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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재생에너지 사업 시민이 만들고 사용하는 시스템 만들겠다"
재생에너지 개발 고질병 '부지선정 문제'…주민참여형 사업으로 해결
장기 계획인 재생에너지 사업…재생에너지 채권거래소 열어 단점 극복
2019-05-31 08:00:00 2019-05-31 08:00:00
[뉴스토마토 최진영 기자]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우선심사를 통과하고 금융 샌드박스에 담겨 대형금융회사들과 경쟁과 협업을 이어갈 핀테크 기업들이 선정됐다. 그 중 페이플, 디렉셔널, 루트에너지, 레이니스트가 혁신금융의 바람을 일으킬 주요 업체들로 주목받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권 혁신을 주도할 이들을 만나봤다.
 
마지막 인터뷰이는 윈드팜을 개발하다가 한국에 돌아와 국내 재생에너지 바람을 이끌고 있는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다. 루트에너지는 태양광발전소 시공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자에게 투자받고 발전소의 전력판매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배분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태양광발전소에 대한 투자는 일정 자본력이 바탕이 되는 법인이나 개인 등을 통해 이뤄 진 것과는 다르다. P2P 투자를 적용하면서 개인의 투자 진입장벽을 매우 낮췄다. 사업모델이 나무뿌리가 영양분을 섭취해 나무가 성장하는 것처럼 에너지 산업도 가장 아래있는 시민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명 루트에너지에 담긴 뜻에 크게 부합한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지난 30일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루트에너지 본사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가졌다. 루트에너지는 지난달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돼 재생에너지 사업 P2P투자 한도를 크게 늘릴 수 있게 됐다. 사진/루트에너지
 
왜 루트에너지를 시작하게 됐나
 
해외에서 재생에너지 전문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윈드팜 개발을 해왔고 아프리카 등지에서 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썼다. 다양한 글로벌 회사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아프리카보다 심각한 환경후진국이라는 판단이 섰다. 우리나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해보였다. 국내에서 가장 큰 허들은 떨어지는 지역수용성과 유연성이다. 지역수용성과 유연성 문제가 재생에너지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
우선 지역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유럽처럼 체계적인 매뉴얼 정리를 해야한다. 자원들의 실시간 가격 변화뿐 아니라 전력수요와 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목소리를 내야한다. 시민들이 에너지에 대한 주권을 논할 때 재생에너지 정책도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유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은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것이 유난스럽지 않아보인다. 이유는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점차 늘어난 덕분이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정책도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루트에너지 플랫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10만원 정도의 저비용으로 태양광발전소에 시공과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재원 조달이 어려운 부지 임대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발전소 건설의향을 밝히면 루트에너지가 사업타당성을 판단한다. 그리고 프로젝트는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한다.
프로젝트 공개시 최대한 많은 내용을 시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태양광 모듈이나 전선 등 일체제품에 대한 내역을 비롯해 시공업체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산출된 태양광 발전량까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시민에게 공개하는 방침에 따라서다.
발전소의 전력판매에 따라 발생한 이익을 공유하게 된다. 시민들은 P2P투자 형태로 참여하게 된다. 재생에너지 산업에 금융을 더해 허들을 하나 넘은 셈이다.
투자금은 선착순으로 모집하는데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양천구와 경기도 포천시 사업은 모집 5분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했다. 6.5~7.5% 수준의 수익금도 차질 없이 투자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프로젝트마다 변화는 있으나 위험도가 높은 초기에는 10%수준으로 수익금이 지급된다.
이는 농촌 고령화로 소위 노는 땅을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사용한다면 사회문제가 된 노인 빈곤해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업의 종류만 달라질 뿐 안정적인 수익으로 지역에 떠날 필요도 땅을 처분할 필요도 없어진다.
 
루트에너지는 사명 중 하나는 재생에너지에 사람을 더하겠다는 것으로 직원들 간의 소통을 중시하고 있다. 사진/루트에너지
발전사업자 선정 과정이 궁금하다
 
발전사업자 선정은 일단 그 대상이 공기업이거나 공기업이 10%이상 출자한 기업이다. 사실 발전사업자 선정이 한정적이라 폭이 넓지 않다. 하지만 명확한 이유가 있다.
투자자에게 안정성을 줄 수 있고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어서다. 발전사업자 선정 대상을 민간으로 늘릴 계획은 가지고 있다. 정부와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다. 당장을 아니지만 시장이 여물었다고 판단되면 요구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것은 큰 행운이다. 투자금액이 최대 1억원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규제 샌드박스에 들어가면서 일어난 큰 변화다. 이전에는 발전소 당 500만원, 최대 2000만원으로 투자한도가 매우 낮았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되기 위해 투자금액 한도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투자자들이 원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이를 유연하게 받아줬다.
특히 금융위원회에서 담당자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반응해줬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줘서 매우 감사했다. 혁신금융서비스 선정을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 당장은 이번 특례 이상으로 요구할만한 부분은 없다. 향후 추진할 사업에서 필요하다면 요청할 계획이다.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은 무엇인가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의 어려움 중 하나인 지역수용성을 극복하는 방안이다. 이미 재생에너지가 활성화된 국가들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독일의 경우 우리돈 200조 이상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주민참여형은 재생에너지 사업의 고질적인 문제중 하나인 부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한다. 기존 재생에너지 사업 중 주민과 갈등을 빚지 않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정부에서도 이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완성된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부입해준다. 또 주민들도 만족도가 높다. 금융기관이 이익을 가져가는 방식이 아니고 지역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고 수익까지 지역에 공유하는 선순환이 구성된다.
 
투자금액 얼마나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2030년까지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20%까지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시장에는 투자금액은 300조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주민참여형으로 하는 사업이 얼마나 될까를 고려하면 적어도 20~30%는 주민참여형으로 추측한다.
이 과정에서 루트에너지의 역할이 어느정도일지 고민해봤다. 현재 시장에서 루트에너지의 점유율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60조원 내지 90조원까지 투자금액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다.
 
거래시스템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구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현재 법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루트에너지가 전력을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방법을 생각해봤다. 답은 채권이다.
연말전까지는 재생에너지 채권거래소를 완성할 예정이다. 루트에너지 플랫폼에서 진행되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장기투자 상품이 많다. 너무 투자계획이 길어 선뜻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동성을 늘리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거래시스템이 필요하고 적합하다.
스타트업들은 기본적으로 융합사업이다. 루트에너지의 경우 거래시스템을 내놓으면 새로운 시장이 생길테고 기존에 있는 규제 등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 다른 스타트업들에게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혁신금융서비스 선정은 루트에너지에게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에게는 유니콘될 기회다.
 
최진영 기자 daedoo053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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