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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스테이블 마인드셋' 윤하 "비오면 과거의 나, 내 모습 생각나"
1년7개월 만에 새 EP 발표…사계절 연작 중 첫 앨범
"목소리는 내 중심이자 나 그 자체" 앨범 발매 기념 인터뷰①
2019-07-02 07:00:00 2019-07-02 07: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언젠가부터 그는 목소리로, 음악으로 비를 그렸다.
 
비는 참았다 고이는 눈물이었고('우산'), 이별의 울컥거림이었으며('소나기'), 때론 사랑의 두근거리는 리듬('빗소리')이기도 했다. 
 
이제 비는 과거의 자신, 살아온 삶의 반영이다. 
 
"비가 오면 센치해져서 멍 하니 있어요. 비에 관한 노래도 즐겨 듣고요. 요즘엔 예전 저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어요. '내가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타이밍에 관한 것들이요."
 
가수 윤하. 사진/C9엔터테인먼트
 
음악에 줄곧 비의 공감각적 정서를 채색한 뮤지션 윤하가 말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노래에서 비의 서정이 느껴지는 것에 어떤 생각이 드냐'는 본지 기자의 물음에 "에픽하이와 함께 한 곡 '우산'부터 분명 음악적으로 변화의 기점이 됐던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때 이후로 음악에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터치를 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비의 무드를 좋아하게 됐고, 그 속에 제가 많이 스며든 것 같아요."
 
올해 장마 시즌에 맞춰 그가 새 EP '스테이블 마인드셋(Stable Mindset)'을 낸다. 지난 2017년 정규 5집 '레스큐(RescuE)' 이후 1년7개월 만의 신보다. 앞으로 이어갈 사계절 연작 시리즈 중 첫 앨범이기도 하다.
 
'봄꽃을 바라보다 비 오는 창가에 서서 입 맞추고('사계')',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내가 많이 아파요('비가 내리는 날에는')', '니가 좋아했던 비가 그치는데 그리 좋았었던 순간도 언젠가 있었는데('Rainy Night')'…. 앨범을 돌리는 순간, 비에 관한 노랫말들이 넘실 거린다. "비가 오는 날이면 세상에 블라인드가 처진 느낌이 들어요. 그곳이 사람이 많은 탁 트인 공간일지라도요. 과거 제 자신의 모습도 생각하게 되고…." 
 
마지막 곡 '레이니 나이트(Rainy Night)'는 비에 관한 감상을 직접 쓴 첫 자작곡이다. "'우린 그랬는데' 하며 과거를 돌아보는 얘기예요. 돌릴 수 없는 과거 시간에 대한 생각들, 그런 것을 노래로 해보는 것도 제 자신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하 '스테이블 마인드셋' 사진/C9엔터테인먼트
 
비의 서정을 닮은 이번 앨범은 '본연의 윤하'를 향해 있다. 그 자신의 목소리가 음악적 중심이자 기준이 되고, 정체성이 된다. 
 
록과 재즈, 알앤비(R&B) 등 장르의 벽을 허물던 기존의 싱어송라이터 모습 보다는 보컬이자 퍼포머로서의 그다. 트와이스 앨범을 작업한 도코(DOKO) 등 전문 프로듀서들이 작곡, 작사에 참여했다.
 
"'노래하는 윤하'의 모습을 좋아해주신 분들도 많았는데, 그동안 제가 창작 쪽에 집중하면서 그 부분을 간과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만큼은 프로듀싱 욕심을 내려 놓고 보컬 역할에 충실하고 싶었어요."
 
목소리를 음악적 기준으로 세우겠다는 생각은 지난 창작의 시간들에서 비롯됐다. 2012년에서 2017년, 4집과 5집 사이, 5년5개월 동안 그는 음악적 방향성과 삶에 대한 고민들이 적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세상의 패러다임이 완전 뒤바뀐 느낌이었어요. 왜 페이스북이 죽는지, 인스타그램은 왜 뜨는지, 그런 과도기적 의문의 순간들이 일상에서 계속 나타던 것 같아요. 또 주변의 음악 친구들은 새로운 미디프로그램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사이에서 저만 도태돼 버린 듯한 일종의 슬럼프 시기가 있었어요."
 
가수 윤하. 사진/C9엔터테인먼트
 
당시 윤하는 5집 '레스큐(RescuE)'에서 그루비룸, pH-1 등 힙합 프로듀서들과 동행했다. 멜로디와 코드 부터 작곡하는 윤하와 달리, 그들은 '트랙(Track·노래의 반주가 되는 연주)'을 먼저 만드는 '신(新)' 작업 방식을 취했다.
 
"미디 프로그램으로 드럼을 찍거나 소리를 입히는, 그 친구들의 접근이 너무나 생소했어요. 물론 입어보니 재밌는 옷(음악)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제 스스로 방향성에 대한 물음이 생겨났던 것 같아요. 그 앨범이 저를 돌아보게 한 것 같아요."
 
'스테이블 마인드셋'. 자신의 중심을 다잡겠다는 이야기다. 흔들렸던 시기들을 딛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이야기다. 그는 "내 목소리는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듯, 숨기려해도 숨길 수 없는 나를 노래하고 싶었다"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 들이고, 조금 더 성장시키는 것이 지금과 앞으로의 음악적 방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자음을 뺀, 어쿠스틱 음악이지만 새 앨범 구성은 의외로 다이나믹하다. 
 
한 사람과의 사계절을 빗댄 '사계'를 시작으로 감정선이 점차 고조된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순수한 마음, 이 때문에 아프고 외로운 마음을 노래하고('Lonely'), 이별 후 흘리는 눈물을 '비'에 애절하게 비유한다.('비가 내리는 날에는') 
 
비오는 날의 담담한 감정은 8분의 6박자 왈츠 리듬의 피아노 선율이 차분히 흐르며 마무리 된다.('Rainy Night')
 
"나긋나긋하지만 역동성이 있는 어쿠스틱 음악들이에요. 현이 들어간 스트링 곡들도 있고, 피아노선이 살아 있는 곡도 있고요. 곡이 발표되고 비가 적당히 와주면 좋겠어요. 너무 많이도, 적게도 아닌…. 장마기간 때 두고 두고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되길 바라요."
 
가수 윤하. 사진/C9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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