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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신고제' 논란 촉발…"세입자 보호"vs"세금 전가" 평가 엇갈려
"임대시장 투명성 등" 긍정 평가 반면, 세금 압박에 시장 위축 우려도
2019-08-26 15:20:34 2019-08-26 16:58:19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전월세 거래 신고를 의무화하면 세금이 나가기 때문에 임대 수익 말고 돈 나올 곳이 없는 나이 많은 퇴직자들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먼저 실제 세금이 얼마나 부과될 것인지 확인해야 될 것 같다. 세를 놓기 위해 은행에서 빌린 대출 이자와 세금까지 합하고, 거기에 임대 관리비로 들어가는 돈까지 합쳐봐야 얼마 되지 않는다면 임대업을 접고 다른 투자처를 알아봐야 할 수도 있다.”(60대 임대사업자 박모씨)
 
정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대차(전월세) 신고 의무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향후 임대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편법들이 난무하거나 임대업을 접을 가능성도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이외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정책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정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함께 준비해 온 법안으로 올해 말 국회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2021년부터 실제 적용될 예정이다.
 
일단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임대차 시장 정보 투명화와 세입자 보호, 공정 과세 등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임대용으로 추정되는 주택 673만 가구 가운데 임대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주택은 22.8%에 그쳤다. 아울러 신고제가 되면 자동으로 확정일자가 부여되기 때문에 세입자가 따로 확정일자 신고 등을 할 필요 없이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임대 수익에 대한 과세 사각지대도 사라지게 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문제나 월세 소득세 부담으로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오피스텔 등은 이번 규제에서 빠지기도 했고, 실거래가 신고와 함께 확정 일자 신고도 동시에 받게 되니 임차인 보호도 강화될 것”이라며 “임대시장 투명성, 임대 정책 자료 보완, 세입자 보호, 과세 강화 등 다양한 차원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특히 “임대시장 가격 상승 우려는 제도 시행이 2021년이라 당장 불안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내년까지는 입주량이 좀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전월세 신고제가 시장에서는 호재보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민간 임대주택 시장 위축이다. 정부는 현재 민간 임대시장 규모를 600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대인들이 세금 압박 등으로 임대 사업을 포기할 경우 공공 임대주택만으로 모든 임대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도 정부는 세금 부족 등으로 민간 건설사 등에 임대 사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일부 전문가들은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하면 일부 지역에서 세입자에 대한 세금 전가 우려가 높다고 강조한다. 전월세 신고제로 세금을 피할 수 없는 임대인들이 가격 상승 등의 방법을 통해 세입자에게 일부 세금을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고, 세수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면 분명히 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대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세를 월세로, 월세를 전세로 돌리는 과정에서 가격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전월세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은 임대인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전에는 로또 분양을 노리는 청약자들이 눌러 앉으면서 전월세 수요가 늘고 있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 이후에는 공급 물량이 줄면서 전월세 시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셋째주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0.03% 하락하는데 그쳤다. 불과 2개월 전인 6월 셋째주 0.09% 하락한 것과 비교해 하락 폭이 크게 줄었다. 서울지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6월 셋째주 0.00%를 기록한 이후 8월 셋째주(0.05%)까지 9주 연속 상승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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