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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김명민, 진심 담긴 ‘사명감’
“이 영화, 출연 이유 딱 하나였다…알려야 한다면 ‘사명감’ 때문”
“아들 또래 학도병, 죽으러 가는 전투…마음 헤아리기 힘들었다”
2019-09-30 13:10:00 2019-09-30 13:1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대중들은 메소드 연기란 단어로 한때 이 배우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들었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것은 이미 다 알려져 있고 경험했다. 하지만 이 배우의 진짜 힘은 진정성에 있었다. 언제나 그의 연기에는 배우가 아닌 배역이 드러났다. 그래서 이 배우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작품이 보였다. 그 작품이 얘기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보였다. 그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보였다. 그것을 메소드라고 부르며 찬사를 보냈다. 물론 이 배우는 그 찬사를 부담스러워하며 손사래를 치기 바빴다. 언제나 그는 흥행이란 단어보단 작품의 진심에 마음을 두고 접근했다. 그래서 이런 결과와 이런 평가를 받아왔는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배우 김명민이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을 택한 이유가 진심 하나에 방점을 찍었단 건 드러나고 있다. 이 영화에서 그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잊혀진 영웅이 아니다. 그들을 기억하게 만드는 조력자일 뿐이다. 그 진심이 이번에도 김명민의 눈에 보였다.
 
배우 김명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민은 이번 영화 출연에 대해 자신의 필모그래피 어떤 작품과도 다른 이유를 전했다. 작품의 메시지, 캐릭터, 감독, 상대 배우 등 배우는 출연작을 선택할 때 여러 이유가 있다. 때로는 흥행에 대한 목마름도 드러내기도 한다. 영화제 출품에 대한 수상 여부를 노리는 배우들의 속내도 있다. 김명민은 전혀 다른 이유를 전했다.
 
정말 이 영화는 다른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완벽하게 딱 한 가지 이유뿐이었어요. ‘사명감이였죠. 배우가 어떤 사명감을 띠고 영화에 출연한다고 하면 굉장히 이상하게 들리실 거에요. 그런데 진짜 그랬어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건 해야 된다그것뿐이었어요. 출연 분량도 문제가 안됐어요. 제가 평소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도 아니고. 이 얘기가 정말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야겠단 생각뿐이었죠.”
 
김명민은 얼마 전 이 영화의 실제 소재인 장사상륙작전전승 기념식에 참여해 울컥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유가족의 편지 낭송을 들으면서 내가 이렇게 존재하는 게 그분들 때문이다란 생각이 들었다고. 실제로 한국전쟁에서 장사상륙작전은 비밀 작전이었기에 지금까지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아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배우 김명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에도 등장하지만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위해 여러 교란상륙작전이 진행됐다고 해요. 그 중에서 장사상륙작전을 영화로 선택한 게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전이었고, 결과적으로 이 작전 성공 때문에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해서 한국전쟁이 휴전까지 갔단 것이 거의 정설이라고 하더라고요. 단순한 교란상륙작전도 아니었어요. 북한군의 보급로까지 차단시키면서 엄청난 전세 역전을 이뤄냈었죠.”
 
이 영화의 부제는 잊혀진 영웅들이다. 실제 작전에서도 그랬고 영화에서도 그랬다. 참여 군인들은 평균 나이 17세의 학도병 772명이다. 이들은 평균 훈련 기간 2주 가량이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모두가 그랬다고 하지만 어떻게 그 어린 나이의 학도병들이 자신의 목숨을 던질 각오를 하고 나섰을지 가늠이 안됐다고. 영화에서도 학도병들을 이끈 김명민은 이해조차 안 되는 선택들이었다고 숙연해 했다.
 
누가 봐도 그냥 죽으러 가는 작전이에요. 그때의 학도병들이 알지는 못했겠죠. 제가 영화지만 한 스텝 떨어져서 그들을 보는데. 참 너무 가슴 아팠죠. 배에 탄 학도병 중에는 2대 독자, 3대 독자도 있었을 것이고. 저도 아이가 있지만 제 아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 학도병 들이에요. 저희 애를 보면 아직도 너무 어린데. 제 아들 또래 학도병 들이 죽으러 가는 작전에 나섰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죠.”
 
배우 김명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들의 작전은 영원히 역사 속에서 묻힐 뻔했다. 하지만 1997년 해병대에 의해 문산호잔해가 발견됐다. 그렇게 바닷속에서 묻힐 뻔한 승리의 역사는 수면 위로 끌어 올려졌다. 그리고 잊혀져 있던 영웅들은 반백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영화로 제작돼 우리의 긍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772명의 학도병들 모두가 영웅이고 승리 그 자체였다.
 
진짜 그런 생각을 하면 가장 가슴이 뭉클해져요. 마블의 영웅들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에겐 영웅들이 더 많아요. 가장 가까이는 한국전쟁에서 활약하신 영웅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 분들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을 우린 경험하고 있고. 진짜 그런 생각만 하면 소름이 돋고 온 몸이 짜릿해져요. 영화의 흥행 여부를 떠나 그분들의 얘기가 정말 많이 더 알려졌으면 해요.”
 
우려를 했었지만 시사회를 통해 그리고 개봉을 한 최근 시점까지 이 영화에 대한 국뽕논란은 잠잠한 상태다. 영화에서도 그랬다. 연출을 맡은 곽경택 감독과 김태훈 감독 두 사람은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을 만들 때 가장 경계했던 지점으로 국뽕을 들었다. 김명민 역시 그런 지점이 강하게 녹아 있었다면 출연을 망설였을 것이라고 한다.
 
배우 김명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국뽕’ ‘반공그게 전혀 없잖아요. 기존의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들을 보면 항상 이분법적이에요. 우선 저희 영화에 반공은 없어요. 보셨잖아요. 힘 없는 어린 학생들이 나라 지키기 위해 목숨 받쳐 나선 얘기에요. 북한군 장면도 거의 없어요. ‘국뽕’? 그게 보이셨나요? 저희 영화는 희생을 얘기해요. 사건 자체도 아주 간단해요. 장사리 상륙, 터널 폭파, 퇴각 작전. 이렇게 딱 세 개 부분으로 나뉘잖아요. 감독님도 그래서 처음에 국뽕을 진짜 철저히 배제시켰어요. 카메라가 전투를 찍는 게 아니라 학도병들 얼굴을 바라보잖아요. 그게 증거죠.”
 
김명민은 이번 영화만큼은 흥행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흥행이란 단어가 곧 많은 관객들이 본 것을 의미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흥행이 아닌 많은 관객들을 더 강조했다. 흥행 여부를 떠나서 이 영화가 보다 더 많은 분들에게 장사상륙작전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많은 어린 학도병들이 희생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우 김명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재미있게 보세요, 즐겁게 보세요. 이 말을 전혀 못하겠어요. 새 영화를 선보일 때마다 매번 인사처럼 했던 말인데. 그저 무대 인사를 할 때 꼭 이들을 기억해 주세요라고 말씀 드리고 있어요. 물론 영화를 보시고 극장을 나서시거나 또 우리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가면 잊혀지겠죠. 하지만 이분들이 있었단 것을 꼭 오랫동안 기억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게 제가 이번 영화에 출연한 이유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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