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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실업률과 국가부도의 날
2019-03-25 06:00:00 2019-03-25 06:00:00
올 2월에 발표된 한국의 전체 실업률은 4.6%로 2000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자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청년실업률(20~29세)은 9.5%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으며, 이는 실질적으로 은퇴시기를 지난 60세 이상 실업률을 제외하면 전연령대 대비 약 3~4배가 높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직접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통계수치가 장바구니물가처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불신한다. 다음 몇 가지 용어를 이해하면 왜 현실과 다른 통계수치를 발표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통계의 속임수(긍정적으로 통계의 마법)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첫째, 15세 이상 인구 중 수입이 있는 일에 종사하고 있거나 취업을 위해 구직활동 중에 있는 사람을 ‘경제활동인구’라고 하며 그 외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라고 한다. 경제활동인구는 다시 취업자와 실업자로 나뉘고 비경제활동인구에는 취업이나 구직활동이 전혀 없는 전업주부나 재학생,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하는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자’는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실업률에 잡히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둘째, ‘취업자’는 조사대상기간(1주간) 중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을 한 사람을 말한다. 다만 자기에게 직접 수입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자기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이나 사업체를 위해 일주일에 18시간 이상 일한 사람과, 직업 또는 사업체를 가지고 있으나 일시적인 병 또는 사고, 연가, 교육, 노사분규 등의 사유로 일하지 못한 일시휴직자도 취업자에 포함된다. 여기서도 1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은 취업자로 잡히기 때문에 주변에서 초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도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셋째,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실업률’은 취업자와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실업자를 포함한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결국 노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일자리를 구하려는 의지가 없는 자는 실업률의 계산에서 제외된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노동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구직활동을 하다 취업을 단념하게 되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넘어가게 되고 실업률은 떨어져 실제보다 지표변화가 과소평가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계속된 구직실패로 구직을 포기한 실망실업자들이 실업률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실업률은 늘 통계보다 높기 마련이다. 
 
위 3가지 개념을 이해하면 실업률이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개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긍정적인 통계치는 확대해서 보여주고 싶고, 부정적인 결과는 축소해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에 현실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실질실업률과 확장실업률을 소개하고자 한다.
 
‘실질실업률’은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공식실업률 통계와 더불어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사실상 실업상태인 사람(잠재실업자)을 추가한 개념이다. 여기에는 직장을 갖고 싶지만 여건상 이를 포기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경우와 취업시간이 주당 18시간미만으로 정규취업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 등이 포함된다. 실질실업률이 공식실업률 통계보다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정부나 연구기관이 경제상황을 감안해 추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되는 실업률 중 가장 현실을 잘 반영한다고 여겨지는 ‘확장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와 잠재경제활동인구를 합친 수치 대비 아르바이트 등 단기 근로를 하지만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실업자, 잠재경제활동인구를 더한 수치의 비율로 나타낸다.  
 
현재 모든 경제주체들이 과거 어느 시절보다 어렵다고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2022년 3월에 대통령선거와 계속되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이라는 불확실성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화의 영향으로 다른 국가의 경기에 큰 영향을 주고받는다. 
 
얼마 전에 개봉되어 예상외의 화제가 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전날까지 이런 중요한 정보를 알리지 않은 언론매체들, 무능한 행정관료들과 소수의 권력자들에 의한 역선택에 많은 실망을 했다. 앞으로는 시기적절하며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기업들과 국민들이 경제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선택하여 과거의 과오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에 실업률을 조사하고 발표하는 정부기관은 국민들에게 ‘실질실업률’과 ‘확장실업률’을 병기하여 발표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효석 한국인재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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