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리듬)권용원 갑질폭언, 이명희·양진호와 뭐가 다른가?
(뉴스분석)사무금융노조 사퇴요구 '아랑곳'...권한도 없는 이사회서 거취 논의
입력 : 2019-10-28 17:09:44 수정 : 2019-10-28 20:36:44
 
 
[뉴스토마토 전보규·최기철 기자]
 
[앵커]
 
운전기사와 임직원들에게 갑질 폭언을 한 권용원 금융투자협회 회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권 회장은 사건 발생 뒤 사과 때와는 달리 본인의 거취문제를 협회 구성원이 아닌 업계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입니다. 금투협은 내일모레 수요일(30일)에 긴급 이사회를 열고 거취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증권부 전보규 팀장 나왔습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의 갑질·폭언 논란이 불거졌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권용원 회장 논란은 한번에 나오기는 했지만 한가지가 아니고 정확히는 갑질, 폭언,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발언 이렇게 세가지입니다. 우선 첫번째는 운전기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것인데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권 회장이 운전기사에게 "오늘은 새벽 3시까지 술 마실거니까 각오하고 오라"고 합니다. 
 
여기에 운전기사가 "오늘 아이 생일이라"면서 말끝을 흐리는데 권 회장이 "미리 얘기를 해야지 바보같이, 그러니까 당신이 인정을 못받잖아"라고 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협회 홍보직원에게 "니가 기자 애들 쥐어 패버려"라고 말한 것이고 나머지는 회사 임직원하고의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인데 정확하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너 얘한테 여자를 인마"라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듯한 말을 한 것입니다. 
 
그래픽/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앵커]
 
권용원 회장은 이런 일이 공개된 다음 어떤 입장을 보였나요?
 
[기자]
 
권 회장은 관련 보도가 나온 시점에 해외 출장중이었다가 일정을 다 마치지 않고 조기 귀국해서 사과문을 내놨습니다. 
 
사과문은 5문장 정도로 짧았는데요. 상처 받은 모든 분께 죄송하다. 변명하지 않겠다. 거취문제는 각계의 의견을 들어 그에 따르겠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과문은 처음 보도가 나오고 날짜로는 사흘 뒤에 나왔는데 해외에 있다가 돌아왔고 중간에 주말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빠르게 내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사과의 뜻은 빨리 표했지만 사안에 비해서는 부족한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드는데요. 
 
[기자]
 
권 회장의 사과문에 대한 반응은 여러가지였는데요. 한쪽에서는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짧은 사과문을 내놓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 내용도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녹취가 이미 공개된 상태에서 각 사안에 어떤 설명이나 해명을 덧붙이면 권 회장이 경계한 것처럼 변명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었다. 최대한 서둘러서 사과의 뜻을 표현한 걸로 충분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부정적으로 봤던 쪽에서는 업계의 의견을 들어서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부분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했는데요. 분위기를 보면서 결정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기 때문입니다. 
 
그래픽/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앵커]
 
권 회장이 임기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서 금융투자업계는 부정적인 시각인가요.
 
[기자]
 
금융투자업계의 생각은 임기를 이어가는 것과 사퇴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정리하기가 힘들 정도로 팽팽하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우선 이번에 나온 녹취록 내용을 보면 정도가 지나친 면이 있지만 권 회장이 직원을 개인적인 용무로 늦게까지 기다리게 한 것도 아니고, 기자를 어떻게 하라거나 한 부분,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것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부분도 이해할 만한 수준이라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발언들이 그동안 드러났던 일부 재벌가의 행동처럼 폭력적이지도 않았다는 것이기도 하구요.
 
사퇴를 해야한다는 쪽에서는 어쩌다 한번 일어난 실수로 보기가 어렵고 부적절한 행동을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인물이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자리에 있는 것은 맞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권 회장은 키움증권 사장을 10년 정도 지냈는데 당시에도 술을 마시면 거칠다는 얘기가 적지 않게 돌았습니다. 금융투자협회장까지 합치면 최소한 10여년 동안 이어진 행동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앵커]
 
이번주 수요일에 금융투자협회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여기서 거취를 논의한다던데. 사과를 한 것과 거취 결정에 시차가 많이 벌어지는 것 같은데요. 
 
[기자]
 
사과를 했을 때와 상황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앞서서 사과문에 업계의 의견을 들어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게 사퇴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이 됐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사과문을 낸 뒤에 바로 권 회장은 증권사 사장단과의 모임을 했고 그 자리에 참석한 증권사 CEO들이 모두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의 얘기를 듣겠다고 했는데 계속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했으니 임기를 이어갈 명분을 얻게된 것입니다.
 
