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경협 패러다임 바꿔야 한다
입력 : 2019-10-25 06:00:00 수정 : 2019-10-25 06:00:00
"북한 뉴스가 나오면 가슴부터 철렁합니다. 국민들은 그냥 일상적으로 도발이나 대남 전략으로 받아들이시겠지만 저희로서는 생계가 걸려있습니다. 이렇게 불안해서야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행여 공단 폐쇄라도 하는 날이면…"
8~9년 전 외교부와 통일부를 출입하던 때 기자 자격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했을 때 만난 한 중견기업 대표의 얘기다.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기업들을 유치했지만, 북한발 이슈라는 것 자체가 워낙에 예측하기 힘든 특성을 지니고 있어 굉장히 힘들다는 게 당시 만난 대표의 토로다. 우려했던 공단 폐쇄는 박근혜 정부때 현실화 됐고, 우리 기업의 자산은 동결이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발이 묶여 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발언의 여파가 상당하다. 전체적인 남북경협의 틀을 흔드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어서다. 지금까지는 남북 교류의 연장선상에서 경협이 주로 남과 북 사이에서 이뤄져 왔는데, 사실 이에 대한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쯤에서 경협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 즉 남과 북의 양자 협력은 항상 관계의 정도에 따라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손을 잡으며 마치 한반도 통일이 목전에 온 것 마냥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미북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상황은 정체됐고, 그 여파로 북한은 우리가 알던 예전의 북한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정부가 한반도 평화경제를 주창하면서 내세운 것이 이른바 '한반도 H축'이다. H축은 환동해경제벨트, 접경지역평화벨트, 환황해경제벨트가 핵심이다. 한반도를 H 모양으로 구분해 북한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남과 북의 양자 협력이라면 사업 자체가 남북관계 또는 미북관계의 상황에 따라 언제든 중지될 수도, 심지어는 무산될 수도 있다.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말이다.
이쯤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러시아와 중국과의 4자 경협이다. 비록 외국 자본이 한반도 개발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부정적 인식이 없진 않지만, 사실상 이 방안이야 말로 사업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업 자체에 러시아와 중국의 자본이 참여하는 협업의 형태라면 북한도 쉽게 방향을 틀기 어려울 것이다. 예컨대 금강산 관광 지역에 들어선 우리 시설들에 러시아와 중국 자본이 참여했다고 가정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그렇게 쉽게 "싹 들어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힘들 것이다. 나아가 선대의 사업을 이례적으로 비판하면서 경제 지도자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다국적 자본이 참여하는 개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물론 자본 참여로 인한 개발권이나 사업권 등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칫 한반도가 외국 자본의 놀이터가 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남북경협은 양자경협 보다는 다자경협으로 진행하는 것이 여러모로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중장기적 플랜 하에 정치가 경제를 잡아먹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경협의 안정성과 실효성 그리고 시너지 효과를 한층 더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기존 경협의 틀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대경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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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대경

정경부 권대경입니다. 정치경제사회 현안 분석을 통해 좋은 기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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