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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의 재계시각)일본 ‘요시노야야’와 한국 ‘국밥집’의 속도 차이는?
인력 의존 한국기업 업무기준 없어 위기 때 흔들
기계화·표준화·매뉴얼화한 일본의 '지식경영' 참고해야
2019-04-08 00:00:00 2019-04-08 00:00:0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빠른 서비스로 유명한 일본의 불고기 덮밥업체 ‘요시노야’가 한국에 진출했다가 ‘국밥집’에 밀려 철수한 바 있다. 요시노야는 고객이 자동판판기에서 메뉴를 골라 점원에게 주문하면 점원은 고객에게 차를 내주고 주방에 있는 점장은 밥을 담고 불고기를 엊은 뒤 내놓는다. 하지만 이에 소요되는 시간이 한국의 국밥집보다는 길었다. 국밥집은 고객이 “하나 주세요”만 외치면 된다. 그러면 한 아줌마는 반찬을, 다른 아줌마는 밥에 국을 부어 나른다.
 
그런데 경영학자들은 두 식당의 속도 차이는 인력의 투입량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국밥집은 반찬을 나르는 직원,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 카운터를 보는 직원 등이 필요하지만 요시노야는 점장과 아르바이트생 등 단 두 명이 일한다. 점장이 없는 시간에는 직원 한명 내지 두 명이 점포를 운영한다. 자판기와 요리기구들이 기계화됐기도 하지만 업무를 매뉴얼화해 이를 제대로 준수하면 어느 가게나 동일한 속도와 품질을 낼 수 있다. 한국의 국밥집은 많은 인력에 의존하고 업무의 기계화·표준화·매뉴얼화가 되어 있지 않아 사업을 프랜차이즈 등으로 확대하거나, 복수 점포가 되어도 동일한 속도와 맛과 효율을 내기 힘들다.
 
충청북도 증평군 증평읍 증평장뜰시장 국밥집에서 직원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속에서 돼지머리 손질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국밥집 시스템을 축으로 하는 한국기업들이 그래서 위기에서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에게 업무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고, 매뉴얼도 없어 긴급한 상황에 직면하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도 저성장기에 남는 인력들을 현장으로 보냈다. 하지만 현장을 모르는 인력을 투입했더니 오히려 효율을 떨어뜨리고 민첩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시행착오 끝에 현장 인력을 줄이고 기계화로 작업을 보완하거나 대체했다. 일당백 소수 정예요원만 정사원으로 두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으로 채워넣었다. 이것이 노나카 이쿠지로 일본 히토츠바시대학교 교수가 주창한 ‘지식경영’이다. 노나카 교수는 지식을 경험과 학습을 통해 내재화된 ‘암묵지’와 정형화되고 문자화 된 ‘형식지’로 구분했다. 조직이 슬림화되면 많은 정예요원들이 갖고 있던 암묵지가 사라진다. 이 암묵지를 형식지화해 여러멤버들에게 공유한다. 그리고 암묵지가 형식지로 쌓여 시각화 되자 현장의 모든 내용을 드러내놓는 ‘눈에 보이는 경영’으로 체계화 한다는 게 지식경영의 목표다.
 
김 보좌관은 저성장기 한국기업들도 소수정예화와 형식지화, 시각화 등을 통해 작업효율을 높이고 현장 대응력을 증대시킨 일본의 지식경영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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