이후 별다른 일이 없었다면 시간이 흐르고 권 회장과 관련된 논란도 잠잠해지면서 임기를 마치는 방향으로 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금융투자회사 경영진과 다른 부정적 인식이 표면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사무금융노조가 지난주 목요일, 24일에 성명서를 내고 권 회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사무금융노조는 군부독재시절을 연상케하는 말을 했다고 하는 등 권 회장을 아주 강하게 비판했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들어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모든 법적수단을 동원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후에 급하게 이사회를 열기로 했고 다시 한번 거취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를 해보겠다라고 한 것입니다.
 
그래픽/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앵커]
 
권 회장의 이름이 포털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도 하고... 금융투자업계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물의를 일으켰다고 봐도 될 일이니 사퇴 여론이 있는 것은 당연한데, 증권사 사장단이 하나같이 사퇴를 만류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
 
귄 회장이 일을 잘한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권 회장은 20년 정도 공직생활을 하고 키움증권 사장도 오래 하면서 민관 모두 잘 알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투자협회장 취임 이후에 자본시장 제도 개선에서 성과를 내고 있었습니다. 증권거래세 인하가 대표적입니다.
 
현재는 금융투자 세제 개편을 추진 중이구요. 구체적인 제도 개선도 개선이지만 무엇보다 정부, 여당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는 게 높은 점수를 받는 부분입니다. 
 
단적인 예가 올해 초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협회를 찾아서 간담회를 한 것인데요. 그동안 자본시장이나 금융투자업계가 정치권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관심을 받을 때는 부정적 이슈가 있을 때 뿐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이례적이고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앵커]
 
이번 이사회에서 권 회장의 거취에 대해 결론을 짓는 것인가요. 
 
[기자]
 
권 회장은 이사회가 끝난 뒤에 입장 발표를 할 예정이기는 하지만 이사회가 권 회장의 거취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표결을 하지도 않을 것이구요.
 
이번 이사회는 말그대로 협회의 중요 의사결정을 맡고 있는 이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자리일 뿐입니다.
 
[앵커]
 
결정 권한이 없는 이사회를 통해 거취를 결정하겠다? 이해가 잘 안되는데요. 결국 사퇴를 하지 않기 위한 명분쌓기로 봐야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이번 이사회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게 그 부분입니다. 이사회 구성이 권용원 회장 사태를 만류했던 증권사 사장단하고 겹치기도 하고 굳이 권 회장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 이유가 없는 사람들도 채워져 있어서 퇴진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금융투자협회 이사회는 총 12명으로 이뤄지는데, 권용원 회장과 최방길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 등 금융투자협회에서 두명이 들어가고 비상근부회장과 회원이사가 각각 2명씩입니다. 나머지는 공익이사인데 변호사와 교수입니다. 여기서 비상근부회장과 회원이사는 업계 CEO입니다. 
 
구성원의 절반은 이미 권 회장이 임기를 계속하는 쪽에 서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입니다. 공익이사들도 굳이 힘들 싸움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권 회장이 계속 있든 없든 본인들에게 크게 달라질 게 없는데 불편한 관계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협회장이 회원사 투표로 결정되는 자리니까 의견을 듣고 싶다면 회원사 총회를 거치는 게 맞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앵커]
 
금융당국 국정감사에서도 권 회장 얘기가 나왔던 걸로 아는데. 금융당국의 조치를 통해 권 회장의 거취가 달라질 수는 없는 건가요. 아니면 사무금융노조가 얘기한 특별근로감독이나.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검사 권한이 있지만 금융투자협회가 공공기관이나 직접 금융거래를 주관하는 곳도 아니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이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권 회장 건의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이 아니라 개입할 근거가 없습니다. 
 
특별근로감독관은 피해 당사자가 고용부에 진정을 내야 하는데 녹취에 등장했던 직원들은 현재는 별 문제없이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 진정서를 낼 가능성이 낮아보입니다. 진정서 없이도 고용부가 특별근로감독관을 파견하기도 하지만 사례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권용원 회장이 금융투자협회를 계속 이끌어갈지 아니면 자리에서 내려올지는 온전히 권용원 회장의 마음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고생했습니다. 증권부 전보규 팀장이었습니다. 
 
 
전보규·최기철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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