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국내 젊은 총수들과 150여분 '박물관 만찬'…AI 협력 집중 논의(종합)
이재용ㆍ정의선ㆍ구광모ㆍ김동관 등 재계 3ㆍ4세 총출동
손 회장 측에서 만남 제안…일본 수출 규제 관련 조언도
입력 : 2019-07-04 22:38:18 수정 : 2019-07-05 00:05:03
[뉴스토마토 권안나·김동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등 국내 대표 기업 총수들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협력을 논의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이뤄진 만남인 만큼 관련 해법에 대한 얘기도 오고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만남은 손 회장의 제안으로 소프트뱅크 측에서 개별 기업에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4일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열린 만찬 장소에 입장하고 있는 (오른쪽부터)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4일 한국을 방문한 손 회장은 청와대 만찬이 끝난 저녁 7시부터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한국가구박물관에서 국내 기업인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정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 재계 3·4세 경영인들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창업자들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2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이날 만찬에서는 손 회장과 국내 기업인들 사이 협력과 투자에 대한 논의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대한 조언 등이 오고갔다. 손 회장은 오후 9시30분께 만찬 장소를 빠져나오며 국내 기업들과 AI 관련 협력과 투자를 늘릴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짧게 대답했다. 올해안에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그러길 바란다"고 했다. 
 
재일교포 3세인 손 회장과 국내 기업인들의 만남이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성사됐다는 점에도 관심이 쏠렸다. 손 회장은 한일관계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대답을 아꼈지만, 국내 기업인들에게 일본의 수출규제 제재를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조언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손 회장은 "(수출규제 관련)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언급했다. 
 
한편 만찬 시작 직전인 오후 6시57분께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이 함께 모습을 드러낸 점도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서울 모처에서 먼저 만나 한 차량에 동승한 채 만찬장소에 도착했다. 둘의 사이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같은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그동안의 근황과 신사업에 대한 얘기가 두루 오고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1990년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가 반도체 기업 ARM 공동 인수를 추진할 때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한국에서 이 둘의 공식적인 만남은 2016년 9월 이후 약 3년만이다. 
 
이 부회장에 뒤이어 나타난 구광모 회장, 김택진 대표, 이해진 GIO 등도 오후 7시 전에 모두 박물관에 도착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옆문을 통해 박물관 안으로 차를 이동시켜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참석자 명단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김동관 전무가 깜짝 등장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손 회장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만큼 정 수석부회장과의 만남도 주목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더 이상 자동차 회사가 아닌 IT 기업으로 변모할 것을 강조한 만큼 미래차 산업에서의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LG 역시 AI,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자동차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육성하고 있어 관련 협력이 기대된다.
 
국내 대표 IT 업체인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창업자도 손정의 회장과의 미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 투자 계열사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지난 2016년 500억원 규모의 '에스비넥스트미디어이노베이션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웹툰, 게임 등 콘텐츠 분야를 비롯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신기술 산업에서의 혁신 기업 발굴을 위해 협력 중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에스비넥스트미디어이노베이션펀드에 500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도 했다. 네이버의 기술 부분 자회사 네이버랩스나 일본 자회사 라인 등과의 AI 분야 협력도 기대된다.
 
엔씨소프트와 소프트뱅크의 콘텐츠·AI 협력도 예상된다. 엔씨는 지난 2001년 소프트뱅크와 합작으로 엔씨재팬을 설립했다. 이후 엔씨 대표 지식재산권(IP) '리니지' 시리즈가 일본에 출시돼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현재 엔씨는 '리니지M'(5월 출시), '리니지2M'(내년 예상) 등을 일본에 연이어 공개하는 중이다. 엔씨가 게임에 AI를 접목하기 위해 공들이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참석자들이 모두 도착한 뒤 박물관 내부에서는 한국 전통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들의 만찬 장소가 한국가구박물관인 만큼 국내 기업인들이 손 회장에게 한국의 전통 문화를 소개하며 만찬을 겸한 것으로 추측된다. 
 
권안나·김동현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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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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