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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걸캅스’, 분명 좋은 기획과 시의적절한 소재다
‘버닝썬 사태’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현실감 높은 스토리
제목에 파묻힌 듯한 내용 전개 아쉬운 완성도, 아까운 결과
2019-05-03 00:00:00 2019-05-03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장르 영화에는 보이지 않는 공식이 있다. 이 공식은 연출자가 깨트릴 수 있는 지점이 아니다. 스토리가 영화의 기본 동력이라면 동력 자체가 영화의 러닝 타임을 끌고 가야 한다. 이건 깨트리겠다고 작정한다고 가능한 지점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연출자는 이 공식의 기본 골격 속에서 표현 방식을 변주하면서 다양한 비주얼을 만들어 내야 한다. 러닝타임을 끌고 가는 동력 자체인 스토리 구성 방식, 즉 플롯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관객들은 결과적으로 새로운 장르 영화로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이런 전제 조건은 좋은 기획과 좋은 소재가 뒷받침 돼야 한다. 라미란과 이성경 주연 여성 투톱 범죄 수사극 걸캅스는 후자 개념이 극단적으로 강조된 영화이다. 앞선 공식과 연출의 표현 방식 그리고 플롯 설정은 사실 너무도 익숙하다. 아쉽단 지점보단 아깝다는 평가가 적절해 보인다. 형사 두 명이 등장한 범죄 수사극 투캅스가 레퍼런스였다면 아쉽다란 지점으로 향했을 수도 있었을 듯싶다. ‘여성 투톱 형사극이란 기본 대전제가 독특했고, 최근 사회적 이슈 중심에 선 사이버 성범죄 소재가 등장한다. 좋은 기획과 좋은 소재의 시의적절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후 전체를 구성하는 연출 레시피가 정제되지 못한 투박함이 강하다. 결과적으로 아깝다란 평가가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걸캅스 3년 전 연출을 맡은 정다원 감독이 디지털 성범죄 관련 뉴스와 탐사보도를 통해 시작된 내용이다. 최근 이 영화 속 상황이 거의 똑같이 재현된 사건이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렸다. 거기에서부터 시작된 문제일까. 영화 속 사건의 충격적 현황이 관객들의 관람 타격을 주기엔 크게 무리가 따른다. 때문에 주연 배우들의 케미와 사건 전개 방식 그리고 해법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 다가오게 만든다. 새로움을 원하는 기본 욕구이다.
 
영화는 경찰 내 여성 기동 타격대 전설로 불린 여형사였지만 현재는 퇴출 0순위 민원실 담당관 미영(라미란)과 사고 뭉치 다혈실 형사로서 민원실 발령을 받은 지혜(이성경). 두 전현직 형사의 콤비 플레이가 모든 것을 주도한다. 두 사람은 앙숙이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 먹지 못해 안달이 난 사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시누이와 올케사이다. 지혜의 오빠 지철(윤상현)이 미영의 남편이다. 사법고시 준비생이었지만 사법고시 폐지로 인해 자칭타칭 백수로 지내는 루저남이다. 미영과 지혜가 앙숙이 된 근원적 문제를 만들어 낸 인물이다.
 
영화 '걸캅스'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고를 치고 민원실로 쫓겨난 지혜 그리고 미영 여기에 미영의 동료인 민원실 핵심 요원 장미(최수영). 세 사람은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사건을 접하게 된다. 민원실로 사건을 접수하러 온 한 여성이 핸드폰을 놓고 무언가에 겁을 먹어 도망치듯 경찰서를 나온다. 그리고 미영과 지혜가 바라보는 앞에서 화물차에 치여 사경을 헤매는 상태가 된다. 두 사람은 이 여성 휴대폰 속 문자 메시지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사건임을 인지하게 된다. 의문의 남성들에게서 성폭력 사건을 당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힌 뒤 48시간 이내 이 내용이 온라인에 업로드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여성으로서 두 사람은 이 사건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경찰서 내 모든 경찰들은 실적 위주 사건에만 집중한다. 점수로만 환산되는 경찰 내 사건조차 경중으로 분류되는 세상이다. 미영과 지혜 전현직 여형사 두 명은 이 사건에 직접적으로 뛰어 든다. 두 사람의 든든한 조력자 장미까지 합세한다. 미영과 지혜는 장미는 이 돼 서울 곳곳을 조사하며 사건 핵심인 의문의 일당을 추적한다.
 
이른바 온라인 성폭력’ ‘클럽’ ‘신종 마약’ ‘온라인 성인 사이트’ ‘마약 유통 과정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핵심 요소가 이 영화 한 편에 모두 담겼다. 영화에서만 등장하지만 실제로 있을 법한 신종 마약을 통한 여성 상대 성범죄 과정은 꽤나 그럴 듯 하게 그려진다. 아니 버닝썬 사태실제 행위가 이렇게 진행됐다고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치밀한 상황 묘사로 등장한다. 불특정 다수 여성을 범죄 대상으로 삼고 그들을 끌어 들여 촬영한 성폭력 영상과 범죄 활용 방식도 구체적이다. 이런 방식은 감독의 심도 높은 취재가 만들어 낸 현실성이다.
 
영화 '걸캅스'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걸캅스는 출발과 전개 그리고 그 두 가지를 만들어 내는 이 같은 요소의 현실감이 상당히 높다. 범죄 수사극이기에 사건 전개와 그 결과를 역으로 추격해 나간 활극의 기대감을 자극한다. 하지만 연출은 다른 지점으로 활로를 선택한다. 두 전현직 여형사의 활약에 더 힘을 싣는다. 그 활약이 주는 쾌감으로 관객들의 대리 만족을 이끌어 내려 노력한다. ‘젠더 이슈까지 불거진 최근 사회적 분위기라면 두 여성 캐릭터 활약상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서 묘한 쾌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공교롭게도 영화 속 모든 남성들이 의외로 지질하게 그려진 것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이런 점들은 코믹적인 상황 묘사까지 더해지면서 재미의 심도를 높이려 노력한다. 여기에 깜짝 카메오까지 더해지니 의외로 진수성찬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에서 심도가 깊지만 강도가 높지 못했다. 연출 입장에서 방식을 두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두 여성 주인공 활약에 집중한 듯하지만 사건의 심각성 전달 방식에도 힘을 실어 준다. 남성 캐릭터들의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면을 부각시켜야 하기에 군데군데 톤 자체를 휘저어 놓기도 한다. 코믹적 요소를 위해 육두문자를 활용한 방식은 사실 가장 고민을 하지 안은 흔적처럼 다가온다. 결과를 정해놓고 그 결과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겹겹이 더한 방식이 아니었다. 장르적 클리셰로 불리는 모든 것들을 나열한 뒤 어울릴 법한 것들을 이합집산으로 끌어다 붙이고 결과를 억지로 끌어다 재단해 버린 셈이다.
 
영화 '걸캅스'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걸캅스는 디지털 성범죄 심각성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이 범죄의 심각하고 추악한 면모를 부각시켜 관객들에게 현실 속 공포의 타격감을 최소한이라고 살려야 했다면 포인트가 분명히 달라져야 하지 않았을까. 제목 자체 의미에 너무 심취한 방식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결국 제목이 주는 두 여성의 활약상은 분명히 스크린에 충분히 돌출돼 있다. 하지만 범죄 수사극이란 장르적 대전제 개념을 잘못 이해했다면 너무도 좋은 기획과 너무도 좋은 시의적절한 소재가 아깝다는 평가 외에는 달리 이 영화를 끌어 올릴 정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연출을 맡은 정다원 감독이 독립영화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을 만들었던 그 감독이란 사실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개봉은 9.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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