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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형주 한국블록체인협단체연합회장 "블록체인 혁신 위해 정부가 물꼬 터줘야"
국회의원·서울시 부시장 등 역임 후 업계로 눈 돌려
"블록체인 잠재력에 매력 느껴…정부 정책 변화 시급"
부정적 법안이라도 일단 통과 필요…거래소엔 강력한 규제 적용해야
2019-04-02 06:00:00 2019-04-02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개발자나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만 공유되던 '블록체인'은 지난 2017년 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투자 인기에 힘입어 일반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용어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카카오, 페이스북 등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전략으로 블록체인을 선택하면서 대중화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다만 한국의 경우 암호화폐공개(ICO)가 전면 금지되는 등 블록체인을 체계화할 가이드라인이나 법령 정비가 마련되지 못하며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여전히 많은 모습이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 업계와 학계 등에서는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 선봉에는 김형주 한국블록체인협·단체연합회장(현 블록체인산업협회 이사장)이 서 있다. 김 회장은 1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은 4차 산업의 핵심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조속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형주 블록체인협·단체연합회장. 사진/뉴스토마토
 
제17대 통합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한 김 회장의 이력은 얼핏 보기에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과 쉽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블록체인산업에 대한 열정만큼은 의심의 여지없이 뜨거웠다.
 
김 회장은 "지난 2017년 8월 설립된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을 맡으며 블록체인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면서 "과학자는 아니지만 블록체인 산업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흥미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블록체인 산업이 가지는 역할과 의미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아직 걸음마 단계인 블록체인 산업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블록체인 학계·협회 목소리 낼 창구 마련…"조속한 정책 전환 필요"
 
현재 김 회장은 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과 함께 지난달 25일 공식 출범한 한국블록체인협단체연합회(이하 연합회)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연합회는 정부기관으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한국IoT블록체인기술연구조합 등 4개 협회와 고려대 암호화폐 연구센터, 동국대 블록체인 연구센터 등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 관련 협회와 학계 차원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공통의 목소리를 내고 법·제도 등 기반조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정부가 블록체인산업을 육성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자금조달방법 등에 대한 명확한 법적·제도적 정비가 마련돼 있지 않고, 블록체인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도 없는 상황"이라며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기술 중 하나로, 더 늦기 전에 블록체인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합회 차원에서 정부의 조속한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며 "(블록체인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법안이라도 통과됐으면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무관심보다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김형주 한국블록체인협·단체연합회장이 1일 마포구 합정동 토마토TV 스튜디오에서 '김선영의 뉴스카페'에 출연해 블록체인 산업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아란 기자
 
실제 국회 의안 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상정된 블록체인 관련 법안은 2017년 7월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비롯해 10여개에 달하지만 단 한건도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 또한 같은 해 9월 ICO 전면 금지 정책을 발표한 이후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이나 산업이 단순한 암호화폐 투자를 넘어 페이스북 코인이나 갤럭시S10 전자지갑, IBM 금융결제 네트워크인 '블록체인 월드와이어(Blockchain World Wire)'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저히 더딘 속도다.
 
블록체인, 투명성·보안성 담보…"지역화폐·정부정책 등에 활용해야"
 
김 회장은 가장 시급한 문제로 '정책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한국의 블록체인 시장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지만 그 잠재력에 비해 정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아주 작은 출발점이라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또 "어떤 법안이든 우선 통과된다면 이를 토대로 개선안을 만들 수 있지만, 아무것도 없다면 시장의 불확실성만 높아진다"며 "혁신이 일어나기 위해선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실제 활용할 만한 분야로 지역화폐를 지목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정부 정책의 혁신에 있어서도 블록체인은 중요한 요소"라며 "블록체인은 데이터 주권시대에 탈중앙화, 행정의 투명성 등을 가장 잘 담보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육아수당이나 청년 수당 등을 제로페이나 지역화폐에 접목시켜 활용한다면 해당 수당을 악용하는 사례는 사라지고, 블록체인을 실 생활에 활용하는 방법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지역화폐 뿐만 아니라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대검찰청이 암호화폐 주소로 거래소를 식별하는 이른바 '암호화폐 거래 주소제'를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선 "찬반 의견이 존재해 (주소제 도입 문제)인식에 대한 공유와 토론이 필요하다"며 "해킹문제를 해결하고 시장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효성 등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다"고 평가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해서는 "강력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시장 안정을 위해선 거래소 설립 기준부터 까다롭게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누구나 설립할 수 있는 거래소가 아니라 소비자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등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곳만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신뢰 확보를 위한 시장의 자정 노력 뿐만 아니라 설립 자체에 대한 기준 또한 높아져야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와 블록체인 인재개발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경우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중심으로 하는 만큼 국경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달 중순 경 극동지방 해양 물류의 중심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한 협약식도 진행할 계획"이라며 "블록체인 전문가 개발인력 양성과 산업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업계에서도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최소화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준다면 이를 바탕으로 인력개발과 블록체인의 상용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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