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날로그트립' 김지선PD "동방신기-슈주, 아이돌→인간 표현 집중"
"국내 유튜브 예능 최초 4K 촬영…전우애 느낌으로 촬영했다"
1월1일 막방 기념 동방-슈주 단체 라이브 방송 계획 진행 중
"시즌2-타그룹 버전, '아날로그 트립' 잘 되면 뭐든지 하고파"
입력 : 2019-10-30 14:28:04 수정 : 2019-10-30 17:38:40
[뉴스토마토 김희경 기자] "이번 예능은 무엇보다 도전하는 것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국내 유튜브 예능 최초의 4K 예능 촬영이라는 점이 그렇고,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들을 아티스트가 아닌 날 것의 인간미를 그대로 담는다는 것이 그러했죠. 하지만 무엇보다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김지선 PD)
 
대부분의 사람은 PD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딱딱하고 까칠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지선 PD는 그런 스테레오 타입을 완전히 벗어난 이미지였다. 조용조용하고 나긋한 목소리와 작은 칭찬에도 멋쩍게 웃는, 순진하면서도 겸손한 사람이었다. 지난 24일 서울 SM C&C 상암동에서 만난 김 PD는 상당히 신선하면서도 정감 가는 이미지였다.
 
김지선 PD. 사진/뉴시스
 
하지만 그의 경력은 꽤 화려한 편이다. 어린 나이부터 방송계에 발을 내디뎌 프리랜서로 일하던 도중 이예지 SM C&C 본부장과 인연이 맺었고, 7년 전 지금의 회사에 입사해 수십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타이틀을 내걸고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시작한 건 2년 전 '레드벨벳의 레벨업 프로젝트'. 그 이후부터 에프엑스, SM루키즈, 엑소, 레드벨벳, NCT 등 수많은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예능과 프로젝트 영상을 제작했다.
 
이처럼 뛰어난 능력과 젊은 감각으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던 김 PD는 지난해부터 매우 특별한 프로그램 제작을 기획했다. 출연진부터 어마어마했다. 바로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다. 김 PD는 두 그룹이 오랫동안 활동을 했지만, 정작 그들의 진솔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 적은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동방신기' 유노윤호, 최강창민이 아니라 정윤호, 심창민, '슈퍼주니어' 이특, 은혁, 동해, 신동이 아니라 박정수, 이혁재, 이동해, 신동희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아날로그 트립'의 아이디어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유튜브 오리지널 '아날로그 트립' 포스터. 사진/SM C&C

아날로그 트립,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 이제는 아이돌의 대명사가 된 이들을 뻔하지 않게 보여주기 위해선 확실히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그 시도가 바로 4K 촬영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유튜브 예능을 4K로 촬영하는 것은 최초였고, 그렇기 때문에 '아날로그 트립' 제작진들은 모든 부분을 직접 발로 뛰고 부딪쳐가며 터득해갔다.
 
김 PD는 이런 시점에서 유튜브를 만났다. 지금까지 옥수수, 웨이브, 네이버TV캐스트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방송을 진행해왔지만, 유튜브의 시스템은 확실히 차별점이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팀은 물론 법률팀, 미풍양속팀 수많은 부서들이 있었고, 이들과 함께 기획 계약을 하나하나 맞춰가며 큰 틀을 짜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유튜브는 김 PD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부터입니다. 그 기간 동안 편집기 프로그램을 새로 업데이트했외장 하드도하드도 새로 구축해야 했습니다. 또 4K는 기본 영상보다 용량도 3~4배 크기 때문에 준비가 많이 필요했죠. 일반 예능 촬영의 경우 전부 촬영하더외장 하드가하드가 100개도 차지 않는데, 이번 촬영에는 3~4배 정도 필요했습니다. 또 4K 촬영용 카메라의 배터리는 1개당 40분밖에 되지 않아서, 기내용 캐리어 2개에만 배터리를 꽉 채워서 가져갔습니다. 나중에 입국심사 때 이와 관련된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대체 뭘 찍을 건데 이렇게 많은 게 필요하냐고요. (웃음) 레코딩 타임이 40분밖에 되지 않으니 백업팀까지 전부 현지로 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실시간으로 배터리를 갈아서 백업팀에게 넘겨주고, 데이터를 투 백업 하면서 데이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유튜브 오리지널 '아날로그 트립' 스틸. 사진/SM C&C
 
