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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중통령 선거, '고무신 선거' 넘어서야
2019-02-25 06:00:00 2019-02-25 07:40:31
제26대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가 혼탁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선거일이 28일로 코 앞에 다가온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엔 이번에도 불법·부정선거 관련 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품이 오갔다는 제보가 잇따랐고 결국 선관위는 의혹을 받는 선거인을 검찰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중기중앙회의 그간 높아진 위상과 달리 선거판은 여전히 오래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중기중앙회장 선거를 바라보며 한 중진은 일명 '고무신 선거'와 다를 바 없다고 한탄했다. 어렵던 시절에도 각 지역에선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가 벌어지곤 했는데 그 때마다 선거에서 이기는 비법은 아주 단순했다고 한다. 짚신을 신고 다니던 이에게 검정 고무신을 주거나, 검정 고무신을 신는 이에게 흰 고무신을 주면 한 표를 획득하는 식이다. 주고받는 게 고무신이 아닐 뿐이지 그 때 그 정서가 이번 전국단위 중기중앙회장 선거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고무신 선거, 아니 중기중앙회장 선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행 선거 제도 자체의 한계에서 비롯된다는 게 중론이다. 일반 공직자 선거의 경우 후보자나 가족, 또는 선거운동원이 선거인으로 등록하는 방식을 택하고 그들이 위법행위를 해 처벌을 받게 되면 후보자 또한 연대 책임을 진다. 후보가 선거에 당선이 돼도 무효처리 되는 식으로 책임을 지므로 그나마 비교적 공정하게 관리가 된다. 
 
하지만 중기중앙회장의 경우 공직자가 아닌 민간단체장으로 본다. 따라서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공직자 선거 관리 규정이 아닌 중소기업임원선거관리 규정을 토대로 중앙선관위에서 위탁해 운영한다. 이 같은 이유로 선거운동에서 위반행위가 벌어지더라도 당사자만 처벌 받고 후보자는 책임을 면하기 일쑤다. 선거운동 자체를 후보자 본인만 할 수 있는 걸로 돼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가 직접행동에 나섰다는 명확한 증거만 걸리지 않으면 이른바 '꼬리자르기'로 정리되는 식이다. 벌금도 2000만원 이하 수준에 그쳐 처벌 강도가 약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아무리 민간단체장이라지만 사실상 중기중앙회장은 공적인 임무도 띠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정부로부터 소상공인 보조 명목으로 일부 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주무 관청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지휘 감독도 받고 있다. 국정감사 대상에도 다시금 포함됐다. 중소기업 대통령(중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중기의 얼굴로 상징되는 만큼 달라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직성, 청렴함이 어느 정도 요구된다.
 
물론 중기중앙회장 선거가 성인군자를 뽑는 선거는 아니다. 자리에 걸맞는 결단력, 추진력도 당연히 따라야 한다. 다만 현 수준에선 후보 검증도구 보완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공직자의 자질이 그대로 중기중앙회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수준까지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가령 후보자가 정정당당하게 사업을 하고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는지, 사기나 절도 경력은 없는지 등 최소한의 자질에 대한 검증 말이다. 결국 중기중앙회가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 선거제도를 차차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무신 선거는 27대, 28대에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이번 선거 중 후보들의 이같은 결단이 나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차기 회장이 선거제도 개선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기중앙회의 주요 과제로 여기길 바란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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