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화그룹 회장 셈법은?
2019-03-28 18:58:21 2019-03-28 19:55:33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아시아나항공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찬구 회장과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2006년과 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견해 차이로 관계가 틀어지면서 전면전도 불사했다. 지난 2009년 이른바 '형제의 난'과 계열분리 과정을 거친 후 양측은 독자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은 현재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11.98%를 보유하며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매년 주주총회가 열릴 때마다 박삼구 회장과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에 대해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지난 2016년 이후 부터는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박찬구 회장이 형을 상대로 한 소송과 고소건을 모두 취하하는 것을 계기로 양측의 갈등은 휴지기로 접어들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사진/금호석유화학그룹
 
박삼구 회장이 강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뭔가를 벌이는 공격적 스타일의 경영을 추구했다면, 꼼꼼한 스타일의 박찬구 회장은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통제하고 수익 구조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보수적 경영을 특징으로 한다. 성격이 정반대인 그런 두 형제가 한마음이었을 때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줘 시너지를 냈지만, 틀어지면 다신 합을 이루지 못할 만큼 깊은 감정의 골을 만든다.
 
대우건설 인수까지는 박찬구 회장도 무리인 줄 알지만 형을 따라 작업을 함께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우건설 문제를 완전히 매듭짓기도 전에 박삼구 회장이 대한통운에 까지 욕심을 부리자 재무에 능한 동생이 막으려고 했다. 결과론적으로는 박찬구 회장의 주장이 옳았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부모·형님의 기일도 따로 치르는 처지가 됐다. 그럼에도 재계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에 대한 비난을 자제한 것은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기를 웃고 넘길 수는 없다는, 형제로서의 마지막 의리라고 보고 있다.
 
이날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의 퇴진 소식을 접한 뒤 “안 됐다”며 씁쓸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석유화학은 주총에 앞서 회계부실 문제가 터지자 아시아나항공의 사내·사외이사 선임안에 찬성할지 여부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갔고, 전날 반대 의견을 내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주주로서 회계부실 문제를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과 안병석 아시아나항공 경영관리본부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주총 직전 예기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자 금호석유화학그룹도 상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박찬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의 인수설이 돌 때마다 손사래를 쳤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이 화학전문 계열사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사업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호석유화학 주주들의 반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를 인수해 동반 부실에 빠질 경우 기업가치 제고에 되려 독이 될 수 있다. 지난해 7월 ‘기내식 대란’ 당시 박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설지 여부가 주목을 받았으나 이변은 없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와 노동조합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박찬구 회장에게 공개적으로 ‘긴급도움 요청(SOS)’을 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찬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2대 주주로서 지분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이 향후 재무개선 작업을 매듭짓지 못해 자율협약에 들어갈 경우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열려있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독자적으로 지분 매수에 나서기보다 현행처럼 주요 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지분 가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그룹이 화학전문기업을 표방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더라도 인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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