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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한 톨 없는 자신의 이야기, 록으로 돌아온 카더가든(종합)
픽션이나 경험 일부로 지어내던 사랑 대신 유년시절과 가족 이야기
"자연스럽지 못했던 자신 돌아보게 돼…앞으로도 록 음악할 것"
2019-10-24 06:00:00 2019-10-24 11:12:2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일부러 코피를 쏟고 부모님 관심을 끌려던 소년('A Kid From Bathroom'), 다소 강압적으로 느껴졌던 가정 환경과 '좋은 어른'은 무엇일까에 관한 고뇌('의연한 악수')…. 
 
한 문장 혹은 두 문장에 담긴 설명은 담백하면서도 압축적이었다. 장황할 것 없이 자신을 갈라 쏟아낸 이야기. 일부 경험이나 픽션으로 치장하던 사랑 이야기는 정리하고 머릿 속 작은 방에 모여 살던 유년시절 트라우마를 담담히 풀어보기로 했다. 
 
23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싱어송라이터 카더가든의 음악감상회. 정규 2집 'C'로 돌아온 그는 이날 앨범에 담긴 전곡을 들려주면서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는 뮤지션들이 음악에 삶을 투영했듯 나를 내 음악에 넣어보고자 했다"고 얘기했다.
 
카더가든. 사진/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왜 성찰이었나. 본지 기자의 물음에 그는 "억지스럽게 뭘 하려고 하지 말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보자'는 생각을 하다 유년시절을 떠올렸고 가족을 떠올렸다. 뮤지션으로서 스스로 자연스럽지 못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돌아보게 됐다.
 
"픽션이나 경험 일부 만으로 지어내던 사랑 이야기는 솔직히 힘들었었어요. 제 자신의 이야기를 막힘없이 쓰면서 이게 자연스러운 거구나 생각이 전환됐어요."
 
타이틀곡은 자신의 삶의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꿈을 꿨어요'. 어린 시절을 마주보며 생각한 감정을 풀어낸 곡이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것들', '지금은 틀리지만 그때는 맞았던 것들'을 잔잔한 모던 록 사운드로 풀어낸다. 뮤직비디오에 담긴 그와 가족은 흡사 클로드 모네의 그림 같은 채색으로 아련히 번진다.
 
'할 수 없던 말들, 기대어 숨던 곳을/ 나 오늘에서야 돌아봐요/ 낮은 천장 위로 열어본 둘의 소원/ 그때도 난 내가 가여웠을까.'
 
깊은 성찰이 묻어나는 곡들을 지나면 일상의 자신을 그린 소소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면허가 없어 겪었던 불편, 사람들과의 적절한 만남 주기 등. "슬픈 정서라기 보단 담담함이었던 것 같아요. 거짓 한톨도 넣지 않고 내 얘기를 해보자. 합주하거나 라이브할 때도 제 감정선이 잘 들어갈 것 같아요."
 
카더가든. 사진/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사운드 적으로는 완전한 록 밴드로의 전환. 
 
카더가든은 2013년 EP 'Jackasoul'로 데뷔했다. 앨범 피처링에 참여했던 빈지노 덕에 '메이슨 더 소울'이란 당시 활동명이 알려지게 됐다. 특유의 쇳소리 나는 미성, 소울풀한 사운드는 음악의 주 특징이다.
 
1집 'Photographer' 이후 카더가든으로 활동명을 바꿨다. 강산에, 혁오 등이 소속된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로 옮겨 기존 흑인 스타일 음악보다 록에 가까운 사운드로 변화를 꾀했다. 
 
잔잔한 모던 록으로 시작되는 이번 앨범은 최근 인디씬의 핫한 밴드들이 쓰는 꺼끌꺼끌한 쟁글팝까지 아우른다. 흑인 소울이 풍기는 그 만의 목소리가 신선한 느낌을 준다. 
 
"제가 늘 좋아하던 음악은 록이었습니다. 흑인 음악을 했던 몇 장의 음반도 이런 록 음반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신세대 음악 같다고 해주시니 좋지만 저는 세대 구분 없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카더가든. 사진/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앨범명 'C'는 인간 카더가든이 좋아하는 것들의 모음. 차('Car')와 담배('Cigarette'), 크리스마스('Christmas').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 뜬금의 단어들은 '지독히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음반'을 설명할 수 있는 조합이다. 
 
앨범 발매를 맞아 11월8일 서울 예스24라이브홀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춘천, 대전, 광주 등 6개 도시에서 전국 투어도 진행한다. 
 
"같은 레이블 동료들을 많이 부러워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클럽투어를 하면서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음악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고 이번 투어를 하면서 그분들께 제가 받은 에너지를 드리고 싶어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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