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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영화 ‘돈’ 조우진, 알고 보니 ‘섬뜩 제로’ 이 남자
‘내부자들’ ‘국가부도의 날’ 악역→‘돈’ 보편 타당한 ‘양면성’
“돈을 대하는 태도 방법 제시…관객 분들도 꼭 느꼈으면”
2019-03-20 00:00:00 2019-03-20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일한 만큼 벌어!!!” 이 간단한 대사 한 마디가 그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마음에 들었다혹은 묘한 매력을 느꼈다정도가 아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떤 의무감도 아니다. 그저 본질적인 시선에 무언가를 들킨 기분이 들었던 듯싶다. 따지고 보면 일한 만큼 돈을 버는것에서 자신보다 더 부끄럽지 않은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길고 긴 무명의 시간을 보냈다. 단 한 편으로 벼락 스타가 됐다. 이제 겨우 만 4년이 지났다. 지금도 그는 그 벼락이전의 삶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벼락을 맞은 뒤 완벽하게 뒤바뀐 자신의 위치에 순응하거나 안주하지 않았다. 상황이 만들어 내는 자기 최면에 빠지지도 않았다. 이제 사실 그럴 나이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런 것을 의도적으로 경계하고 또 거리를 뒀던 듯싶다. 물론 주변에서 말하는 이 배우에 대한 평판은 칭찬 일색이다. 실제로 만나본 느낌도 젠틀을 넘어서 겸손이 보였고 겸손을 넘어서 감사가 보였다. 2015년 개봉한 내부자들속 톱질의 달인이던 조상무를 조금이라도 기대했었다. 실제로 본 배우 조우진은 선함을 넘어서 어떤 삶의 가치관이 선한 사람처럼 느꼈다. 결국 영화 의 한기철도 조우진이기에 살아 있는 인물로 보였던 것 같다.
 
배우 조우진. 사진/쇼박스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서울 종로에서 조우진과 만났다. ‘홍보용 후드티를 입고 인터뷰에 나섰다. ‘간절기용으로 딱이다며 수줍게 웃는다. 아직도 그의 모습은 내부자들속 웃음기 없는 조상무를 떠올린다. 돈을 소재로 한 또 다른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도 그는 조상무를 연상케 하는 무감정의 재정국 차관역을 맡은 바 있다. 어떤 배역에서도 그는 섬뜩하리 만치 무미건조한 인물을 만들어 냈다.
 
하하하, 두 영화 속 인물과 이번 에서 제가 연기한 한지철은 완벽하게 반대된 인물이죠. 앞선 두 인물이 사실 수동적인 면이 강했다면 한지철은 능동적인 면이 강해요. 그리고 고리타분한 면도 많아요. 기본적으로 학창시절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굉장히 도덕적인 면이 강한 그런 분들. 어떤 인생에 잣대를 갖고 사시는 분들. 굉장히 외골수적인 면이 강한데. 전 그런 분들이 세상을 밝게 만드는 데 분명히 일조하는 것도 있다고 봐요.”
 
돈 자체가 소재이기에 이 영화에선 인간의 욕구와 욕망은 어쩔 수 없이 등장하고 그려져야 한다. 그런 면을 경계하고 거부해야 하는 선한 기준을 갖고 있는 인물이 바로 조우진이 연기한 한지철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 이른바 사냥개로 그려진다.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 물욕이 우선시 되는 세상을 경계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사냥개가 된 것도 분명히 일리는 있었다.
 
배우 조우진. 사진/쇼박스
 
한지철이 생각하는 것처럼 저 역시 마찬가지 같아요. 돈이란 액수가 커질수록 사람의 감정을 조종하잖아요. 일종의 변곡점을 만드는 도구 같아요. 그런 지점을 이 영화가 담고 있다고 생각했죠. 영화 자체에 강한 힘이 느껴졌어요. 영화가 돈을 내고 시간을 소비하며 즐길 거리라면 나름의 미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날 흥미롭게 끌어 당긴 건 돈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전부 다른 시각이었죠.”
 
사냥개로 불린 한지철의 시선이 아닌 배우 조우진의 시선이었다. 그가 한지철에 매력을 느낀 것도 있었지만 이 영화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였다. 제목의 간결함과 흥미 그리고 그 제목 자체이자 소재인 돈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모습이었다. 모두가 달랐다. 소재는 하나인데 전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르게 소화했다. 도대체 이 돈을 바라보고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왜 이렇게 달랐을까. 그 지점이 그를 이 영화로 이끌었다.
 
