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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실시간 파악 "사고나면 인근 배가 구조해요"
(르포)군산 어업정보통신국 가보니…7월부터 무선 통신기기 설치 의무화
2019-06-23 11:00:00 2019-06-23 11:00:00
 
[뉴스토마토 차오름 기자] "지도를 보면 조업중인 배들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해 조난신고가 들어올 경우 통신국에서 조난선과 가장 가까운 배를 찾아 구조를 요청합니다."
 
지난 20일 찾은 전북 군산의 어업정보통신국에서는 바다에 나가 있는 약 70척의 낚싯배들을 파악하고 있었다. 육지에서 약 120km 떨어진 해상에서도 신호를 보낼 수 있는 'VHF-DSC'(초단파대 무선설비)가 각 배에 장착돼 있어 실시간으로 위치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국은 이를 지켜보다가 사고가 접수되면 가장 가까운 어선에 도움을 요청한다. 이러한 통신국은 전국에 18곳이 있다.
 
지난 20일 전북 군산 어업정보통신국에서 항해중인 낚시어선들의 위치정보를 무선 통신설비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바다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전 해역에 흩어져 있는 어선들이다. 수협중앙회 산하 어선안전조업본부에 따르면 작년 발생한 해상사고 646건 중 절반이 넘는 331건은 사고 선박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다른 어선이 구조했다. 이를 통해 절감한 재난 비용은 663억원으로 추산된다. 수협은 조업을 포기하고 구조에 나선 어업인들의 공적을 알리고, 자발적 구조 참여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의인상을 제정해 독려하고 있다.
 
특히 낚싯배들의 크기는 10톤 미만으로 작아 조업을 하다가 바다에 빠지는 등 인명사고를 항상 대비해야 한다. 배에 타보니 낚싯바늘과 낚싯줄 등이 옆 사람과 배 밑바닥에 걸리는 일이 잦았다. 이를 모르고 배를 움직이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만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낚싯배의 안전관리 기준을 여객선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해 오는 7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바뀌는 설비기준에 따르면 가까운 무선국, 출입항 신고기관 등과 연락할 수 있는 통신기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야간 항해를 하는 13인 이상 규모의 낚시어선은 위성 비상 위치 지시용 무선표지설비(EPIRB) 설치도 필요하다. 어선 밖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을 수 있는 난간, 선실 내 2개 이상의 비상 탈출구 등도 갖춰야 한다. 낚싯배의 영업구역과 운항기준도 올해 들어 엄격해졌다. 지난 1월부터 영업구역 외측한계가 '영해'로 명문화됐고, 지난 2월부터는 파고 2m, 풍속 12m/s 때 발령되는 풍랑주의보 예비특보시에는 항해를 할 수 없다.
 
지난 20일 전북 군산 어업정보통신국에서 조업중인 배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사진/군산어업정보통신국
 
실제 이날 탑승한 22인승 규모의 낚시어선 '조성호'는 VHF-DSC를 비롯해 AIS, GPS 플로터, 레이다, V-패스 등 5가지 통신설비를 탑재하고 있었다. 지난 2015년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배가 전복돼 15명이 사망한 '돌고래호 사고'와 영흥도 낚시어선 충돌사고 이후로 강화된 안전기준도 그대로 시행되고 있었다.
 
이름과 주소, 비상연락망 등 명부를 적고 조성호에 탑승하니 선장이 직접 나와 신분증을 대조했다. 기존에는 의무가 아니었던 구명조끼도 배에 탄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입고 있도록 안내받았다. 이를 위반하면 승객이 과태료를 내야 한다. 1차 위반시 100만원, 2차 200만원, 3차 300만원 등이다. 출항 전 안내방송도 진행됐다. 이를 하지 않으면 7월1일부터 100만원 이상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해수부는 여기에 추가적으로 안전 기준을 높이는 법률 개정을 추진중이다. 선장 자격에 승선 경력 2년 조건을 추가하고, 현재 근거가 없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고 발생시 영업정지, 폐쇄, 재진입 제한 등 제재 조항도 담았다. 1년에 4시간만 들으면 됐던 안전교육도 4박5일의 전문교육과 보충 4시간으로 늘리며, 현행 2~3년에 한 번인 안전검사도 매년 하도록 강화한다. 야간에 영업하는 배에는 안전요원 1명이 반드시 탑승하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현재 이 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낚시어선 이용객 수가 작년 428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인명사고, 환경오염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군산=차오름 기자 ris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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