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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MB 석방, 일반인이라면 어땠을까
2019-03-07 06:00:00 2019-03-07 09:12:42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에 대한 6일 법원의 답은 "YES"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고령과 건강 문제를 이유로 하는 병보석은 받아들이지 않으나 구속 만기까지 충실한 재판이 어려워 임의적 보석 사유가 있다. 주거지를 논현동 사저로 한정하고 외출을 제한한다"며 이 전 대통령의 보석 신청을 조건부 인용했다. 
 
법원의 말처럼 병보석은 아니나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것을 두고 국민의 법 감정은 그리 좋지 않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황제보석' 논란 이후 보석제도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 상황에서 과연 일반인이 같은 처지에 있었다면 법원이 보석을 허가했겠느냐는 자조 섞인 반응마저 나온다. 법원은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불구속 재판 원칙에 부합하는 보석제도가 공정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는 우리 사회 비판을 수용하며 '자택구금'이라는 엄격한 조건을 붙였다"고 강조했으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1심 시작 때 검사들을 향해 "다 아는 사람들이구먼"이라고 여유를 보였던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 첫 재판 때도 자신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웃으며 특유의 여유를 잃지 않았다. 1심과 항소심 모두 겉은 같았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달랐다.
 
1심 때 "사람들을 법정에 불러와 추궁하는 것이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금도가 아닌 거 같다"며 검찰 수사기록의 증거 채택에 동의한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자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측근 등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피고인으로서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는 당연한 절차였지만, 증인들이 거의 법정에 나오지 않으며 공전 사태를 빚었다. 
 
지난 1월말 법원 인사로 재판부 구성이 바뀌는 게 확정되자 바로 다음 날 이 전 대통령 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구속 기한 내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고 오랜 기간 수면무호흡 증세로 고통받았는데 증상이 누적되면 고령자의 경우 심장에 상당한 부담을 줘 돌연사 우려가 있다고 한다"며 보석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지 모른다. 다만 처음에는 대통령으로서 품위를 강조했던 전직 대통령이 이후 돌연사 가능성까지 언급한 끝에 구치소 밖으로 나오는 상황을 국민이 제대로 이해할지 의문이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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