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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스모킹 건' 직접 공격…"USB 증거력 없어"
현직법관 100명 증인 소환 난관…검찰 "출석 엄격 독려해달라"
2019-03-26 16:00:23 2019-03-26 16:00:24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사법농단의 베일이 벗겨진 결정적 계기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를 검찰이 찾아내면서다. 지난 여름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임 전 차장의 USB에는 그가 2012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할 당시부터 작성한 문건들이 수천 건 담겨 있었다. 법을 잘 아는 임 전 차장은 바로 이 USB의 법적 증거력을 부인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재판장 윤종섭)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해 진행한 3차 공판기일에서 임 전 차장과 검찰은 USB의 증거력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임 전 차장은 약 한 시간 반에 달하는 변론시간 대부분을 직접 구술했다. 그는 검찰이 공용공간에 설치된 사무원의 목재 캐비닛에 보관돼 있던 USB를 확보함으로써 1차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장소에 대한 집행이 종료한 이후 이뤄진 피고인의 전용 업무 공간 및 PC 등에 대한 수색은 영장 없이 한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은 자신의 업무공간이 1차 압수수색영장의 수색검증장소에 해당한다고 착오에 빠져있었다검찰 주장과 같이 항의하거나 이의제기하지 않은 용태를 묵시적 동의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USB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 규정이나 관련 대법원 판례, 본 건 영장 제한 조건에 부합하는 적법한 집행이었다는 점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주장을 위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압수수색 주목적이었던 외장하드복제본확보를 위해 (전용공간과 개인PC)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 PC 접속기록을 확인하니 삭제파일이 확인되고 다른 USB 접속 흔적도 확인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재판부에 증거능력 문제는 판단을 내리고, (재판의 본론인) 사건 실체에 대한 증거조사가 시작됐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USB 속 문건은 임 전 차장뿐 아니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이기도 하다. 양 전 원장 측 변호인 역시 전날 재판에서 USB위법수집여부를 언급했다. 검찰로선 공소사실의 핵심 토대를 이루는 USB의 증거력을 양보할 수 없고, 임 전 차장과 양 전 원장은 이를 부정하는 데 사활을 건 양상이다. 사법농단 재판에 시작부터 난항이 예상되는 이유다.
 
USB 속 문건 작성자인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나 재판연구관 등 현직 법관들의 증인 소환도 난관이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서를 부정하고 이들을 모두 증인으로 소환해 법정에서 심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지난 공판에서 재판부는 오는 28일 시진국 판사를 시작으로 다음 달 2일 정다주 판사, 4일 박상언 판사를 심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시 판사와 박 판사는 자신의 재판 업무를 이유로 지정 기일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이고, 정 판사만 출석 가능한데, 법관 100명이 같은 이유로 한 달씩 연기를 요청하는 사례가 반복될 것 같다출석을 엄격 독려해달라고 요청했다. 형사재판에서 일반인들은 출석의무가 있는 재판에 불출석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 받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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