이외에 유튜브 자체 복잡한 시스템도 한몫했다. 유튜브의 경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에 있어 크게 4가지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대강의 그림을 보여주는 러프컷부터 시작해 파인컷, 락컷, 그리고 유튜브 마스터컷까지 컨펌을 받아야 최종적으로 영상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렇게 '아날로그 트립'은 총 12개의 에피소드를 만드는데 꼬박 6개월의 시간이 소모됐다. 특히나 자막 없이 장면만으로 스토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편집은 평소보다 배로 걸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날로그 트립' 제작진과 유튜브 관계자들은 답사도 상상 이상으로 꼼꼼하게 준비했다. 이들의 모토는 재미와 아름다움이었다. 출연진들이 연습생이던 시절의 2002년 대한민국 감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라고 판단, 직접 찾아가 같은 장소도 4~5번 정도 재확인하거나 일주일 동안 꼬박꼬박 다른 숙소를 오가며 최대한 촬영에 알맞은 장소를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아날로그 트립'은 다른 예능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준비했습니다. 비교적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가까운 다른 예능과 달리, 이번에는 오롯이 출연자들끼리의 유대감을 보여주고 싶어서 촬영도 최대한 멀리서 관망하듯 진행하기 위해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짰습니다. 같은 장소에서도 촬영 동선을 수십 가지로 만들었죠. 그래야 멤버들이 어디로 가던지 저희들이 문제없이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으니까요. 무엇보다 4K를 준비했기 때문에 이들의 예쁜 얼굴을 잘 담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습니다."
 
심지어 제작진들은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김 PD는 함께 한국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완벽한 인서트샷(Insert Shot. 장면의 추가적인 정보를 줄 수 있는 디테일 컷)을 위해서였다. 헬리캠으로 일출 샷만 3번을 촬영하거나, 10일 동안 인서트 컷에 필요한 장면을 추가로 수집했다. 이 시기에도 촬영팀들은 우기에 고가 장비들이 젖지 않도록 김장 비닐팩과 방수팩, 심지어 검정봉투백까지 덮고 들고 다녀야 했다.
 
유튜브 오리지널 '아날로그 트립' 스틸. 사진/SM C&C

동방신기-슈퍼주니어, 이들조차 잊고 지냈던 과거
 
이런 제작진들의 각별한 준비 덕분이었을까.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는 매우 편안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물론 슈퍼주니어의 경우, 다른 예능과 확연하게 다른 촬영에 초기에는 "이렇게 촬영을 해도 되냐"고 물어볼 정도로 당황했다고.
 
"다른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는 제작진과 출연진들의 거리가 가깝습니다. 유대감 같은 걸 쌓으려고 하는 것도, 그래야 출연진들이 마음을 열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희들저희는려 반대였어요. 저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촬영을 하니까 이특 씨 같은 경우는 '진짜 이렇게 해도 되나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너무 불안해하는 것 같아서 결국 나중에는 어느 정도 소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희가 준비한 그림을 보여드렸고, 그제서야 멤버들이 편안하게 움직였죠."
 
촬영진들도 당황한 건 마찬가지. 나름 잔뼈 굵은 촬영 감독들도 '아날로그 트립'에서는 유독 당황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예능 촬영에서 써본 적 없던 어마어마한 기기들을 거친 야외에서 촬영한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했던 것. 하지만 김 PD는 그럴 때마다 "한 번만 나를 믿고 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해가며 촬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금의 '아날로그 트립'이 완성됐다. IT와 북적거리는 대도시를 벗어나 자연환경이 우거진 족자카르타는 멤버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열게 했다. 김 PD는 "예능이 아니라 여행을 한다는 마음을 갖고, 뭔가를 만들어가는 것에 집중을 시키면 방송에서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 나올 거로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가장 뿌듯한 건 촬영한 멤버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유노윤호 씨의 경우 인터뷰를 할 때 본인은 2003년을 기준으로 정윤호와 유노윤호를 나눠서 살아왔다고 하더라고요. 데뷔 후 정윤호의 모습을 잊고 유노윤호로 살아왔는데, 이번 촬영에서 자신도 잊고 지냈던 정윤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셔서 좋았습니다."
 
유튜브 오리지널 '아날로그 트립' 스틸. 사진/SM C&C
 
김 PD는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의 데뷔 초부터 전성기 시절, 그리고 현재까지의 일대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슈퍼주니어의 뛰어난 예능감은 물론, 동방신기 두 멤버의 묘한 케미까지 김 PD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두 그룹을 함께 촬영한다는 것에 있어 재미 포인트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촬영을 들어가보니,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다양한 재미가 들어 있었다. 멤버들끼리 서로 여행 전담 파트를 나눠서 활동하는 것은 제작진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동방신기의 경우는 팀워크가 상당히 좋다는 걸 느꼈습니다. 슈퍼주니어가 왁자지껄하게 있는 모습을 뒤에서 조용히 바라보거나, 더 재밌는 상황을 만들어줄 수 있도록 격려하는 모습이 보였죠. 또 유노윤호 씨의 경우는 스스로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최강창민 씨가 어디를 갈 때는 '형, 여권 나한테 줘'라는 말을 할 정도로 허당이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여행할 때 동생인 창민 씨가 총무를 맡고, 본인이 식량을 담당하게 되니 동생을 서포트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여행 동안 한 번도 식량을 잃어버리거나 까먹은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호텔에 가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식에서 남은 음식을 싸오기도 하고, 라면 갯수 하나까지 꼼꼼하게 세는 모습이 새로웠습니다. 이게 이 사람만의 배려심이라는 걸 느꼈죠."
 
