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기생충’ 박소담, 봉준호의 전화 그리고 700만
‘옥자’ 출연 불발 이후 봉 감독과 인연…“전화 받고 안 믿었다”
“‘검은 사제들’ 주목 이후 갈 방향 못 잡아, ‘기생충’ 고마웠다”
입력 : 2019-06-10 13:00:00 수정 : 2019-06-10 13: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5년 한 여배우가 충무로를 뒤집어 놨었다. 삭발을 하고 빙의 된 캐릭터를 소름 끼치게 연기해 냈다. 쌍꺼풀이 없는 앳된 외모의 이 여배우는 단 번에 충무로 최고의 핫스타로 급부상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속 박소담이었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2015년 자신에게 최고의 영광을 안겨 준 이 영화를 기점으로 그는 한 없는 슬럼프를 겪어야 하기 시작했다. ‘검은 사제들이 박소담에게 슬럼프를 준 것은 아니다. 워낙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기에 그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줄 연기를 원했던 연출자들이 많았던 듯 싶다. 오히려 박소담은 그럴수록 생활 연기에 대한 갈증과 욕구가 심했단다. 그러던 와중에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인연이 닿았다. 이 과정이 듣는 이에겐 한 편의 블랙 코미디처럼 아이러니했다. 기다리는 박소담에겐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 더 가슴 졸인 시간이었다고. 그 시간에 담긴 박소담의 경험이 궁금해졌다.
 
배우 박소담. 사진/CJ엔터테인먼
 
박소담은 기생충에서 배우 최우식과 남매로 출연했다. 두 사람은 이전까지 단 한 번의 인연도 없었단다. 최우식이 나이로는 오빠이다. 영화에서도 그가 오빠로 출연한다. 두 사람의 인연은 전적으로 봉준호 감독의 선택이었다. 이들은 하마터면 봉 감독의 전작인 옥자에서 만날 뻔 했었다. 최우식은 옥자에 캐스팅이 된 반면 박소담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었다고.
 
“’옥자에서 원래 미자역으로 처음 감독님과 만났었어요. 제 사진을 보고 10대도 가능하겠다 싶어서 절 보자 하셨는데 실제 제 나이를 듣곤 안되겠다하시더라고요. 하하하. 그리고 그냥 저하고 커피 마시면서 정말 딴 얘기만 하시다 헤어졌어요. 그 후에 옥자개봉 즈음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더라고요. 제가 아는 영화 스태프 한 분이 봉준호 감독이 나와 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어요. 근데 그땐 안 믿었죠. 그걸 누가 믿어요(웃음). 저 같은 무명 배우에게. 근데 실제로 감독님이 전화를 다시 하셨어요. 하하하.”
 
이후 박소담은 봉 감독과 몇 차례 전화로 실랑이(?)를 벌였다며 웃었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배우들을 먼저 섭외하고 내용을 쓰는 연출자로 유명하다. 기본적인 스토리를 설계하고 그에 맞는 배우들을 먼저 캐스팅한 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고. 봉 감독의 이런 방식은 충무로에서 이미 유명하다. 하지만 박소담은 사실 굉장히 불안했단다. 신인 배우에게 다시는 오지 않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배우 박소담. 사진/CJ엔터테인먼
 
전화로 송강호 선배의 딸 역할이다그러시는데 ?’라고 했어요. 너무 놀랐죠. 그리고 가족 얘기이다. 이게 전부였어요(웃음). 뭘 준비하면 되죠?’ 물으니 시나리오 다 쓰고 연락하겠다그러시곤 끝이었어요. 그렇게 두 달 간 정말 전화 한 통도 없으셨어요. 중간 중간 제가 전화를 드리면 아니 하기로 한 거면 한 거지 왜 사람 말을 못 믿냐고 핀잔을 주시고(웃음). 나중에는 다 이해하신다고 하셨지만 전 얼마나 몸이 달았겠어요.”
 
