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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충실한 리부트 충실한 색깔
원작 시리즈 설정 유지, 배우 조합 전체 구성 완벽한 ‘리셋’
‘남남케미’→’남녀케미’ 변경…“새로운 스토리 색깔 합격점”
2019-06-14 17:28:56 2019-06-14 17:28:56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맨 인 블랙’(MIB) 시리즈가 완벽하게 리부트됐다. 기본 설정만 두고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꿔 버렸다. 이 시리지의 아이콘과도 같은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의 부재로 인해 리부트 ‘MIB’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낼 법도 하다. 기본적으로 MIB는 지금까지 미국 사회의 근간이자 포화 상태로 접어 든 이민자에 대한 사회 전체의 시각을 대변한 스토리였다. 지구로 쏟아진 외계인들을 관리하는 비밀 기관 MIB와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그들의 실체는 이민자를 바라보는 미국 사회의 민낯을 고발하는 일종의 치부를 엔터테이먼트로 풀어낸 화려한 화법이었다. 이번 시리즈의 리부트는 기존 정서를 유지한 상태에서 최근 할리우드와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이 진하게 베어 들어가 있다. 사실 원작 시리즈를 사랑한 관객들이라면 이번 리부트에 대한 거부감은 분명하다.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 두 배우의 완벽하게 대비되는 캐릭터 존재감, 여기에 기상천외한 설정으로 구성된 전체 플롯이 이 시리즈의 흥행 요소를 담당한 필요조건이었다. 반면 충분 조건은 각각의 영화 속 스토리의 흐름이다. 리부트된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은 충분조건인 스토리의 흐름을 유지한 채 필요 조건인 배역과 전체 플롯을 완벽하게 재구성했다. 여기서부터 호불호가 나뉘게 된다. 워낙 강력했던 원작 시리즈의 두 배우 존재감 부재는 여전하지만 리부트에서의 두 배우 역시 원작 투 톱의 존재감을 충분히 메워 줄 호흡을 자랑한다.
 
 
 
마블의 토르 3부작어벤져스시리즈를 통해 오랜 시간 동안 토르로 활약한 크리스 헴스워스는 검정 수트가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요원 H로 등장한다. 그의 파트너는 토르: 라그나로크그리고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등장한 바 있는 발키리를 연기한 테사 톰슨이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두 배우가 고스란히 다른 영화 속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 자체가 극단적인 리스크를 안고 출발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두 배우의 호흡은 전작의 아우라를 느끼게 하기 힘들 정도로 흐름 자체가 여유롭다.
 
영화 출발은 프랑스 파리 에펠탑이다. 에펠탑을 디자인한 프랑스의 건축가 구스타프 에펠이 MIB 초기 설립 멤버란 설정이 이채롭다. 이 설정은 이미 할리우드 여러 영화에서 등장한 바 있다. 에펠과 함께 실존했던 여러 과학자들이 다른 차원의 존재를 인식하고 일종의 방어 체계 관점에서 만든 무기가 바로 에펠탑이다. 이 에펠탑을 배경으로 H(크리스 헴스워스)와 그의 파트너이자 MIB의 전설적인 요원 하이 T’(리암 니슨)의 오프닝 시퀀스가 펼쳐진다. 이 오프닝 시퀀스의 색채는 기존 원작 MIB시리즈의 흐름을 이어 받은 느낌이 강하다.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또 하나는 여성 멤버다. 원작 시리즈 3편에서도 등장한 에이전트 O()가 있지만, 이번 리부트에선 새롭게 합류한 에이전트 M()이 핵심이다. 어린 시절 우연히 외계인과 만나고 자신의 부모가 MIB요원들에게 기억을 삭제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유일한 목표는 이제 MIB 요원이 되는 것이다. M은 성인이 되고 우연한 기회에 MIB 요원들의 활약을 목격한 뒤 그들을 미행해 MIB 본부로 침투한다. MIB내부에선 일반인에게 자신들의 실체가 드러난 것에 고심을 한다. 결국 M의 목표와 MIB의 고민이 결합됐고 그 교집합으로 M MIB의 수습 요원으로 배치된다. 그의 파트너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등장한 바 있는 요원 H이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은 앞선 원작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외계 종족의 침투에 맞서 MIB요원들의 활약을 그린다. 다만 새롭게 짝을 이룬 두 요원 H M의 궁합을 그리는 데 주력한다. 최고 요원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허술하고 빈틈이 많은 H의 모습, 반대로 수습 요원이지만 빠른 판단력과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는 M의 조합은 원작 시리즈의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를 떠올리게 하는 데 충분하다. 원작 아우라의 그것을 넘어서기에는 부족할 수 있지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과 시리즈의 새로움을 확인할 수 있단 점에서 앞선 두 배우의 조합은 충분히 존재감을 인정 받을 만하다.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MIB 시리즈의 또 다른 아이콘은 외계인 조력자들이다. 원작 시리즈에선 강아지 캐릭터 프랭크가 신스틸러로서 존재감을 뽐냈다. 윌스미스가 연기한 ‘J’와 함께 콤비 플레이를 펼치며 화려한 입담을 자랑했다. 이번 리부트 시리즈에선 귀엽지만 못생긴 이른바 못생쁨을 뽐내는 포니캐릭터가 인기를 얻을 전망이다. 외계 종족인 그는 HM MIB요원과 함께 사건 해결의 조력자로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무엇보다 이번 리부트는 원작에 버금가는 말장난 유희도 충분히 자리를 차지한다. ‘토르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끈 크리스 헴스워스는 극중 망치를 드는 장면에서 애드리브를 의심케 하는 대사를 쏟아낸다. 원작 시리즈가 남남 케미로 인기를 끌었단 점을 인식한 듯 맨 인 우먼 블랙이라며 리부트로 등장한 새로운 조합을 대사로 풀어낸 지점도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원작 아우라를 넘어섰는지에 대한 지적보단 새롭게 리부트로 시작됐단 점에서 이 시리즈의 매력은 분명히 죽지 않았다. 선악 대결 구도, 특별한 설정, 스토리의 반전이 이 시리즈의 핵심이었다기 보단 완벽하게 독특한 플롯 자체가 맨인블랙의 최대 강점이 아니었던가. 최소한 리부트에선 그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원작 시리즈를 넘어섰다기 보단 새로운 색깔을 충분히 드러냈단 점에서 합격점을 줘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P.S 원작 시리즈의 두 주인공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가 영화 속에서 깨알 같이 등장한다. 아주 잘 찾아봐야 한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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