슈퍼주니어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건 마찬가지. 촬영 중 차 안에서 기상캐스터로 완벽하게 애드립을 하는 부분을 보면 "참 슈주답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개별적인 모습에서는 새로운 모습들이 다수 포착됐다.
 
"은혁 씨는 스스로 주도하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룹 내에선 그렇게 직접 나서서 가이드를 하는 일이 없으니까 이번 여행에서 직접 일대기를 설명하고, 멤버들이 이걸 듣고 좋아하는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끼더라고요. 동해 씨의 경우는 잠과 커피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고 할 만큼, 까다롭다면 까다로운 사람인데 이번 여행에선 누구보다 멤버들의 일정에 자신을 맞췄습니다. 가장 일찍 일어나서 자연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이 촬영을 즐기고 있구나'하는 걸 느꼈죠."
 
"이특 씨는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미 예능감이 검증된 멤버입니다. 사실 가장 한국식 예능에 특화된 멤버 중 하나인데, 이번 예능에서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멤버들이 놀고 떠드는 모습을 큰 형처럼 멀리서 관찰하고, 편안하게 예능에 임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서 좋았죠. 실제로 얼마 전에 저한테 이특 씨가 직접 전화를 하셔서 '너무 재밌었다'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습니다. 신동 씨의 경우는 사실 2002년 당시 연습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바로 동방신기와 친해지기였죠. (웃음) 그 때문인지 스스로 촬영 담당 멤버로 나서서 자신이 아니라 멤버들의 모습을 찍어주려 다니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좋은 촬영지를 찾기 위해 엄청 뛰어다니셨죠. 너무 돌아다니셔서 그러셨는지 본인은 '안 먹는다'라고 말은 하는데 계속해서 먹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셔서 재밌었습니다."
 
유노윤호-은혁. 사진/뉴시스
 
현재 '아날로그 트립'은 일반 구독자의 경우 총 2회까지 공개된 상태.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한 비하인드 콘텐츠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음원 발매나 뮤직비디오 공개는 물론, 시즌2에 대한 스포일러도 살짝 언급했다. 물론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확정 지을 수는 없지만, 유튜브 예상 수치보다 훨씬 긍정적인 수치가 나온 것만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시즌2에 대해서는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건만 된다면 저희도 환영입니다. 언젠가 한 번쯤 멤버들끼리 '다음엔 시원한 나라에 가자. 예를 들면 러시아'라고 하는데, 또 한 번 인연이 되어 가게 된다면 우리도 바랄 것이 없을 거 같아요. 가장 좋은 것은 '아날로그 트립'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또 다른 SM그룹 버전, 또 다른 그룹들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습니다."
 
유튜브 오리지널 '아날로그 트립' 기자간담회. 사진/뉴시스
 
현재 '아날로그 트립' 제작진들은 더 많은 콘텐츠를 공개할 예정이다. 4K 카메라를 들고 다닌 만큼 '얼굴 천재' 멤버들을 위한 개별 얼굴 클로즈업 영상, '슈퍼주니어' 은혁의 도슨트 버전 가이드 영상, 차 안에서 멤버들이 나누었던 단체 메신저방 오픈 등이 있다. 가장 큰 프로젝트는 내년 1월 1일 마지막회 오픈을 기념으로 멤버 전체가 모여 라이브 방송을 계획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김지선 PD는 멤버들과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자신을 믿고 따라준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에게 "촬영의 퀄리티가 좋게 나온 것은 전적으로 멤버들의 덕분"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는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프리미엄 구독자들의 경우 이미 '아날로그 트립'을 전부 시청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유튜브 댓글은 물론 SNS 반응도 많이 살펴보는데, 지금까지는 전부 좋은 댓글만 봐서 기분이 좋습니다. 특히 저희가 열심히 찍은 인서트 컷을 보고 '이 장면 너무 잘 어울린다'라거나, '방송을 보고 여행가고 싶어진다'라는 말을 들으면 너무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선플' 부탁드립니다."
 
한편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의 '아날로그 트립'은 매주 수요일 저녁 10시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다.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의 경우 12개의 에피소드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김희경 기자 gmlrud15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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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경

뉴스토마토 김희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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