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가족 경영체제' 가닥… KCGI 방어에 집중할듯
조현민은 한진칼 전무, 이명희는 정석기업 사내이사…경영권 분배로 상속지분 결집
입력 : 2019-06-11 17:38:42 수정 : 2019-06-11 17:38:42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한진그룹 경영에 복귀하면서 가족간 상속 및 경영승계에 대한 교통정리가 일단락된 분위기다. 오너 일가는 그룹 내 경영권 분배를 토대로 상속 지분을 결집해 행동주의 펀드 KCGI에 대한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현민 전 전무는 임원 채용 절차를 거쳐 지난 10일 지주회사 한진칼 전무와 정석기업 부사장에 선임됐다. 지난해 4월 '물컵갑질' 소동으로 그룹 계열사 경영 전면에서 물러난 지 1년2개월만의 복귀다. 
 
지난달 말에는 고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정석기업의 사내이사로 남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석기업의 대표이사였던 조 전 회장은 사망 이전인 지난 3월30일 임기만료로 '퇴임' 처리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사내이사에서 '사임'했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의 부동산과 건물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시기상조라는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가족간 경영권 분배가 이뤄진 것은 유산 상속 및 경영권 문제가 정리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주요 계열사에 대한 가족들의 경영참여가 조 전 회장의 상속지분을 조원태 회장 중심의 우호지분으로 남긴 대가라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구입한 명품백 등 개인물품을 밀수한 혐의를 받는 이명희(왼쪽)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달 16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 준비기일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도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어머니 이 전 이사장과 함께 개인물품을 대한항공 여객기를 통해 밀수한 혐의로 오는 13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처벌을 피한다면 경영복귀 시계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칼호텔네트워크의 경영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 사건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를 시도했으나, 조 전무의 물컵갑질 논란으로 무마됐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는 알 수 없는 부분"이라며 "상속과 경영권에 대한 가족간 합의는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너 일가는 각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승계와 함께 KCGI에 대한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CGI는 최근 조 회장의 회장직 선임 과정 및 조 전 회장의 퇴직금 지급 과정, 한진칼 단기차입금 사용내역 등에 제동을 걸며 오너 일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KCGI의 경영권 확보 움직임도 지속되고 있다. KCGI는 한진칼에 대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리고 있다. 현재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15.98%로 조 전 회장의 지분 17.84%과 2%포인트 차이도 나지 않는다.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주주총회 전까지 KCGI의 지분 매입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KCGI는 고액자산가들로부터 추가 펀딩을 받기 위해 이달 중 서울 강남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도 열 예정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CGI의 한진칼 지분 매입 단가는 약 3만2000원 수준으로 이미 41%의 투자 수익률과 1250억원의 투자 차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지분 매입을 지속하는 것은 KCGI의 경영권 확보 목표가 매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진그룹의 가족경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오너 일가의 갑질과 탈세·비위 의혹에 따른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은 물론, 진에어는 외국인 신분인 조 전무가 등기이사를 재직한 사실이 밝혀지며 1년 가까이 국토교통부의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진에어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조 전무의 한진칼 경영복귀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 측은 "진에어 지분의 60%를 보유한 1대 주주 한진칼 전무로의 복귀는 곧 진에어를 사실적으로 지배하겠다는 뜻과 다름이 없다"며 "조현민은 회사와 직원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이 17억의 퇴직금을 챙겨 나간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경영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부가 요구하는 제재해제의 전제는 갑질근절과 진정한 경영문화의 개선이지만 그동안 문제의 책임자인 총수일가는 이를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직원들의 염원을 수포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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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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