 급격한 주거 비용의 증가를 완화시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전세나 월세로 사는 사람들은 재계약시 증가하는 비용 부담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와 함께 중앙 정부와 지자체에서 개별적으로 나오는 주거 지원 정책을 관할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주거 지원 정책은 종류도 많고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종합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총괄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주거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주거 지원 사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라도 컨트롤타워의 존재는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설립과 운영은 지역 여건을 고려해 단계별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사회부 정등용 기자였습니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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