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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 '마켓 메이킹', 업계 자율규제안 마련 절실
"관련 규제장치 없어…허수주문·자전거래·시세조정 등 불법소지 많아"
2019-07-03 17:34:56 2019-07-03 17:49:41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암호화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거래소들의 마켓 메이킹 행위에 대해서 업계 내 자율적인 규제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켓 메이킹은 투자자들이 안전하고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유동성 공급을 이유로 시세조작과 자전거래 등 시장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규제 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
 
주식시장은 적정한 가격으로 신속하게 주식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동성 공급자(Liquidity Provider, LP) 제도를 두고 있다. 유동성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매매거래 비활발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도·매수호가를 제시, 안정적인 시장가 형성을 유도한다. 저유동성 종목들은 매도·매수호가 가격 격차가 커져 거래가 지연되고 가격 변동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와 프로젝트들도 암호화폐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거래량이 부족한 중소 거래소나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암호화폐의 경우, 유동성 공급을 통한 마켓 메이킹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거래소들은 암호화폐 상장시 입금과 출금, 거래 시기를 나눠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호가 주문을 직접 넣는 메이커 거래자들에게 수수료 혜택을 주고 있다. 일부 거래소는 유동성 공급업체와 계약을 맺고 마켓 메이킹을 일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가 지난 2일 서울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열린 '블록체인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문제는 거래소의 마켓 메이킹이 안정적인 거래를 위한 시장 조성 활동을 넘어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데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주식시장은 매도·매수호가 제출을 통해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마켓 메이킹이 제한된다"며 "반면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허수주문와 자전거래, 시세조정행위, 봇 이용행위, 거래소의 직접 참여 등 암호화폐 가격을 상승시키거나 조정하는 여러 행위를 통칭해서 부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서 마켓 메이킹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없다보니 시세조작, 위장거래 등 부작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검찰은 "거래량과 주문수량 등 시장 정보를 조작하고 거래소가 직접 암호화폐 거래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사기 및 사전자기록 등 위작 혐의로 불구속 기속한 바 있다. 두나무는 "거래 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다"며 "거래소 오픈 초기에 고객 보호와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고, 현재도 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조 변호사는 전날 서울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열린 블록체인 산업의 법률적 현안을 다룬 심포지엄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이같은 마켓 메이킹 활동이 불법행위로 문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정부가 가까운 시일 내에 암호화폐와 거래소 관련 규제안을 내놓고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암호화폐 업계가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및 시행세칙 등 유사 시장의 규제 장치를 참고해 자율적인 규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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