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의세상읽기)도쿄 올림픽은 후쿠시마 올림픽인가?
입력 : 2019-08-16 06:00:00 수정 : 2019-08-16 06:00:00
2020년 7월24일부터 8월9일까지 도쿄 올림픽이 열린다. 일본은 1964년 이후 56년 만에 다시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게 되었다. 우리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하계 올림픽을 두 번 개최하는 일본의 노고에 감사하고 축하하고 또한 함께 즐기고 싶다. 올림픽은 온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최대의 축제이니까 말이다.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평화와 친선, 그리고 도약이라는 올림픽 정신이 구현되어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가장 안타까운 나라는 독일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인류의 축제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독일 사람조차도 '나치 올림픽'이라고 부른다. 정당한 평가다. 나치는 군국주의와 반유대주의라는 인종차별 정책을 가리고 강하고 단결된 독일의 모습을 선전하는 선전 마당으로 올림픽을 이용했다. 올림픽 정신이 유린될 것을 우려한 유럽과 미국의 양심세력이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참여 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독일은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 성공은 세계대전과 유태인 학살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세계대전 패망 후 독일은 비록 분단되었지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정상국가 상태로 치르게 된 1972년 뮌헨 하계 올림픽도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인 검은 9월단이 열한 명의 이스라엘 선수들로 인질극을 벌이다 전원 살해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스타디움에는 올림픽기가 조기로 계양되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수십 명의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구성원을 유럽 각국에서 살해하는 보복을 저질렀다. 평화와 친선 그리고 도약을 추구하는 올림픽이 오히려 분쟁과 살해, 혼란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전범 국가인 독일에 이어 일본도 하계 올림픽을 두 번 치른다. 하지만 과정과 결과는 아주 다르다. 정상적인 민주국가가 된 독일은 반성하고 사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뮌헨 올림픽은 불행했다. 이에 반해 아직도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일본은 반성과 사죄는커녕 반복해서 자신의 죄악을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4년 도쿄 올림픽은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역사는 별로 공정하지 않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도쿄 올림픽이 세계인에게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자세에서 올림픽 정신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덮는 데 올림픽을 이용하고 있다. 나치 올림픽을 연상시킨다. 일본 정부의 주장은 너무나 단순하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8년이 지났다. 또 제염작업을 했기 때문에 안전하다"라는 게 전부다. 
 
핵발전소 사고에서 8년이라는 세월은 충분히 긴 시간이 아니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3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고지역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는 아무도 살지 못한다. 체르노빌 핵발전소는 납과 콘크리트로 거대한 산을 만들어 밀봉한 상태다. 그 안에 있는 방사선 물질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 오직 시간만이 약이다. 
 
일본이 주장하는 제염작업은 너무나 허술하다. 기껏해야 검은 비닐봉지에 그 지역의 나무와 풀, 그리고 두께 5센티미터의 표토를 모아둔 게 전부다. 라돈처럼 종이 한 장을 뚫지 못하는 방사선도 있지만 핵발전소 사고 잔해에는 납이나 콘크리트가 있어야 겨우 막을 수 있는 방사선도 있다. 
 
일본은 한 술 더 떠서 후쿠시마 지역에 야구장을 건설하고 또 후쿠시마 농수산물로 선수촌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일관성이 없다. 그들은 체르노빌 사태 때 소비에트 연방뿐만 아니라 모든 유럽의 농산물과 식품 수입을 금지시켰다. 한때 일본인들은 이탈리아 산 파스타를 먹지 못했을 정도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정확한 데이터를 내놓으라는 일본 시민과 각국의 전문가들의 요구에 일본 정부는 단지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이 새로운 국제 문젯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이 나치 올림픽의 판박이가 되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국제기구와 각국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에게 후쿠시마 일대의 방사능 오염 정도와 농산물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게 하면 된다. 
 
드라마 <체르노빌>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불쾌한 진실이 있을 경우, 우리는 진실을 잊을 때까지 거짓말을 하고 또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진실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쩌면 우리는 도쿄 올림픽이 사실은 후쿠시마 올림픽이라는 불쾌한 진실을 마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penguin1004@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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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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