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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업계 새 먹거리 '수처리 사업' … 수익성은 '소걸음'
2019-03-10 22:00:00 2019-03-10 22:00:00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국내 화학회사들이 수처리 사업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지만 수익성 확보에는 시간이 걸리는 모습이다. 화학업계는 물 시장의 성장성이 커 장기적으로 수처리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8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수처리 사업 영위에 필요한 면허 취득을 위해 '산업환경설비공업 및 상하수도설비공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롯데케미칼이 대구 물산업클러스터에 설립한 수처리 분리막 생산공장이 지난해 하반기 상업 생산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사업 채비에 나선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수처리 사업의 후발주자다. 수처리 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지정한 것은 지난 2011년이었으나, 상업 생산까지 7년이 걸렸다. 롯데케미칼 대구 분리막 공장은 하루 22만톤의 하·폐수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중공사막(UF) 수처리 분리막을 생산한다. 미세한 실을 수없이 교차시킨 뒤 그 사이로 물을 통과시켜 불순물을 거르는 방식이다. 회사는 대구 공장의 연매출 규모를 3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처리 사업은 바닷물이나 폐수를 재이용하는 물 정화사업으로, 물부족 현상에 따라 세계 화학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선 효성과 코오롱, 도레이케미칼, LG화학 등이 수처리 사업을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LG전자의 수처리 사업부를 양도받아 몸집을 키우기도 했다. 
 
 
LG화학의 RO필터. 사진/LG화학
 
다만 수익성 측면에선 소걸음을 걷고 있다. 일찍이 수처리 사업에 나선 미국 다우케미칼과 일본 도레이, 독일 랑세스 등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기술 장벽이 높은데다, 국내 물 시장의 규모도 작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국내 물 시장은 130억 달러 수준으로 전세계 12위 규모이나, 세계 1위 시장인 미국(1500억 달러)과 비교하면 10%에도 못 미친다. 국내 물시장 성장률은 2.9%로 조사됐다.
 
LG화학은 2014년 미국 수처리 필터 제조 업체인 나노에이치투오(NanoH2O)를 인수하며 수처리 사업에 진출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LG화학보다 먼저 수처리 사업을 추진한 효성의 경우 하폐수 및 정수처리 특허권도 11건 보유하고 있지만, 이익 수준은 아직 미미하다. 수처리 사업을 다루는 계열사 효성굿스프링스의 2017년 매출은 2500억원, 순이익은 13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 말에는 4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효성 측은 지난해 멤브레인 필터 소재 사업 철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업계는 물시장의 장기 성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물산업 조사기관인 GWI에 따르면 세계 수처리시장 규모는 2017년 840조원 규모에서 2020년 940조원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해외 하·폐수 시장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물 부족 현상 심화와 환경규제가 맞물려 수처리 시장은 향후 안정적 수요가 보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남아의 물사업 시장은 약 10% 내외의 꾸준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처리 사업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서도 수질개선사업 및 해수담수화 등 대체 수자원 개발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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