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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꽃피우는 AR)1906년이 재현된 가우디의 카사바트요…눈 앞에 튀어나온 공룡
AR, 일상으로 '쏙'…편리한 가이드·똑똑한 영상책 된다
2019-03-18 06:00:00 2019-03-18 06: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3차원(3D) 가상의 이미지가 눈앞에 나타난다. 멈춰있던 사물이 움직인다.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 세계 배경에 3D 가상 이미지를 합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증강현실(AR) 기술 덕분이다. 영화의 볼거리로,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소였던 AR이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주요 관광지의 가이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박물관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배가시키는 영상책자가 되기도 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에 위치한 카사바트요. 요셉 바트요 카사노바가 자신의 집을 안토니 가우디에게 보수해달라고 요청해 1904년에서 1906년까지 새롭게 단장된 저택이다. 정면에는 색색의 타일로 장식돼 있고 발코니는 해골처럼, 건물 기둥은 다리뼈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지난 2월에 찾는 카사바트요는 곳곳이 보수 공사 중이었다. 외벽은 공사 진행을 알리는 천막으로 덮여있었다. 입장료 28유로 만큼의 값어치를 할지 의구심을 품으며 들어갔다. 입구에서는 핸드폰처럼 생긴 오디오·비디오 가이드를 제공했다. 
 
오디오·비디오 가이드를 켜자 화면에는 1부터 13까지 각 공간을 숫자로 구분해 설명을 담아놨다. 번호에 위치한 공간으로 이동해 설명을 듣는 식이다. 일반 오디오 가이드와 달리 각 공간으로 이동해 화면을 비추면 AR 이미지가 나와 실감있는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가령 카사바트요는 뼈의 형태를 갖춰 인체의 집이라고도 불리지만, 내부는 바닷속을 모티브로 삼아 꾸며진 까닭에 바닷속의 집으로도 불린다. 거북이 등, 물고기 아가미 등을 본떠서 창문이며 문을 만들었는데, 비디오 가이드를 거북이 등을 본떠 만든 창문을 비추면 거북이 모습을 보여줬다. 물고기 아가미를 형상화해 만든 문을 비추자 진짜 물고기가 나타났다.
 
전시돼 있는 벽난로를 비디오 가이드로 비추자 실제 불을 지피는 모습이 화면속에서 연출됐다. 사진/이지은 기자
 
모티브를 딴 사물을 AR 이미지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 저택에서 1900년대 살았던 모습을 보여줘 청각으로만 듣는 설명의 이해도를 높여줬다. 예를 들어 버섯 모양의 벽난로를 비디오 가이드로 비추자 벽난로에 불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과거 식당 역할을 한 방에 들어가 비춰보니 식탁, 의자 등 식당 모습을 이미지로 재현했다. 복원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을 비추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작업을 이미지로 보여줬다. 2019년인 지금 1906년의 생활상을 AR 이미지 덕분에 실감나게 살펴볼 수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AR은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중이다. 지난 주말 찾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공룡 뼈대를 재현해 놓은 전시물에 대해 AR체험이 가능하도록 꾸며놨다. 박물관 2층에 위치한 전시실 내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트리케라톱스, 스테고사우르스 등 실제 크기의 공룡 뼈 모형을 전시해놨다. 책으로 공룡을 보고 온 아이라면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형형색색 옷을 입히고, 살집이 두둑한 책 속의 공룡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룡 앞에 전시된 TV 화면 모양의 AR 체험기를 좌우로 돌리면 책속에서 보던 공룡의 모습이 나타난다. 초식 공룡이었다면 풀을 먹는 모습도 재현해놨다. 현실에서 보다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었다. 책 속의 그림만으로는 사실 생생함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실제와 유사한 공룡 뼈 모형을 보고, 이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실제는 어떤 모습인지를 눈 앞에서 3D 이미지로 볼 수 있다면 교육의 효과는 배가 될 수 있다. 
 
AR체험기를 좌우로 돌리자 스테고사우르스의 3D 이미지가 나왔다. 스테고사우르스가 풀을 뜯어먹는 모습 등 공룡의 특징을 관찰할 수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기자가 만났던 한 외국계 IT업계 대표는 앞으로 2~3년 안에 AR이 급속도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AR과의 결합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R은 진화했고, 일상으로 들어왔다. 5세대(5G) 통신의 대용량·초저지연 특성과 결합해 보다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우리의 상상력을 실제처럼 만들어 줄 것이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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