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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소득세 포탈' 범LG일가 벌금형 구형
검찰, 주식거래 실행 임원들엔 '징역형' 요청
2019-07-23 15:21:55 2019-07-23 16:40:13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사주일가 간 주식거래를 통해 10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을 포함한 고 구인회 LG 창업주의 직계 및 방계일가 14명에 대해 검찰이 벌금형을 구형했다. 주식거래를 실제로 시행한 재무관리팀 임원 2명에게는 징역 5년에 처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재판장 송인권) 심리로 열린 범 LG일가 및 직원들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구 회장에 대해 벌금 23억원을, 구미정씨와 구본길씨에겐 각각 벌금 12억원과 벌금 25000만원을, 나머지 직계 및 방계일가 11명에 대해 각 500만원~4억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포탈한 양도소득세 발생 원인이 된 주식거래를 직접 실행한 전 LG재무관리팀 직원 김모 LG이노텍 전무에게는 징역 5년에 벌금 200억원을, 하모 LG 전무에게는 징역 5년에 벌금 30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LG 재무팀에서 사주일가 간 주식거래를 담당하면서 주식거래 증빙을 은닉하는 등의 방법으로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사건"이라면서 "본건은 통정매매로서 범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통정매매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시기와 가격을 사전에 서로 정하고 주식거래를 하는 불법행위다.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은 노영보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그간 재판에서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아니고,  사기 및 기타 범의도 없었다고 주장해왔다"며 변론을 시작했다. 노 변호사는 "옛날에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금융감독원에 가서 조사를 받으면 금감원 직원이 픽 웃으며 '판검사가 증권을 뭘 아느냐, 우리가 하는대로 다 된다'고 했는데, 이 사건 역시 국세청에서 그런 생각에서 고발한 게 아니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전에 한 피고인이 270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기업 돌아가는 걸 그렇게 판검사가 모르냐'고 절규했다""이 사건도 두 분 피고인과 나머지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분들인데 양도소득세 10% 안 내겠다고 범죄를 저지르겠냐"고 반문했다. 불법의 고의도 없고,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행위를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취지다. 노 변호사는 그러면서 "그간 국세청은 이 사건 주식거래도 조사를 통해 다 알고 있었고 한 번도 문제삼은 적 없었는데, 정권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뒤집은 게 아니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구 회장은 발언 기회에 "따로 없다"며 최후 진술을 하지 않았다. 나머지 일가원도 "잘 살펴달라" "현명한 판단을 겸허하게 기다리겠다"고 짧게 끝냈다. 징역형을 구형받은 하모 전무는 "대주주 주식거래를 담당하며 주주들의 매도매수 패턴을 2번 바꿨는데, 2013년엔 대량 거래 시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분산매매로 패턴을 바꿨고, 2016년엔 대주주 지분율이 희석되더라도 주식담보대출금을 갚고 자산건전성을 올리기 위해 매도만 해왔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희 재무관리팀이 위법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믿어오신 주주분들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선고는 96일 오전 10시에 한다. 재판부는 선고 전 마지막까지 해당 주식거래가 통정매매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례와 논문자료 등 추가 소명자료를 검찰과 변호인에게 받기로 했다.
 
구 회장 등 범 LG 일가는 사주 일가 업무를 포괄 위임 받은 LG 재무관리팀을 통해 100억 원대 양도득세를 포탈한 혐의로 지난해 4월 국세청에 고발되며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2008~2012, 2013~현재 각각 재무팀 전무로서 LG 재무관리팀을 총괄해 온 김 전무와 하 전무가 사주일가 주식을 다른 사주일가에게 통정매매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휴대전화 주문을 하고, 주문표를 작성하지 않거나 허위 주문표를 작성해 불특정 다수에게 각기 주식을 매매한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 세금을 포탈했다고 보고 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지난 5월21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에 들어서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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