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박창기의 알고보면 쓸모있는 블록체인)중국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2019-09-24 06:00:00 2019-09-24 06:00:00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암호화폐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실제로 암호화폐 거래와 블록체인 산업에서 중화권은 세계 최대 규모에 이르고 있다. 2017년 10월 중국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ICO를 금지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은 비트코인의 최대 채굴국가이며, 중화권은 암호화폐 거래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중국 정부는 법정화폐 위안화를 블록체인 기술로 전자결제 화폐를 발행하는 데에도 앞서 있다.
 
지난 23일 기준 시가총액이 220조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의 생산 즉, 채굴의 50~60%가 중국에서 이루어진다. 중국인 우지한(吳忌寒)은 비트코인 채굴장비 최대 업체인 비트메인(Bitmain)을 창업했으며, 비트코인캐시(시가총액 6조원)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캐나다 국적 창펑 자오(趙長鵬)가 설립한 바이낸스(Binance)는 회원이 2000만명이나 되는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이며 가장 큰 고객들은 중국어 사용자들이다.
 
후오비(Huobi), 쿠코인(Kucoin) 같은 세계 수위권 거래소들은 몰타, 싱가폴 같은 해외에 본사 등록을 했지만, 대부분 운영 사무실은 상하이, 선전, 베이징, 항저우에 두고 있다.
 
이더리움(시가총액 25조원)에 이어 가장 많은 응용분산앱(dApp)의 운용플랫폼인 이오스(EOS, 4조원)와 트론(TRON, 1조5000억원)의 가장 많은 보유자는 중국인이다. EOS는 후오비 관련인들, 트론은 저스틴 선(Justin Sun) 같은 소수인사들이 주도해 블록체인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불법화된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Alt Coin, 비트코인 이외의 각종 암호화폐)을 알리페이(Alipay)와 위챗페이(Wechat Pay)를 이용해 장외거래로 위안화를 비트코인이나 달러연동 테더(Tether)로 바꾼 후 거래소로 쉽게 반출할 수 있다. 
 
매달 수십조원 규모가 장외에서 거래된다는 비공식 분석도 있다. 주로 위챗 같은 채팅방을 통해서 정보가 교환되고 거래가 성사되므로 정부가 단속하기 어렵다. 홍콩시위 사태의 악화, 미국과의 무역분쟁 여파, 혹은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외환보유고가 고갈돼 중국이 금융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만약 이로 인해 위안화의 급격한 약세가 예상되면 중국의 부자들 중 상당수가 각종 암호화폐를 외국으로 빼돌릴 것이므로 이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중국에서 ICO는 금지됐지만 암호화폐 발행과 투자에 관한 행사가 여러 도시에서 수시로 열리고 있으며, 관련 서비스산업과 언론 매체도 상당히 발달해 있다. 정부가 크게 간섭하지 않고 블록체인 기술과 글로벌 암호화폐 주도권 확보를 위해 묵시적으로 부추기는 분위기이다.
 
중국정부는 자국화폐인 위안화 발행을 디지털화 하는 연구 개발을 마치고 빠르면 올해 11월 광군제(光棍節) 시기에 블록체인 기반 전자결제 화폐를 발행한다는 보도가 있다. 국가가 화폐발행 방식을 블록체인으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중국정부가 암호화폐 방식으로 법정화폐를 발행하려는 이유는 1)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에서 통제를 회피할 수 있고 2)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대처할 수 있으며 3)법정화폐의 발행과 통제에 용이하고 4)위안화를 국제통화로 확산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이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에 익숙하기 때문에 활성화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라가르드 IMF 총재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를 적극 지지해 왔다. 그녀는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 등 분산원장 기술이 기존 시스템을 흔들고 있다. 전통 은행은 이에 따른 혁신과 적절한 규제를 만들어 내야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국가발행 암호화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기술은 항상 금융발전을 촉진해 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실험이 성공하게 되면, 이는 1971년 닉슨 대통령의 달러불태환 선언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매우 큰 획기적인 사건이다. 화폐 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엄청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베네수엘라가 이미 국가주도 암호화폐를 발행했듯이, 러시아와 이란도 미국 중심의 금융망을 우회할 수 있는 법정화폐를 블록체인 방식으로 발행할 가능성이 크다. 마이너스 금리 때문에 뱅크런을 우려하는 스웨덴, 캐나다 영국도 국가발행 암호화폐 연구에 적극적이다.
 
국가발행 디지털화폐는 기존의 암호화폐와는 달리 익명성을 보장하는 문제와 화폐 발행량 조절방식, 이자지급 메커니즘, 통신이 안 되는 상황에서의 화폐사용 같은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권력이 모든 개인의 금융거래를 파악하는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다. 
 
박창기 컬러플랫폼 대표(ckfrpark@gmail.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