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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삼성전자의 50번째 주주총회
2019-03-21 06:00:00 2019-03-21 06:00:00
왕해나 산업1부 기자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대체 끝이 어디예요?”
 
삼성전자의 제 50기 주주총회가 열린 서초 사옥 앞은 휴일의 놀이공원 대기줄을 방불케 했다. 막막했다. 기둥 사이사이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줄은 입장 시간을 도무지 가늠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뒤늦게라도 ‘프레스(Press)’라고 적힌 팻말을 발견한 것이 다행이었다.
 
주총장 내부도 혼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800개 좌석을 준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주총이 시작하기 20분전에 이미 자리는 동났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주총장 안팎에 서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총에서도 삼성전자의 미흡한 준비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세계 1위 기업답지 않다”, “주총인지 영화제인지 모르겠다”, “단상에 있는 임원들 일어나서 사죄하라” 등 분노 섞인 주주들의 목소리가 주총장을 울렸다. 주총 진행방식에 대해서도 주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건이 상정될 때마다 김기남 부회장이 “박수로 찬성해 달라”고 말하자 주주들은 “직원들은 여기 와서 박수부대 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예고된 혼란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식 1주를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실시했고 주주의 수는 5배 늘었다. 지난해까지 400개 좌석이 준비됐지만 그때도 100여명의 사람들이 바닥에 앉거나 서서 주총을 지켜봤다. 좌석은 적어도 3배는 더 준비해야했다. 장소를 바꾸는 방안도 고려했어야했다. 그도 어렵다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 도입도 생각해봄직했다. 이미 공공기관이나 상장사들 중심으로 의결 정족수를 확보하고 주주의 직접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안일했다.
 
축제 분위기여야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배당도 역대 최대다. 연간으로 9조6000억원을 배당하겠다는 주주 친화정책도 발표했다. ‘기업경영을 잘 해줘서 주주로서 뿌듯하다’는 칭찬을 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올해 ‘50돌’을 맞은 삼성전자의 주총은 고성과 사죄로 얼룩졌다. 사람 나이로 50세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인데 주주의 뜻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탓이다. 정책뿐만 아니라 총회도 친화적인 삼성전자가 되길 기대한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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