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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마라 포르투온도 "감정, 소통, 사랑, 삶…음악은 제 전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유일한 생존 멤버 '쿠바 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
생의 마지막 월드투어, 25일 '서재페'로 내한 "89세, 아직 젊답니다!"
2019-05-08 18:43:12 2019-05-10 10:14:2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제 90세를 바라보는 이 고령의 뮤지션에게서는 여전히 쿠바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다.
 
스페인과 프랑스 영향을 받은 음악적 전통이, 서구 중심의 음악 질서를 깬 큐반 재즈 열풍이, 세상을 떠난 동료들의 잊지 못할 유머가 뒤엉키고 춤을 춘다.
 
구성지고 처연한 목소리의 울림에 한 세기에 달하는 쿠바의 시간이 진동한다. "쿠바의 문화와 전통을 담아 존중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합니다. 제 음악적 영혼이 이런 것은 제가 바로 쿠바인이기 때문이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유일한 생존 멤버 오마라 포르투온도(89). '쿠바 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그가 생의 마지막 월드투어 '라스트 키스(Last Kiss)'를 진행 중이다. 오는 25일 이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서재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내한에 앞서 본지와의 서면인터뷰에서 그는 "현재 미국에서 투어 중"이라며 "한국 공연은 모든 것들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오마라 포르투온도. 사진/뉴시스
 
1930년생인 그는 유럽의 식민 지배 영향으로 다양한 음악전통이 살아 숨쉬는 아바나에서 나고 자랐다.
 
길거리와 학교, 술집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다양한 음악을 흡수했고, 쿠바 혁명기 음악이 통제되고 사라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예순살이 넘어서는 미국 백인 블루스맨 라이 쿠더가 쿠바 음악의 원형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기획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여성 보컬로 참여하게 됐다. 이 프로젝트 그룹은 당시 서구를 중심으로 짜여지던 세계 음악 질서에 쿠바 만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2000년 초중반 그룹의 중심 축이던 멤버들은 하나 둘 그의 곁을 떠나게 된다. 콤파이 세군도(보컬)와 루벤 곤잘레스(피아노), 이브라힘 페레르(보컬)가 차례로 세상을 떠났고, 그는 엘리아데스 오초아(73·기타)와 함께 '유일한 생존 멤버'로서 홀로 14년간의 긴 세월을 이겨왔다. 
 
"제 사랑 루벤 곤잘레스, 이브라힘 페레르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생각나요. 작은 공연부터 큰 페스티벌, 그리고 무기한 대기해야 했던 공항에서 주고 받은 농담과 이야기들까지. 이 모든 것들이 저는 너무나 그리워요. 제 모든 쇼는 그들을 기억하고 노래하기 위한 헌정입니다."
 
긴 음악 활동에서 스쳐가는 기억들 대부분이 멤버들과의 순간이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함께 했던 카네기홀에서의 공연, 이브라힘 페레르와 무대를 함께 공유했던 추억…. 
 
"그들(그룹 멤버들)이 큰 성공을 거두기 전부터 이미 사이가 각별했었고, 후에 함께 공연하게 돼 모든 것이 너무 기뻤어요. 그들은 대단한 뮤지션이자 아티스트였고, 모두 내게 훌륭한 친구들이기도 했죠. 그 외에 특별했던 순간을 고르라고 한다면 솔로 앨범 'Gracias'가 그래미 어워드 라틴 부문 수상했을 때가 있겠네요!"
 
쿠바의 전설적인 밴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한국 고별무대 포스터. 사진/프라이빗커브
 
사랑의 비가인 '볼레로'를 잘 불러 '볼레로의 여왕'으로 통하지만, 그의 노래는 장르 파괴적이다. 쿠바 전통음악부터 미국 재즈에 영향을 받은 필링에 이르기까지 전 장르를 능란하게 커버해내곤 한다. 그는 다양한 장르를 자신 만의 것으로 소화하는 비결에 대해 "노래 마다 진심을 담기 때문에 '오마라 만의 스타일'이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팬분들과 항상 감정으로 소통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것이 제가 가장 사랑하고 하고 싶어하는 부분이랍니다. 또 제가 쿠바인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쿠바는 각 도시와 마을마다 아주 다양한 음악들이 있거든요. 스페인, 프랑스 영향을 받은 음악 전통부터 아프리카와 캐래비안 사운드, 또 어디서 영향을 받았는지에 따라 단손, 하바네라, 단자, 럼바, 창귀, 볼레로, 쿠반 재즈로 나뉘죠. 음악 장인들이 많고 음악 문화도 대단한 데다 정통 음악에 대한 존중이 있는데, 이러한 문화가 제게 큰 영향을 줬어요."
 
주기적으로 한국을 찾아온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오마라는 "음식과 사람들, 문화,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며 "생의 마지막 월드투어를 한국에서 열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 많은 분들이 와서 같이 노래해주셨으면 좋겠다. 쿠바 밴드와 함께 신나게 노래하고 춤춰달라"고 전했다.
 
오마라 포르투온도. 사진/프라이빗커브
 
사라진 음악들의 과거를 이어주는 마지막 통로자, 오마라. 하지만 90세를 목전에 두고 세계를 도는 그는 과거와 현재를 잇고, 여전히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저는 실제로 아주 젊답니다! 젊은 뮤지션들과 함동 공연을 갖기도 하고요. 여전히 앞으로 많은 것들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은 늘 준비돼 있어요!"
 
스스로에게 음악과 노래는 무엇이냐는 단순한 마지막 물음에 그는 아주 간단하게 답할 수 있다며 따옴표가 가득한 문장으로 답했다. 
 
"제 전부요! 감정부터, 소통하는 방법, 사랑, 그리고 삶까지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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