여의도 포장마차 거리를 비추면서 사람들 머리 위에 숫자들이 나오잖아요. 그게 그 사람들의 실적이고. 그 숫자에 따라 사람들의 태도와 자세가 다 달라요. 그 다름으로 관계가 형성되고. 그 형성된 관계로 사건이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장르의 쾌감이 끓어 오르더라고요. 흥미롭고 재미가 있었죠. 이런 게 있었나 싶었어요. 사실 그것보다 돈을 바라봐야 하는 태도와 활용 방법을 제시하는 것 같았어요. 이 감정을 관객 분들도 느끼시길 바랐죠.”
 
배우 조우진. 사진/쇼박스
 
돈이란 숫자가 사람들을 대신하는 세상이다. 그 속에서 조우진이 연기한 한지철은 유일하게 사람을 사람으로서 대하는 인물이다. 혼자 외딴 섬처럼 느껴질 정도다. 반대로 가장 솔직한 인물이기도 하다. 본인의 노력 이상은 절대 취하려 들지도 않는다. 정의감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다. 한지철의 행동은 그게 보통이란 테두리 안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함이기 때문이다.
 
"참 그게 슬퍼요. 돈으로 사람의 가치가 평가되는 사회가 되가는 게. 어릴 때부터 돈보다 사람이 먼저란 말을 많이 듣고 자랐고. 지금도 그걸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한지철도 그런 생각에 많이 접근한 인물이죠. 솔직한 사람이고. 상대의 말과 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요. 거침이 없죠. 전 많이 내성적이에요. 그런데 한지철은 안 그러죠. 굉장히 외형적이고. ? 글쎄요. 사실 굉장히 쉬운 놈이잖아요. 진짜 어려운 건 사람이지. 그 쉬운 놈에게 휘둘리니.”
 
그런 괴상하고 기괴한 놈에게 휘둘리는 나약한 인간들을 쫓는 사냥개한지철이지만 의외로 허당기 많은 면도 영화 속에선 그려진다. 우선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집요한 인간으로 정평이 나 있는 한지철이다. 하지만 자기 가족에게만큼은 부족하고 또 부족한 인물이다. 영화에선 자세한 내용은 그려지지 않았다. 대사 몇 마디로 한지철의 상황이 전달되는 장면이 나올 뿐이다. 조우진의 아이디어였다고.
 
배우 조우진. 사진/쇼박스
 
지금도 적지 않은 가장들이 가정을 잘 돌보지 못하잖아요. 그게 본인 의지가 아닌 것처럼. 그런 면이 좀 드러나면 어떨까 싶어서 감독님에게 이혼남은 어떨까요라고 말씀 드렸죠. ‘태블릿이야, 태권도야? 네 잘난 새 아빠한테 사 달라고 해란 대사도 그래서 나온 거고. 하하하. ‘일한 만큼 벌어란 대사도 한지철의 정체성이 담긴 지점이라고 봐요. 돈에 대한 어떤 콤플렉스 때문에 가정도 못 지켰고. 돈에게 자유로운 사람들을 혐오하는 면도 강하고.”
 
그런 한지철을 만들고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게 만든 지점은 누가 뭐래도 상대 배우 류준열과의 호흡일 것이다. 류준열은 이 영화를 통해 첫 주연을 맡았다. 현장에서 그는 언제나 주변 동료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조우진 역시 성실함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울 노력파다. 두 사람이 만나서 시너지를 발휘했으니 영화 의 힘은 예상이 가능하다.
 
배우 조우진. 사진/쇼박스
 
준열이 같은 경우는 본인이 납득될 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면이 강해요. 그런 게 저랑 참 잘 맞더라고요. 어떨 때는 좀 너무할 정도였어요. ‘아니 그게 그렇게 궁금해?’라고 되물었으니까요. 하하하. 배우는 자기가 분석한 내용으로 현장에서 상대 배우와 케미를 맞출 때 발생되는 에너지에 반응을 하잖아요. 이번 영화에선 정말 그 에너지가 엄청났어요. 특히나 영화에서 저와 준열이는 돈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전혀 다르잖아요. 저 자체가 리액션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서로 다른 지점에 선 인물들이 상대에 반응하니 관객분들도 보시는 재미가 좀 있으실 거에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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