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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고문'이 박근혜 정부 외교부 장관 맡았던 이유
취임 전 이미 미쯔비시 고문과 회동…입각 후에는 대법원과 '재판 뒤집기' 협의
2019-02-13 15:22:03 2019-02-13 15:22:27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은 역대 정부 내각 중 유일하게 한 정부의 집권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외교장관으로 평가받았다. 국내 정치상 본래 내각 변동이 잦은 데다, 한반도 주변국과의 민감한 상황 등으로 외교적 부침이 많아 외교부 수장의 교체는 언제나 당연시돼 왔다. 윤 전 장관과 같이 재임기간이 4년 이상으로 길었던 외교장관으로는 박정희정부 시절 박동진 전 장관이 있지만, 박정희정부의 장기집권 기간 중 후반부 일부와 이후 1년 남짓한 '최규하 정부'시절을 함께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교체되지 않은 유일한 외교장관의 영예는, 윤 전 장관이 외교부 수장으로 정식 임명되기 전부터 임기 내내 강제징용 재판을 청와대와 일본 전범기업 측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사법농단에 적극 개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순간 불명예로 전락했다.
 
1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보면, 윤 전 장관은 박근혜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31월 한국을 방문한 미쓰비시중공업 고문인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 대사와 오찬 회동을 했다. 당시 윤 전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으로, 2월 박근혜정부 출범 시 외교장관 지명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이에 무토 전 대사가 방한 계기 윤 전 장관과의 만남을 희망하자 당시 김앤장 고문이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 등이 일정을 조율해 성사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장관과 무토 전 대사는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정치적 해결방안과 종국에는 재상고 사건을 청구기각으로 종결하는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윤 전 장관은 대법원이 2012524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인정해 원심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하던 당시 김앤장 고문이었다. 이후 526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김앤장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해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전범기업들의 입장도 잘 파악하고 있던 터였다.
 
윤 전 장관 재임 시절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은 양승태 대법원·박근혜 청와대·김앤장과 전범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이 과정에서 외교부의 협조가 수반됐다. 결국 사건은 대법원을 맴돌다 양 전 원장 퇴임 이후인 지난해 727일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같은 해 1030일 상고기각 판결과 1129일 미쓰비시의 배상 책임 인정 등에 대한 확정 판결 선고로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윤 전 장관은 외교장관 임명 전·후 청와대와 김앤장에 대한 자신의 임무를 다한 셈이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2013년 3월11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는 모습.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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