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중심지 선정을 놓고 각 지역의 정치권과 자치단체의 금융기관 유치전이 가열되는 가운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이어 수협은행도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와 부산시에 이은 제3금융중심지에 대한 타당성 결론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기관 유치전으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전라북도의 제3금융중심지 선정 결정을 앞두고 부산시가 금융도시 육성을 위한 컨트롤타워 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지자체간 금융기관 유치전이 가열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15일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부산 금융중심지 10주년 세미나에서 '부산국제금융진흥원(가칭)'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은 부산시와 중소기업청이 공동 설립한 비영리 법인인 부산경제진흥원 내 국제금융도시추진센터를 확대 개편하는 방식으로 신설한다. 진흥원은 앞으로 해양금융 특화 모델을 개발하고, 국내외 금융기관 유치 역할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부산시가 이처럼 금융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선 것은 부산이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지만 그 성과가 변변치 않아서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에 따라 전라북도가 제3금융 중심지로 선정될 가능성이 급부상하자 지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호남 정치인 주축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본점을 전북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금융기관 유치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기관 지방이전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공공기관이 아닌 수협은행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에도 부산시와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무역보험공사를 포함해 수협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며 여론전을 펴고 있다. 현재 부산국제금융센터에는 자산관리공사와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거래소, 기술보증기금 등이 입주해 있으나 해양금융을 활성화하기엔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수협은행은 부산 이전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수협중앙회로부터 분리해 독립 출범한 수협은행은 민간 출신인 이동빈 행장이 취임한 이후 리테일 금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산업 특성상 금융당국, 시중은행 본사, 주요 기업 등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수협은행의 지점은 70% 가량이 경기 서울 등 수도권 지점에 집중돼 있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부산·경남 지역에 지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해양산업과의 관련성이 높다고 해서 특정지역(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논리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수협은행이 수협중앙회의 신용사업부문 시절인 지난 2001년 정부로부터 1조원 가량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지방 이전 논의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기에는 정치권이나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하소연도 있다.
금융당국 내부적으로는 금융기관 추가 지방이전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금융기관 지방이전이 정치권 이슈화가 될 경우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15일 부산시가 건립을 추진 중인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설립과 관련해 "부산시가 부산 소재 국책금융기관에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설립 비용을 출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대 노조로 구성된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오거돈 부산시장의 치적을 위한 불필요한 사업에 아무 근거도 없이 국민의 세금을 털어 쓰고 있다"며 "금융산업의 양대노총 산별노조로 구성된 우리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는 부산시의 부당한 요구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해당 계획의 백지화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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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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