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문 대통령, '비전2045' 초안 퇴짜…"국민 감동할 수 있는 내용 담아야"
지난 광복절 발표하려다 보류…부처별 2045 모방전략도 줄차질
입력 : 2019-10-23 15:25:51 수정 : 2019-10-23 15:39:4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정부가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까지 달성할 국가 중장기 과제를 담은 '국가비전 2045'를 지난 광복절에 발표하려 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로 보류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지적으로 알려졌다. 
 
23일 복수의 청와대·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비전 2045는 현재도 난항을 거듭 중이다. 당초 발표기일로 잡은 광복절을 이미 넘긴 상황에서 연내 발표도 불투명하다. 정책기획위원회 관계자는 "국가비전이 언제 완성될지 알 수 없다"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국가비전 2045는 청와대와 정부의 국정과제협의회가 총출동해 매진했다. 국정과제협의회엔 정책기획위와 일자리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치분권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국가교육회의 등이 포함됐다. 상반기까지 논의된 국가비전 2045엔 '혁신적 포용국가'를 주제로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까지 포용적 성장, 자치분권, 한반도평화 등을 달성하는 내용을 넣기로 했다. 하지만 메시지가 추상적이고 신선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업무에 관여한 복수 관계자는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등은 내용과 메시지가 명확하고 추구하려는 국가모델도 선명했다"면서 "혁신적 포용국가는 그것과 달리 내용이 당장 손에 안 잡히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6월에 초안을 보고받고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취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청와대 비서실이 학계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국가비전에 관한 새 아이디어를 수집했다는 후문이다. 
 
8월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정과제위원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황이 이렇자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정책 전략'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혁신적 포용국가를 중장기 국정과제로 정했고 올해는 3·1운동과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미래 100년'을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시점이 광복 100주년인 2045년이다. 문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2045년 광복 100주년엔 평화와 통일로 하나 된 나라, '원코리아'를 만들겠다"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 대통령이 2045년을 강조하자 정부도 이에 편승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래전략 2045', 해군은 '해군비전 2045'를 제시했다. 하지만 국가비전 2045 마련이 난항을 겪자 유사한 '비전 2045'도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중장기 국가비전 마련에만 몰두하는 것 자체가 전시 행정과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이 바뀌면 중장기 비전도 계속해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참여정부도 국가비전 2030을 주창했으나 당시에만 반짝 이슈가 되고 정권이 잃자 금방 잊힌 바 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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