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난민 조서 조작 논란을 낳은 법무부가 새 매뉴얼을 만드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으나, 깜깜이 심사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난민전문가들은 잘못된 심사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부는 지난달 23일 실제 면접 내용과 다르게 조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난민 면접 심사 담당 공무원 A씨 등 3명에 대해 내부 감찰을 거쳐 중앙징계위원회에 각각 중징계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난민면접 및 조서작성에 있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943건(2015년~2017년)을 조사해 55건을 직권취소하고 재면접을 실시했다. 나아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난민심사제도를 운영하겠다'며 난민신청자에게 충분한 진술기회를 부여해 난민심사에 필수적인 질문이 누락되지 않도록 올해 10월까지 난민심사 매뉴얼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난민업무 관련 법령·지침·편람 등을 보완·편집해 세부 심사매뉴얼 제작하는 방식이다. 또 4월까지 8명이 채용된 난민전문가(전문임기제)를 7명 더 채용하고 주기적으로 통역오류 유무 및 통역품질을 평가해 면접 정확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2일 "내부 감찰을 했다는 법무부가 실무에서 어떤 관행이 있어 조작이 발생했는지를 근본적으로 따지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제와서 뜬금없이 새 매뉴얼을 만들어 '충분한 진술 기회를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 변호사는 "그럼 지금까지 모든 난민 심사 과정에서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는 말이냐"고 반문하며 "조작과 누락은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심사의 투명성·공정성·전문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현재 심사 지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소한의 그림이나 계획도 없는 조치라고 본다"면서 "심사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게 사실이나 이는 저희가 10년 전부터 지적한 사안으로 법무부는 인력·예산 문제를 심사와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난민 소송 경험이 풍부한 다른 변호사도 "법무부에 난민신청자의 심사 평가기준을 공개해달라고 하면 내부지침이니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며 "매뉴얼은 예방적인 차원에서 만드는 것이고 논란이 된 난민심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 통역만 해도 통역사의 분야가 세밀하게 다르고 이들 일정에 따라 재판 일정이 좌우되는 형편인데 이런 난민신청자들이 충분한 권리를 행사하도록 별도의 조치 마련도 없이 매뉴얼만 만드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비판했다.
또한 "법무부에서 난민전담공무원 직무교육을 운영하고 연간 50시간 이상 관련교육 이수를 의무화했다고 하나 실제 법무부 내 난민전문가가 많지 않아 공무원들의 난민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난민신청 수에 비해 심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난민 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조차 심사 인력이 없는 것에 대해 '너무 심각하다'고 말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모든 조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새 매뉴얼로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난민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 관계자는 "난민 심사 담당자가 조직적으로 다 허위 면접을 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저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서 "심사 건수가 많아지고 국가도 다양해져 새로운 매뉴얼을 만드는 게 심도 있는 심사를 위해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심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갑자기 몇십 명을 한꺼번에 늘릴 수는 없고 현장 사정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확대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난민과함께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루렌도 가족 입국과 난민심사 보장 촉구 난민연대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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