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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잃은 브렉시트…증권업계가 내다본 시나리오는?
글로벌 IB 시각 엇갈려…국내는 장기화·노딜에 무게
2019-04-04 00:00:00 2019-04-04 00: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Brexit)의 마감기한이 임박했지만 종착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및 국내 증권사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는 현실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 대안과 관련한 의향투표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첫 번째 의향투표에서는 8개의 안을 놓고 투표했지만 과반이 나오지 않았고, 두 번째 의향투표에서는 4개의 안을 놓고 표결했지만 전부 부결됐다. 이에 테리사 메이 영국총리는 EU측에 다시 한번 기한 연장을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앞서 EU는 영국에 합의안을 4월12일까지 가져올 경우에만 5월22일까지 마감기한을 연장해주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다. 합의안이 12일까지 나오지 못할 경우엔 노딜 브렉시트로 이어진다. 다만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가한다면 마감기한을 6월30일까지로 연장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처럼 다양한 옵션들로 인해 국내 증권업계와 글로벌 금융기업들의 해석과 전망도 분분한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브렉시트 자체가 무산될 거라 보고 있다.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매주 약 6억파운드씩 줄었고, 이로 인해 영국의 GDP가 2.5% 감소해 정부의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브렉시트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을 35%로, 노딜 브렉시트 확률은 15%로 예상했다.
 
JP모건은 영국의 총선이 진행되고 브렉시트는 장기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향투표가 2번 부결됐으나 이번주 중에 더 완화된 소프트 브렉시트안이 제시된다는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영국 총선 시나리오 가능성을 30%로 예상했고, 브렉시트 시한 장기 연장을 20%로 판단했다. 또 제2 국민투표와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15%로 제시했다.
 
씨티은행은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인 확률을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집권 보수당이 점차 노딜 브렉시트로 굳어지고 있어 이전보다 점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에서 총선은 불확실성이 높을 뿐 아니라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영향력을 강화시킬 수 있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영국시민이 EU 탈퇴를 반대하는 브렉시트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도이체뱅크는 오는 12일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기존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 영국의회가 아무런 합의도 못한 채 총선에 돌입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스위스 은행인 UBS도 조기총선을 예상했다. 2022년에 예정된 영국의 총선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나 국회의원 3분의2 이상이 조기총선을 요구해야 한다. UBS는 후자의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높으며 보수당이 지지도를 높여 브렉시트안을 통과시키는 도박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권사들은 현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KB증권은 현재 거론되는 대안들의 지지율과 유럽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영국이 EU를 탈퇴하되 최종 결정은 상반기 이후로 미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영국 내에서 EU 잔류 여론이 우세하고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브렉시트가 장기간 연기되거나 2분기 중 소프트 브렉시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유로존의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큰 상황에서 노딜 브렉시트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확대할 수 있어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 브렉시트 기한 연장 가능성을 70%로 예상했다.
 
노딜 브렉시트를 예상한 증권사도 있다. 대신증권은 EU가 내건 연기 조건이 작년 11월의 합의안 통과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오는 12일 노딜 브렉시트로 EU를 탈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영국이 2020년말까지 EU 예산지출안에 대한 의무가 있어 협의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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