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이야기)광주와 용산에 대한 응답
입력 : 2019-06-05 06:00:00 수정 : 2019-06-05 06:00:00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소설가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의 말처럼 지상에서 쫓겨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생존권 요구를 내걸고 농성에 들어갔던 용산의 철거민들은 농성 하루 만에 불타는 망루에서 죽었거나 짐승처럼 끌려내려와 감옥에 갇혔다.
 
힘으로 짓밟혀도 되고, 훼손되어도 되어도 괜찮은 철거민들의 농성이었다. 지상에서 용역들의 폭력에 시달리고, 공권력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대부분 자영업자들이었던 용산의 철거민들은 경찰 특공대를 동원해 짓밟아서라도 빨리 치워버릴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할 리 없고, 법원이 힘없는 철거민들의 억울함에 귀를 열 리 없었다. 철거민들은 화염병으로 동료와 경찰 특공대를 죽인 살인자가 되어 4, 5년을 살고 나왔다. 억울했던 그들은 살인진압의 책임자였던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자 경찰청장 내정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그 뒤로 제1야당의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 정부 들어와서 경찰이 자체 조사기구를 만들어서 사건을 재조사했고, 검찰도 역사상 처음으로 과거사위원회와 조사단을 만들어서 재조사했다. 하지만 조사단의 조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9년 당시 수사를 책임졌던 이들은 잘 나가는 변호사이거나 차기 검찰총장에 이름을 올리는 힘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조사단에 압력을 행사하였고, 조사단원들은 사퇴했다. 다시 꾸려진 조사단원들은 3개월도 안 되는 기간 중에 미약한 권한을 갖고 나름 열심히 조사를 했다.
 
그 결과를 지난달 31일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발표했다. 무리한 진압이 있었고, 수사는 부실했으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발표의 요지였다. 그러니 사건 관련자와 유족들에게 검찰총장이 사과하고 몇 가지 제도를 개선하라고 했다. 진압 과정을 촬영한 채증 영상이 가장 중요한 망루 진압 직전까지만 제출되었는데도 당시 검찰이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 적극 노력하지 않았고, 청와대 개입 정황을 덮었으며, 당시 김석기 청장 등 경찰 책임자 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점 등등 수사는 미진했고, 잘못된 부분들이 많았음을 지적했다. 경찰청의 재조사 결과도 받아보지 못하고 종료된 조사단의 조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러니 이제 용산참사 진상규명은 중단해야 할까?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용산참사 유가족이 보내온 문자에 나는 아직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의 생존자가 39년이 지난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으며, 용산참사 생존자가 지금도 방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밖으로 나오지 않는 현실에서 국가는 아직 그 억울함을 풀어주지 않는다. 법비(法匪)들이 서로를 감싸는 나라인데 특검도, 특별법도 지금은 만들 수 없다고 답을 보내야 할까? 
 
광주 학살의 책임자를 단죄하지 못함으로 국가폭력, 국가범죄는 수없이 다시 태어나 힘없는 자들, 비국민으로 치부해도 되는 자들을 살해해왔다.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그랬고,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이 그랬다. 그리고 세월호참사의 승객들은 왜 구조 받지 못했을까? 
 
광주와 용산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계속 주장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미래에도 그와 같은 국가에 의한 학살이 반복되고, 책임자들은 법 뒤로 숨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청산은 과거를 위한 것도, 유가족과 생존자들 위한 것도 아니다. 이 땅을 떠나지 않고 살아갈 생명들의 보다 인간적인 삶의 조건을 만들기 위함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광주를, 용산을, 세월호를 덮자고 강요하지 말라. 그리고 광주와 용산의 유가족과 생존자의 물음에 응답해주어야 한다. 이제는 그럴 때가 되지 않았을까?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pl31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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