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체제 1년, 혁신·변화에 ‘방점’…지배구조 개편 등 ‘과제’
지난해 9월말 ES 시대 본격화…미래차 시대 대비 전략적 투자 단행
기존 순혈주의서 탈피, 적극적 인재영입에도 박차
중국시장 실적 부진 지속, 정 수석부회장 고민거리
입력 : 2019-09-16 06:00:00 수정 : 2019-09-16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9월 그룹 전면에 나선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유연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조직문화, 인재 영입 등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중국시장의 부진 지속과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향후 과제로 꼽힌다.  
 
“기존과는 확연하게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 미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4차산업 혁명 시대를 주도해 나가겠다. 또한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 임직원 여러분들도 새로운 시도와 이질적인 것과의 융합을 즐겨달라.”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월2일 시무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14일 당시 정 부회장을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임명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다른 6명의 부회장보다 한 단계 위에 올라서면서 본격적인 ‘ES(의선)’ 시대가 개막됐다. 
 
 
 ■근무복장 자율화 등 창의적 조직문화로 변화
 
이후 정 수석부회장은 1년 동안 MK(정몽구 회장)과는 다른 자신만의 색깔을 경영에 덧입혔다. 우선 과거 군대문화로 일컫어지는 위계질서가 강한 문화에서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부터 근무 복장을 완전 자율화했다. 2017년부터 일부 부서를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 ‘캐주얼 데이’를 시행했지만 최근에는 기존 정장 일색에서 청바지, 운동화 등의 차림으로 변모했다. 
 
이달 초에는 직급과 호칭, 평가, 승진 등 인사 전반에 걸쳐 큰 폭으로 개편한 새로운 인사제도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일반직 직급은 연공중심 6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됐다. 직원 평가방식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고 승진연차 제도를 폐지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통적 제조업의 인사제도인 연공 중심, 수직적인 위계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며 “여러 변화를 통해 미래산업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일반직 직급, 호칭 개편 내용. 자료/현대차그룹
 
■전략적 투자·인재 영업 통해 미래 경쟁력 확보 나서
 
정 수석부회장은 기존 순혈주의에서 탈피해 미래 자동차 기술 업체들과의 전략적 협업, 외부 전문가 영입 등에도 적극 나섰다. 올해 3월, 인도 카헤일링 시장 1위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올라(Ola)’에 3억달러를 투자했다.
 
4월에는 네이버 최고 기술경영자(CTO) 출신 송창현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 ‘코드42(CODE42.ai)’에 전략 투자했다. 5월에는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 오토모빌리’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고 6월에는 미국 자율주행업체 ‘오로라(Aurora Innovation)’에도 전략 투자를 했다. 
 
해외 글로벌 영입은 디자인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에만 람보르기니 디자인 총책임자 필리포 페리니, 인피니티 수석디자인 총괄 카림 하비브, 중국 NIO 상하이 디자인 스튜디오 총괄 서주호 디자이너 등 3명을 영입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기아차 사장이던 지난 2006년 당시 세계 3대 디자이너로 꼽혔던 피터 슈라이어를 삼고초려 끝에 영입에 성공했다. 이후 알버트 비어만, 루크 동커볼케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합류를 이끌어 내면서 현대차, 기아차, 제네시스의 디자인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다.
 
특히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지난해 12월 대규모 그룹 인사에서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했는데, 외국인 임원을 이 자리에 기용한 것은 그룹 역사 상 처음이다. 순혈주의가 아닌, 실력 위주의 핵심 인재를 중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미래 준비가 미흡했던 점을 감안해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고 있다”면서 “과감한 조직문화 혁신, 전략적 협업, 외부인사 영입 등을 시도하고 있는 점은 MK 시대와 다른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대차그룹 변화의 성공 여부는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미래를 위해 혁신을 추진한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오른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송창현 코드42 대표. 사진/현대차그룹
 
■올해 주요 계열사 실적개선…중국시장 부진 ‘고민’
 
정 수석부회장의 승진 이후 현대차, 기아차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2889억원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으면서 위기설이 증폭됐다. 하지만 4분기 5011억원, 올 1분기 9249억원에 이어 2분기에는 1조2377억원으로 7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했다.
 
기아차도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173억원에 불과했지만 4분기 3820억원으로 증가했다. 2017~2018년 분기별 영업이익은 3000억원 내외에 그쳤지만 올해 1~2분기에는 각각 5941억원, 5336억원으로 2분기 연속 5000억원을 넘겼다. 
 
1년 동안 정 수석부회장의 성과가 있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우선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말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세와 ISS 등 주요 의결권 자문사 반대 권고에 부딪혀 포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말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에 표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다만 올해 3월에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에 완승을 거두면서 개편 재추진의 발판은 마련한 상태다. 현 정부가 재벌 개혁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조성옥 신임 공정거래위원장도 기업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밝힌 만큼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개편안 발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중국 실적 회복도 시급한 현안이다. 현대차는 7월까지 중국시장에서 31만9283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40만8274대)보다 21.8% 감소했다. 현대차는 2016년 114만2016대의 실적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 78만5006대, 2018년 79만177대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7월 중국 누적 판매량은 17만2687대로 전년 동기(19만1328대) 대비 9.7% 줄었다. 연간 판매량도 2016년 65만6대, 2017년 36만6대, 2018년 37만1263로 현대차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ES 체제 이후 과감하게 도전하고 결정하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미래차 주도권을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은 경쟁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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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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