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데뷔 30주년' 김현철 "30년 뒤, 죽은 뒤에도 들려질 수 있는 음악 만들고파"
13년 만에 새 앨범 '10th-Preview' 발매 기념 인터뷰②
선배들로부터 배운 건 '자기 음악하라'는 포크 정신
"첫 콘서트 탈골 기억 강렬…음악은 오늘 만이 아닌 계속 있는 것"
입력 : 2019-05-17 19:08:09 수정 : 2019-05-17 19:08:0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김현철, 지난 30년의 음악인생을 회고하면 스쳐가는 기억들이 많다. 16일 이태원에 위치한 카페 남산케미스트리에서 만난 그는 몇 가지만 꼽아달라는 본지 기자의 요청에 웃으며 대답했다.
 
"일단 첫 콘서트 때 어깨 빠졌던 기억은 정말 잊지 못하죠. 당시에 첫 무대 때 기타를 둘러 메다가 어깨가 빠져서 스톱 됐거든요. 무대 뒤로 갔더니 삼촌이 살펴줘서 다시 무대에 오르긴 했지만, 계속 탈골이 발생했어요. 52번인가를 반복했던 기억이 나네요."
 
고생했던 기억 뒤에는 반짝이던 기억도 있다. 그는 "3집 '달의 몰락'이 반응을 얻으면서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게 된 것 같아 기억난다"며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먹으면 사람이 겸손해진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언제가 최고였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오늘날 대중들은 1집의 수록곡 '춘천 가는 기차'를 그의 대표곡으로 알지만, 사실 그에게 당시 음반은 '실패작'에 가까웠다. 그는 "'음악 좀 듣는다' 싶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회자될 뿐, 대중에게까지 가 닿지는 못했다"며 "3집 '달의 몰락'이 확 뜨면서 뒤늦게 1, 2집이 알려지고 이후 4집이 제일 많이 팔린 음반이 됐다. 특히 '춘천 가는 기차'는 1집 발표 당시 때 주력 곡으로 생각도 안했었다"고 회상했다.
 
"요즘 제가 느끼는 건 앨범을 만들고 곡을 쓰고, 가사 쓰고, 믹싱하고, 마스터링하고 까지는 제 음악인 것 같아요. 하지만 발표가 된 후에 나가면 그 이후에는 듣는 사람의 음악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결국은 청자들이 어떻게 듣고 받아들여지는지가 중요한 거라 생각해요."
 
가수 김현철. 사진/FE엔터테인먼트
'30년 음악 인생'은 선후배들과의 끊임없는 소통, 대화였다.
 
가수 김현철이 뮤지션으로 발돋움한 데는 조동익 등 포크 선배들로부터의 영향이 컸다. 그는 '그들로부터 얻은 조언이 음악인생에 어떻게 도움됐다고 생각하나' 하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데뷔 때를 돌이켜 보면 그때 당시 포크 선배들은 제게 '자신을 오롯이 담은 음악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런 포크 정신은 오늘날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음악이 오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있다'는 말도 새기게 돼요. 특히 (조)동진 형님 돌아가셨을 때는 그분의 음악이 예전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더라고요. 제 음악 역시 30년 뒤, 혹은 제가 죽은 뒤에도 들려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선배들 만큼이나 후배들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30년 동안 가수 이소라를 발굴, 프로듀싱해 역량을 인정받았고, 새로운 후배 가수들과의 협업에는 늘 열려 있었다. 이번 앨범 '10th - preview'에서 죠지, 마마무 화사와 휘인, SOLE, 옥상달빛 등과 작업한 것도 지난 음악 여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최백호 선생님을 주기적으로 뵙는데, 항상 '후배들을 끌어줘라' 하는 말씀을 하신다"며 "지금은 제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할 때 인 것 같다"고 했다. 또 박인수, 전인권 같은 선배 뮤지션들처럼 오늘날 음악계도 개성 면에서 두드러지는 뮤지션들이 늘어났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가수 김현철. 사진/FE엔터테인먼트
 
정작 자신의 보컬 역량에 대해서는 낮은 평가도 덧붙였다. "아마 앞으로 좋은 가수 보다는 좋은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저는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노래는 제가 부르는 게 낫다 정도이지, 가창력이 좋다고 생각 안해요. 솔직히. '복면가왕' 패널로 출연 중이지만 노래 부를 자신은 없어요."
 
오는 가을 쯤 발매될 새 앨범에는 최백호와 황소윤, 오존, 박원, 박정현, 백지영 등 선후배 가수들이 목소리를 보탤 예정이다. 새 앨범 발표를 앞두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공연 생각은 늘 갖고 있다.
 
"몇년 전에 9년 만에 무대에 서 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와준 관객들, 저 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음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모든 것은 권리라고 생각했던 게 차츰 의무로 넘어가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처음엔 음악이 권리인 줄 알았죠. 그런데 음반을 내는 게 점차 의무가 됐고, 열심히 해야만 하면서 부담으로 왔던 것 같아요. 그럴 땐 잠시 멈추면 된다는 걸 알았어요. 13년 만에 음악 냈다는 게 저로서 기특합니다. 정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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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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