그렇게 기생충기정은 박소담에게 왔다. 기정은 기생충에서 가장 당차고 거침 없는 성격이다. 출중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대학 입시에 실패해 가족의 백수 생활에 합류한 상태이다. 그리고 오빠의 계획에 의해 박사장네 집에 과외교사로 들어가게 된다. 오빠 기우가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운다면 기정은 그 계획을 사실감 있게 표현하는 완벽한 배우로 존재했다.
 
사실 전 기정이가 너무 했어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꿈꿔온 미술을 포기하고 대학도 떨어지고. 취업도 실패하고. 하지만 가족들에겐 힘든 티 내지 않는 막내이고. 영화 마지막 즈음에 변기가 역류해 집안이 난리가 나지만 그 위에 앉아서 담배 한 대 피우는 게 다잖아요. 그것 밖에 못하는 현실. 기정에게 현실을 해소할 위치가 그 변기 위 뿐이란 게 몸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배우 박소담. 사진/CJ엔터테인먼
 
의외로 부침 없이 커온 듯한 인상의 박소담이다. 그런 박소담에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양극화를 그린 기생충의 얘기는 어느 정도 피부로 와 닿았을까. 기성세대가 아니기에 분명 그 강도는 심하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해 봤다. 물론 본인이 연기한 기정의 입장에서 세상을 향한 시선은 지금 본인의 입장과도 어느 정도는 맞물려 있을 법하기도 했다.
 
그저 작품적으로만 얘기를 하면 충분히 아빠 기택(송강호)을 원망할 법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면이 없어요. 기정이나 오빠 기우나 너무 사랑을 받고 자라온 아이들이에요. 반 지하이지만 기정이나 기우는 그 공간이 아닌 다른 곳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현실이 괴롭다고 부정하지 않는 구김살 없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그런 게 어떻게 보면 현실감이 넘친다고 봤죠. 물론 박사장네 집에 들어가선 다른 세상을 경험한 것에 부럽기도 했을 것 같아요.”
 
현실과 다른 세계의 공간을 처음 접한 기정의 입장에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결정적으로 오빠 기우의 계획은 기정이 박사장 네 집에 들어서면서 현실화가 됐다. 실제 기정을 연기한 박소담의 생각이 궁금했다. ‘기생충이 칸 영화제 현지에서 상영됐을 당시 해외 관계자들이 가장 놀라워했던 것 중 첫 번째가 박사장 네 집안이었다고. 실제 집처럼 보이지만 분명히 세트이다.
 
배우 박소담. 사진/CJ엔터테인먼
 
우선 그 세트 자체가 너무 놀라웠어요. 그 집안에 들어가서 숨으면 어디에 있는지 찾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집이었으니. 사실 그 집은 감독님이 원하는 동선에 맞춰서 제작된 곳인데. 실제 건축하시는 분이 그런 공간은 존재할 수 없다라고 하시기까지 했대요. 그런데 그런 집이 만들어졌죠. 하하하. 아마 기정이나 기우나 그런 공간에 들어갔으니 꿈을 꾸는 것 같았을 거에요. 그 집에 있으면서 기택 가족이 다들 주고 받는 대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장면이 한 편으론 정말 슬펐으니.”
 
대선배 송강호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이상한 모습을 선보인 이정은, 여기에 조여정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기생충에는 총출동한다. 박소담은 기생충이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란 점, 그리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여기에 자신의 슬럼프를 극복하게 해 준 특별한 작품이란 점까지 더해지면서 잊지 못할 영화라고 소개한다.
 
배우 박소담. 사진/CJ엔터테인먼
 
너무 귀한 경험이에요. 강호 선배님이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를 때 편하게 전화하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감독님은 제가 확신을 갖게끔 만들어 주셨고. 선균 오빠 혜진 언니는 학교 선배이세요. 두 분 다 현장에서 학교 동문을 만나는 게 너무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고 해주셨죠. 우식 오빠는 정말 친 오빠 같았고. 정은 언니는 절 보고 우린 동료이다라고 북돋아 주셨어요. ‘검은 사제들이후 한 동안 너무 많은 관심에 갈 방향을 잡지 못하겠더라고요. 한 동안 출연 제의도 없었어요. ‘기생충이 정말 너무 많은 걸 준 거 같아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평생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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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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